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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알파고 쇼크 6개월]…인공지능이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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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종합대책 수립·기업 AI 인수 "일반인도 SW경쟁력 키워야"


‘알파고 쇼크 6개월’. 세계 바둑 챔피언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세기의 대결’을 벌인지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당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펼쳐진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은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정부는 AI를 중심으로 지능정보사회를 선도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며, 민간 기업들은 AI와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변혁’을 위해 관련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우리 사회와 경제에 광범위하게 확산된 AI와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면서 급속히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일자리 관련 담론이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알파고 쇼크' 이후 AI는 이미 일상생활로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AI는 인류를 위협·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켜주는 도구인 만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인류의 중요한 과제"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미 AI가 일반인들의 삶 속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AI개인비서 서비스 '누구'나 주요 증권사들의 투자조언 서비스에도 AI가 자리를 잡았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네이버, SK텔레콤 등 국내외 시가총액 상위기업들은 일제히 AI를 차세대 성장동력의 핵심 키워드로 선정하고 있다. 즉 AI를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노동자를 고소득 전문직으로 ‘모셔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알파고=‘한국판 스푸트니크’…국가개혁 신호탄
23일 AI를 비롯한 뇌 과학 분야 석학들은 ‘알파고 쇼크 6개월’을 ‘한국판 스푸트니크’에 비유했다. 옛 소련이 1957년 10월 인류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린 것에 빗댄 것이다. 냉전시대에 소련의 적국이었던 미국은 스푸트니크 사건을 계기로 항공우주국(NASA)과 국방부 산하의 방위고등계획국(DARPA)을 세웠고, 국가 시스템 개조 수준의 개혁을 감행했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은 “20세기 후반 미국의 국가경쟁력은 스푸트니크 사태로 충격에 빠진 미국 국민들을 추스르기 위해 대대적으로 국가 시스템을 개조하는 과정에서 강화됐다”며 “지난 3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이뤄진 알파고 쇼크도 외부적 요인에 따른 시스템 개혁이란 점에서 이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즉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강국’이란 자아도취에 빠져 있던 우리나라가 그동안 꽁꽁 싸매고 있던 고질병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ICT 융합 산업 전략의 부재와 미미한 SW 경쟁력 등이 꼽힌다.

■기업, AI 활용한 사업 확장 봇물...스타트업 인수 사례도 늘어
‘알파고 쇼크’ 이후, 가장 발 빠르게 시스템 개혁에 나선 곳은 민간 기업체다. 국내 AI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통 기술개발 등 기업 간 협력이 필수라는 공감대 아래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와 현대차 등이 각각 30억 원씩 출자해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를 세운 것이다. AIRI는 스마트홈과 자율주행차, 핀테크 등 출자기업의 신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공통 지능정보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기업체 내 AI 전문가 및 개발자들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공동연구개발 결과를 기반으로 현실적인 신산업 제도들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기업과의 AI 기술 격차가 큰 만큼,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위해 뭉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AI 분야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이루고 있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구글과 MS, 애플 등 글로벌 IT공룡들이 잇따라 AI 스타트업을 사들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일례로 비캐리어스와 말루바를 비롯해 최근 AI 플랫폼 개발 업체 ‘비브 랩스’ 등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자체 연구개발(R&D)이나 인재영입을 통해 역량을 키웠지만, 최근 국내외 AI 분야 스타트업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인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또 유통, 금융, 제조, 의료, 법률 전반에 걸쳐 AI를 통해 기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가천대길병원이 최근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 종양학 전문의들이 암환자를 치료하는 데 AI를 활용키로 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IBM 관계자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AI 플랫폼 ‘왓슨(Watson)’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며 “현재 SK(주)C&C와 함께 진행 중인 ‘왓슨의 한국어 서비스’가 내년 초에 시작되면 국내에 왓슨 비즈니스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AI분야 인재 양성 및 규칙 제정 통해 선진국 추격
그럼에도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AI시대’를 한 편의 SF영화처럼 먼 미래의 일로 여기는 경우가 더 많다. 알파고 대국 당시, AI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 속에 ‘인간 위협론’까지 대두됐지만, 지금은 이에 대한 위기감마저 흐릿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일각에선 기존 일자리 보호를 위해 관련 기술 발전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AI를 향한 무시 혹은 무관심은 AI 분야 인력 부족 현상을 심화시켜 관련 산업을 더욱 도태시킬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지금은 AI 분야 인재를 적극 육성해, 2년 이상 벌어진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학생들을 비롯해 일반인들도 직접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SW를 만드는 코딩 등을 통해 CT를 키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제언이다. 즉 어린 시절에 읽고 쓰기와 셈법을 배울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와 MS, IBM 등이 일반인들이 AI기술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 도움을 줄 비영리조직인 ‘인간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AI 파트너십’을 결성한 것처럼, 국내 관련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AI 규칙제정(룰 세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게다가 일본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의 사회적 문제를 AI로 극복하기 위해 관련 연구개발에 산학연이 힘을 모으고 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언어 처리와 사물 관찰에 한계가 있는 AI를 훌륭한 도구로 활용하면서,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지금 할 일”이라며 “각종 AI방법론들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 적절한 기술과 제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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