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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모바일쇼핑만으로 일주일 살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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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온라인쇼핑의 과반이 된 모바일쇼핑

일주일간 모바일쇼핑만으로 살아봤다

모바일쇼핑몰·결제 앱 깔기 첫 관문

못 살 게 없어보이긴 하는데

우유 유통기한 확인할 수 없어 멈칫

부족하긴 해도 다시 쓰고 싶은 편리함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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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쇼핑하기. 고백하자면 모바일은커녕 온라인쇼핑도 즐겨 하지 않았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온라인쇼핑몰 등에 대한 기사를 찾고 써야 하는 유통 담당기자로 일을 한 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 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8월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3조343억원, 온라인쇼핑 중 차지하는 비중은 52.6%로 절반을 넘어섰다. 8월 전체 소매거래액에 비춰보면 그 비중은 9.6%로, 지난해 같은 기간 6.8%에서 크게 늘었다. 대형마트 등의 매출은 감소하거나 정체한 것에 견주면 그 성장세는 더욱 눈에 띈다. 기존 유통업체들은 모바일쇼핑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품목과 서비스를 내세운 모바일쇼핑 애플리케이션과 사이트가 등장하고 있다. 관련 뉴스가 쏟아진다. 지금도 소비자들은 이 기사를 읽다가 모바일쇼핑몰 등에서 보내는 주문확인 문자를 보고있을지 모른다.

모바일쇼핑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 걸까? 넘치는 뉴스 속 떠오르는 궁금증이다. ‘모바일쇼핑 거래 규모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 뒤 일상의 변화가 궁금했다. 그래서 일상에 변화를 줘봤다. 일주일 동안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을 가지 않고, 모바일쇼핑으로만 필요한 제품을 사보는 생활을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으로 필요한 식품과 생활용품 등은 모바일쇼핑으로 절반 정도 구입하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편리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도 있었다.

14일(금) ‘앱’ 다운로드만 10개 한 대형마트의 모바일 쇼핑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는 것으로 시작했다.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기 위해 관련 애플리케이션도 내려받았다. 평소 관심을 두고 있었던 신선식품 판매 업체 중에서도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은 곳이 꽤 많다. 다음은 회원 가입. 각종 개인정보와 인증번호로 회원 가입을 했다. 회원 가입을 마치고 나서 쇼핑을 해보려고 했더니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헷갈린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관리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찾아봤지만 크게 안심될 것 같지는 않다. 자동 로그인을 해놓다간 해킹을 당할 위험이 커진다고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다시 암호화해 적었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마저도 안심이 되지 않아 ‘역시 온라인쇼핑은 안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맴돈다.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반복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익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모바일쇼핑? 스마트폰과 모바일 환경이 아주 익숙한 소비자에게는 들어맞는 말이다. 그렇지 않은 소비자가 모바일쇼핑에 다가서기는 쉽지만은 않다.

한겨레

■ 15일(토) 유통기한은 어디에? 대형마트 애플리케이션을 써보기로 했다. 많은 모바일쇼핑 업체들은 주말 배송도 하고 있다. 냉장고를 먼저 살폈다. 한달 반 전 이사한 뒤 소유를 최소화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냉장고 속은 아주 한산했다. 꼭 필요한 우유와 계란, 생수 등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자체 브랜드 제품은 거의 비교도 할 필요 없이 다른 브랜드에 견줘 쌌다. 신나게 ‘장바구니’(사려는 물품을 모아 놓는 곳)에 담고 나서 결제를 하려다 다시 한 번 확인을 해봤다. 오프라인에서 우유나 계란을 살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유통기한이다. 더 신선한 우유와 계란을 찾는 소비자들은 제조일자나 유통기한을 확인한 뒤 산다. 그러나 모바일쇼핑에서는 불가능했다. 업체가 골라 담아주는 걸 먹고 마시는 수밖에 없다. 배송받고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무심결에 한 술 떠먹은 요구르트가 알고 보니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었다는 동료 기자의 경험담도 떠올렸다. 받아본 우유와 계란의 유통기한은 다행히 넉넉했다. 하지만 우유를 모바일쇼핑으로 다시 사지는 않을 것 같다.

16일(일) 1·2인가구는 아직 괴롭다 최근 가장 흔한 뉴스 열쇳말 중 하나는 ‘1인가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1인가구가 가장 많고 2인가구가 그 다음이다.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1·2인가구다.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면 곤란할 때가 많다. 일반 제품 한 단위는 너무 많다. 소포장 제품을 사자니 값이 좀 더 나가 선뜻 집어들기 어렵다. 일반 두부 한 모 값은 1천~3천원대다. 두부 한 모를 4등분한 획기적인 소포장 두부의 판매가격은 4천원이 넘는다. 손질한 대파나 양파도 그런 경우가 많다. 망설이다가 신선식품·고급식재료 전문 모바일쇼핑몰에서 ‘1인가구’가 찾을 법한 제품들을 장바구니에 담아봤다. ‘아니, 유통·식음료 업계가 1인가구를 공략한다더니 그 제품들은 다 어디 있는 걸까?’ 정작 찾기가 어렵다. 2인가구에 속하는 회사원 김진영씨도 푸념을 늘어놓는다. “1·2인가구가 늘어났다고 여기저기서 야단법석이다.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다고 하는데, 그 제품들이 다 어디 있나 싶다. 편의점에 있다고 하는데,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편의점이 많지는 않다.” 손질된 파프리카와 양배추, 빵, 요구르트, 사과 등 필요한 식품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더니 걱정이 앞선다. ‘안 버리고 다 먹을 수 있을까?’

17일(월) 기대되는 아침 7시 모바일쇼핑을 시작한 뒤 가장 기대되는 날이었다. 지난 밤 10시50분께 모바일쇼핑 결제를 마쳤다. 아침 7시 현관 앞에는 구입한 식재료가 도착해 있을 것이라는 주문확인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커피 한 잔이나 우유에 타서 먹는 간편식을 후루룩 마시고 출근을 하곤 했다. 잠들기 전 내일 아침 밥상을 어떻게 차려볼까 상상해봤다. ‘식빵은 살짝 물을 뿌려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손질된 샐러드 재료는 물에 헹구기만 해서 발사믹 식초를 뿌리고, 이틀 전 배송 받은 계란과 우유를 곁들여야지.’ 재고가 없어 배송되지 않는 식재료가 있을까 걱정했는데, 아침 7시 현관 앞에 주문한 식재료가 모두 도착했다. 아침 밥상을 차리는데 든 시간은 10여분 정도였다. 배달된 식재료들은 ‘신선하다’고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장바구니에 담으며 망설였는데 잘한 선택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따뜻한 빵을 입에 넣으며 배송완료 문자를 확인하다 목이 ‘턱’ 막혔다. 새벽 5시에 현관 앞에 주문한 물건을 놓고간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빠른 배송이 놀랍고 참 편리했지만 ‘새벽 5시’에 꼭 배송을 받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18일(화) 무료 배송의 함정 이사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군데군데 비어있는 생활용품들이 있었다. 당장은 없어도 되는 물품들이어서 집을 나설 때는 ‘오늘은 꼭 사야지’ 하다가도 자꾸 까먹는 물품들이다. 섬유유연제와 욕실 청소용품 따위다. 저렴한 생활필수품을 모아 파는 소셜커머스업체의 모바일쇼핑 코너를 찾았다. 하나둘 필요한 물품을 담으니까 결제금액은 1만원대인데, 2만원 이상은 무료로 빠르게 배송해 준다고 한다. 7천원어치를 더 사면 2500원 배송료를 내지 않고 공짜로 물품을 받을 수 있다. 작은 크기의 비닐봉투와 수건 걸개 등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쓸 것 같은 생활용품을 골라 담았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는 한눈에 구입 품목이 들어오지 않는다. 정말 가끔 쓸 것 같은 제품은 장바구니에서 뺐어야 했는데 놓쳤다. 오프라인 쇼핑을 하면 충동구매에 후회하곤 했다. 모바일쇼핑 충동구매는 조금 다르다. 제품이 배송되고서야 후회를 하게 된다. 시간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모바일쇼핑을 이용할 때는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곧 꼭 사야할 물품들을 모았다가 결제창을 띄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골라 담았던 수건 걸개는 전혀 필요한 물품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은 뒤의 결심이다.

19일(수) 가까워진 농장·시장 평소 눈여겨본 모바일쇼핑 업체들이 여럿 있었다. 이들 업체는 에스엔에스(SNS)를 이용한 광고와 마케팅을 펼친다. 타깃 소비자층이 에스엔에스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1년 전만 해도 ‘스폰서드’(Sponsored)라고 찍힌 게시물이 뜨면 눈여겨보지 않았다. 최근에는 홀린 듯이 혹하고 게시물을 확인해보게 되는 광고물이 많아졌다. 워낙 다채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세운 모바일쇼핑 업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질 좋은 수산물부터 유기농 농장에서 직접 만드는 샐러드, 동네 전통시장에서 파는 신선식품을 빠르게 배송해주는 업체 등이 유혹한다. 마침 직접 요리를 할 때면 빼놓지 않는 샐러드에 들어갈 잎채소가 떨어져갔다. 일주일치 샐러드를 묶어 파는 업체를 이용해봤다. 묶음 제품인 데다 서비스 개시 기념으로 할인행사를 하고 있어서 가격 부담도 크지 않았다. 다양한 유기농 채소와 육류 등이 작은 용기에 한 끼 분량으로 들어있다. 그 위에 뿌려먹는 소스도 함께 딸려왔다. 계란을 부칠 필요도, 샐러드 채소를 헹굴 필요도 없다. 아침 식사는 이 샐러드와 우유와 함께 먹는 간편식이면 됐다. 준비 시간은 5분. 그렇다고 출근 시간이 여유로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설거지할 그릇은 거의 없다. ‘타임 푸어’에게는 참 고마운 일이다.

20일(목) 챗봇과의 짧은 대화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지난 겨울의 한파가 떠올랐다. 모든 것이 꽁꽁 얼다시피 했던 그 추위는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끔찍했다.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보일러가 고장나면서 3일을 고생했다. ‘온수매트’를 사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봤다. 정말 많은 사용후기가 올라온다. 정확한 정보일까? 인공지능 기반의 ‘대화형 커머스’인 ‘챗봇’(채팅봇)이 떠올랐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외국 유명 업체들은 이미 음성인식 챗봇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한 온라인쇼핑몰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챗봇 기능을 이용해봤다. 가전제품 위주의 챗봇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온수매트’ 정도는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냉장고와 세탁기 등 6개 품목을 살 때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혹시 몰라 청소기에 대한 상담을 하고 싶다고 채팅을 신청한 뒤 ‘다른 제품을 상담할 수 없나요?’라고 물었다. ‘네, 고객님, 혹시 어떤 제품의 상담을 원하시나요??’라고 물음표 두 개를 붙여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온수매트에 대한 상담은 불가능하다는 게 챗봇의 마지막 답변이었다. 아직은 많이 똑똑하지 않지만, 5분 넘게 기다려야 겨우 통화가 될까 말까 한 고객상담 전화보다는 분명히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챗봇의 인공지능이 좀 더 높아지는 때를 기대해 본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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