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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DNS 서버 직접 겨냥한 디도스 공격 갈수록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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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동기 대비 75% 급증…"개별 사이트 공격보다 파괴력 훨씬 커"

NYT "대선 기간 대규모 디도스 공격 선거 영향 우려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미국의 네티즌들을 패닉상태로 몰아간 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은 웹 호스팅 업체를 직접 겨냥한 대규모 공격이라는 점에서 사이버 보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웹 호스팅업체 딘의 로고



특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선거 불복'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고, 러시아가 최근 미국 정치기구에 대해 해킹을 감행했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현지 토요일 오전에 미국 동부에서 시작된 인터넷 장애 현상은 트위터,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레딧, 사운드클라우드, 뉴욕타임스(NYT) 등 유력한 사이트에서 목격됐다. 사이트에 접속이 불가능하거나 시간이 한없이 지연됐다.

이날 오후까지 서부 지역인 샌프란시스코에서도 IT 전문매체 리코드 등 일부 유력 웹사이트의 접속은 계속 차단됐다. 해당 사이트를 인터넷에 치면 '연결할 수 없다'는 화면이 떴다.

디도스 공격은 가장 일반적인 사이버 공격이다. 가상의 트래픽을 대폭 증가시켜 실제 사용자가 해당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수법이다.

그러나 이번에 공격을 받은 딘(Dyn)과 같은 웹호스팅 업체에 대한 공격은 단일 웹사이트를 공격하는 것 보다 훨씬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딘은 도메인네임시스템(DNS)을 관리하는 수많은 회사 가운데 하나다. DNS는 인터넷의 교환수와 같은 기능을 한다.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구글닷컴 같은 웹 주소를 숫자로 된 실제 IP로 바꿔주는 기능을 하는 곳이 딘과 같은 DNS 관리 회사가 하는 일이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이 운영하는 DNS 서버가 없다면 인터넷은 작동할 수 없다.

이번 사이버 공격은 인터넷 연결을 지원하는 딘의 인프라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이런 경우 이 서버에 연결된 웹사이트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듯하지만 그 사이트에 접속이 차단되거나 연결이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날 오전 많은 미국인이 경험한 인터넷 마비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딘의 수석 전략분석가인 카일 요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건 일상적인 디도스 공격이 아니다"면서 "인터넷 기반시설의 핵심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와 같은 회사들에 대한 점증하는 강력한 디도스 공격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종류의 공격은 그 숫자나 유형, 공격 지속기간, 그리고 복잡성 등 모든 면에서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인증기관인 미국 베리사인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이런 유형의 디도스 공격이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보안 전문가이자 블로거인 브루스 쉬네이어는 지난달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공격은 서버 운영업체들이 얼마나 잘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그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지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고안된 매우 정교한 공격"이라면서 "누가 이런 일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느낌에는 국가 기관이 개입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를 첫 번째 의심 대상국으로 꼽았다.

NYT는 "오늘 공격의 배후를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유형의 디도스 공격이 미국의 대선 기간에 발생하면서 유권자들의 투표를 저지할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31개 주와 DC는 해외 주둔 미군과 시민들에게 인터넷 투표를 허용하고 있다. 또 혹한지인 알래스카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인터넷 투표가 가능하다.

미국의 전자투표 연구 전문가인 바바라 시몬스 박사는 "이런 디도스 공격은 유권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스윙스테이트에서는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최근 러시아가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보복 공격'까지 시사했다.

만일 조사를 통해 이번 공격 역시 러시아 해커들의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 친 트럼프 성향을 노골적으로 보여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해킹의 배후라는 미국 정부의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고 그 여파는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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