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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저금리의 두얼굴①] 순이자 마진 붕괴 우려하던 은행…가계부채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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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역대 최저 금리에 울상을 짓던 은행들이 역으로 웃고 있다. 예대마진의 축소로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던은행들은 급증한 가계빚 덕분에 오히려 실적이 크게 나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저금리와 구조조정의 악재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각 시중 은행들은 3분기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초과하는 등 어닝서프라이즈(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실적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호실적이 수익구조 개선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중심으로 급증한 가계대출에 따른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한 마디로 박리다매의 영업을 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수익의 예대마진 집중과 그룹 내 은행 편중이 심화되면서 수익구조는 뒷걸음질쳤다는 지적이다.

헤럴드경제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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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가계대출에 은행 실적 ‘하이킥’ =주요 은행들의 3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20일 발표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3분기 실적을 보면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이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넘어섰다. 신한은행의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511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1조4897억원)보다 많았다. 전년 동기 대비 20.7% 급증한 은행 순이익을 바탕으로 신한금융지주의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4년 만에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국민은행의 1~3분기 누적 순이익도 1조1650억원으로 지난해 순이익(1조1072억원)을 돌파했다.전날 발표한 우리은행 실적도 1~3분기 순이익(1조16억원)이 지난해 연간 순이익(9348억원)을 뛰어넘었다.

시중은행들이 높은 실적을 낸 배경에는 여신 규모 성장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가 있다. 특히 구조조정과 투자위축으로 수요가 줄어든 기업대출보다 주담대를 비롯한 가계대출의 급증이 주요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대출 요건을 까다롭게 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됐지만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4.1%(2분기 기준)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저금리에 따른 대출 증가율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은행권 이익 증가의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다시 예대마진에 혈안“…뒷걸음치는 수익구조 =실적은 증가했지만 예대마진을 중심으로 한 후진적 수익구조는 심화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지주의 은행 편중성도 더 짙어졌다.

은행들은 비이자수익 확대를 통한 수익 다변화를 외쳤지만 되레 비이자수익은 감소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비이자 이익은 각각 전분기 대비 32.7%, 29.5%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16곳의 비이자 이익 비중은 미국 상업은행 5338곳 평균(3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2%에 불과하다. 비이자 이익 중심의 수익 다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순이익률(ROA)은 갈수록 악화돼 2012~2015년 사이에 각각 2.74%포인트, 0.2%포인트 떨어졌다.

금융 지주의 은행 편중성도 더 심화됐다. 신한지주의 당기순이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포인트 늘었다. KB금융은 이 기간 은행의 당기순이익 비중이 지난해보다 5%포인트 늘어난 72%를 기록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급증에 기대어 얻은 좋은 실적을 앞으로도 계속 건전하게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면서 “단기 실적에 집중해서는 지속적인 실적달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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