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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한범연의 썸풋볼] 맨시티와 아스널 전술 포인트 비교 - 같게, 또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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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시즌을 앞두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이름 높은 감독들의 대결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설욕을 위해 돌아온 주제 무리뉴 그리고 지난 시즌부터 차근차근 자신을 색깔을 입혀나가고 있는 유르겐 클롭과 젊고 역동적인 팀으로 승승장구 중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그중에서도 펩과 르디올라와 아르센 벵거의 팀은 유독 눈길을 끌고 있다. 워낙 강한 색깔을 고집하고 있어 잉글랜드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의심받던 펩이지만 그 의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스스로를 증명하며 팀을 선두로 이끌고 있다.

아스널에서 20주년을 맞이한 벵거 역시 전술의 고착과 지나치게 신중한 선수 영입을 지적받으며 올 시즌 4강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하지만 의외의 변화를 들고 나오며 상대를 당황시키고 있는 아스널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새로 쓰게끔 밀어붙이는 중이다.

현재 EPL에서 가장 흥미로운 전술을 가지고 나온 두 팀을 비교해 보려 한다. 둘 모두 지난 시즌과는 또 다른 전술을 시도하고 있고, 또 시행착오를 겪으며 계속해서 수정을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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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에서부터 패스를 위한 자리변형을 시작한다. 센터백이 양 측면으로 넓게 벌리고 그 사이에 수비형 미드필더가 들어가는, 이른바 “변형 쓰리백” 라볼피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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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와 아스널 모두 비슷한 형태의 움직임을 보이며 시작한다. 1차적인 움직임이 끝난 모습은 위 그림과 같다. 이 순간 두 팀은 크게는 비슷하지만, 선수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아스널의 경우 라볼피아나를 위해 미켈 아르테타를 적극적으로 써왔으나, 그의 부상과 급격한 기량 저하 이후 카솔라를 해당 위치에 성공적으로 적응시켰다. 물론 카솔라의 부재 시 플라미니는 해당 전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위기를 초래했지만, 코클랭이라는 신예를 발굴해 힘겹게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뛰어난 시야를 갖춰야 가능한 자리이기에 카솔라의 존재는 절대적이었고, 코클랭만으로는 넓게 벌려선 양쪽 풀백을 향해 이어주는 것 이상의 패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계속 측면으로 도망가는 패스만이 만들어졌고, 바깥쪽으로 아스널을 밀어낸 상대는 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아스널은 카솔라-코클랭-외질의 조합을 주로 기용했다. 카솔라가 패스의 출발점이 되면, 코클랭이 지난 시즌과는 달리 활동폭을 넓혀 박스-투-박스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다. 코클랭이 부상당한 이후에는 새로 영입된 쟈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카솔라가 그 앞에서 외질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아주고 있다.

아스널은 선수 구성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의 위치가 달라진다. 카솔라는 주로 두 센터백 사이에 위치하지만 쟈카는 두 센터백의 왼쪽으로, 엘네니는 오른쪽으로 옮겨가는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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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능력이 좋은 수비수 존 스톤스를 거액에 영입한 맨시티는 우려와는 달리 페르난지뉴가 성공적으로 새 전술에 적응했다. 양쪽 풀백과 나머지 한 자리의 센터백을 지속적으로 실험하던 펩이지만, 결국 콜라로프-사발레타-오타멘디를 최우선 선택지로 가져가는 모습이다.

지난 시즌 아스널은 변형 쓰리백의 구성 이후 두 가지 고민을 마주해야 했다.아스널의 지난 시즌을 돌이켜보자. 첫째로 패스가 한 쪽 측면에서만 계속되는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코시엘니에서 패스가 시작될 경우 공은 몬레알을 거쳐 왼쪽 공격수 산체스에게 연결되는 식으로 계속 좌측면에서만 패스가 계속되었고, 이 때문에 수비 압박이 집중되어 이를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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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공이 한쪽 측면에서 진행될 경우 이에 관여하지 못하는 선수가 반대 방향의 풀백과 공격수 두 명이 발생한다. 물론 경기장을 넓게 사용해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반대 측면에 포진한 선수가 있어야 하지만 플레이에 관여하지 못하는 선수가 두 명 발생하는 것은 분명 낭비라 할 수 있다.

-맨시티의 인버티드풀백 (Inverted Fullback)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시티에 적용한 전술은 바로 인버티드풀백이다. 풀백이 기존의 오버래핑을 버리고, 오히려 그라운드의 중앙으로 좁혀 들어가는 것이 핵심인 전술이다.

아래 사진이 바로 기존의 풀백 움직임이다. 풀백은 측면 공격수의 등 뒤로 높게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또 빠르게 내려와 측면 수비를 맡아줘야 한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풀백의 과도한 체력 소모를 불러오는 한편, 필요한 위치에 도달할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필요한 위치에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선수들 사이에서 차이가 있을 경우, 일부 선수들의 움직임이 멈춰지는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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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티드풀백은 선수 전체가 같은 시간 동안 비슷한 거리의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게 해준다. 이 덕분에 선수가 “동시에”, “지속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선수들 간의 일정한 간격 유지를 중요시하는 크루이프의 축구 철학을 계승한 과르디올라의 고민이 엿보이는 선택이다.

또한 풀백이 중앙으로 모이며 해당 지역에서 수적인 우위를 만들어준다. 현재까지도 대다수의 강팀은 세 명의 미드필더를 포진시킨다. 그전까지 널리 사용되던 4-4-2의 두 명 미드필더를 상대로 더 강하게 중앙을 장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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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펩의 인버티드풀백은 4명의 미드필더를 만들어내는 셈이 된다. 중앙을 장악해야 한다는 펩의 목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 덕분에 두 명의 중앙공격형 미드필더들은 자유롭게포워드 수준의 공격 가담이 가능해진다. 실제 맨시티를 상대하는 팀들은 최종 수비라인과 동등한 숫자의 맨시티 공격수들을 막아내야 하는 상황을 쉽게 마주하게 된다.

중앙공격수인 아구에로는 자유롭게 좌우측면 공격수와 위치를 바꿔갈 수 있으며, 그 공간은 데브뤼네가 언제든지 뛰어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특정공간에서 수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분명 다른 곳에서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 펩은 풀백을 데려오며 해결을 하는 셈인데, 보통 옮겨진 선수의 영역은 당연히 비워 놓게 되어 약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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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앞서 설명한 그림을 되돌아보자. 한쪽 측면에서 공격이 진행될 때 반대측면 선수 두 명이 낭비되는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한 바 있다. 인버티드풀백은 그 잉여전력을 중앙으로 끌어다 쓰고 있기에 더욱 효율적인 배치를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인버티드풀백을 통해 얻어내는 이점에 대해 다뤘다면, 공격 전개에서 눈여겨볼 점이 두 가지 있다.

먼저, 양쪽 측면 포워드에게 주어지는 1대1 기회이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움직이는 맨시티 선수들이기에 수비 역시 좁히게 될 수 밖에 없는데, 이 덕분에 반대 측면 공격수에게 공이 연결될 경우 1대1 기회가 많이 만들어진다. 비교적 넓은 지역에서 대개 풀백 한 명만을 상대하게 되는 덕분에 돌파 이후 좋은 득점 기회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스털링이 펩의 지휘 아래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과, 놀리토의 영입을 서둘렀던 것은 이런 특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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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는 하프스페이스의 다른 활용이다. 그라운드를 길게 다섯 등분했을 때 중앙과 측면 사이의 두 공간을 하프스페이스라 일컫는데, 현대 축구 전술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펩 역시 바르셀로나와 뮌헨을 거치며 메시, 로벤 등 하프스페이스를 장악할 수 있는 선수를 기용해 득점을 노려왔다. 눈여겨볼 점은 그동안 하프 스페이스를 이용하도록 지시받은 선수들은 측면 공격수들이며, 그들은 패스와 드리블, 슈팅 모두에 능한 만능 선수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측면 포워드에게 많은 부분을 기대는 것이 과연 효율적일까? 실바와 데브뤼네를 측면에 포진시키는 것이 그들의 100%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펩의 전술에서는 하프스페이스를 이용하는 것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이다. 그리고 실바와 데브뤼네는 측면에 포진되었을 때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윙포워드들은 좀더 집중된 역할을 소화하면 되는 상황이기에 훨씬 부담이 덜어질 수 있다.

하프스페이스는 수비 상황에서도 주요 격전지라 할 수있다. 특히 점유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맨시티의 입장에서는 상대의 빠른 역습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인데, 하프스페이스의 선점은 역습에 대한 효율적인 대비를 도와준다.

지난 시즌 레스터의 역습을 생각해보자. 수비가 뺏어낸 공은 여지없이 캉테에게 연결되고, 몇 번의 짧은 패스를 통해 압박에서 벗어난 후에는 바디를 향해 긴 패스를 시도하는 것이 레스터의 패턴이었다.

하지만 이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캉테나 드링크워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을 뺏어낸 수비가 곧바로 긴 패스를 시도할 수도 있겠지만, 전방에서부터 수비 가담을 해주는 바디가 약속된 위치로 뛰어갈 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한 뿐만 아니라 최종 수비에서부터 날아온 패스는 부정확하고 체공 시간이 길어 수비의 대응이 더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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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스페이스의 선점은 캉테나 드링크워터 등 역습의 기점이 되는 선수들에 대한 압박이 빨라진다. 특히 이 압박은 중앙으로 들어온 인버티드풀백들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다양한 방향에서의 압박이 가능하다. 이런 빠른 압박을 통해 공을 탈취할 경우 위협적인 재역습(혹은 역역습Counter-Counter Attack)을 상대 골문 바로 근처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펩의 맨시티는 몇 가지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귄도간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페르난지뉴를 밀어내고 팀의 중심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는 어느 위치에서도 쉽사리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귄도간은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페르난두에게도 밀려났는데, 페르난두-페르난지뉴 조합이 대실패로 드러나며 펩을 더욱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데브뤼네의 부재가 실바의 어깨에 가혹한 수준의 부담을 얹어준다는 점이 토트넘전을 통해 드러났다. 토트넘전까지 귄도간이 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나바스를 중앙으로 옮겨보는 변칙작전을 시도했지만 결코 데브뤼네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에버튼과의 경기에서 귄도간이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데브뤼네와 아구에로의 복귀까지 호재가 겹치며 한시름 놓았지만,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 리그에서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았음을 확인한 맨시티다. 겨울 휴식기가 없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주요 선수의 공백을 메울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는 펩의 첫 시즌이다.

나아가 자국 간판스타였던 조하트를 밀어내면서까지 데려온 골키퍼, 브라보가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공격수를 상대로 공중전에서 실수를 보이는 것은 물론, 미세한 타이밍이 계속 어긋나고 있다. 무엇보다, 브라보에게서 가장 기대했던 패스 능력이 오히려 맨시티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동료 수비수들이 전 소속팀 바르셀로나 만큼의 수준이 되지 못한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브라보 스스로의 문제가 더 커보인다.

“패스를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발 앞에 가져다 놓는 수준을 의미하지 않는다. 받는 선수의 상황에맞춰 그의 오른발, 혹은 왼발에 맞춰줘야 하며, 적절한 회전 역시 필요하다. 그의 패스는 도저히 “다음 단계”를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의 동료에게 연결되는 일이 잦고, 그나마도 쉽지 않게 굴러온다. 골키퍼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 정도는 해줘야 굳이 수비 불안을 무릅쓰고 골키퍼에서부터 패스 플레이를 하는 의미가 있다. 브라보의 패스는 결국 그 공을 받은 동료들은 선택지가 없어 길게 차낼 수밖에 없는, 자신의 패스 성공률만을 높일 뿐인 플레이다.브라보를 짧은 패스를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게 해줄 필요가있다.

결국 지난 에버튼과의 경기에서 펩은 쓰리백을 사용하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풀백의 위치를 경기 중 지속적으로 이동시키는 대신, 고정된 중앙 미드필더를 사용해 좀더 안정된 포지션 형성을 꾀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나아가 역습 시 상대 공격수의 주력을 따라붙을 수 있게끔 주 포지션이 풀백인 가엘 클리쉬를 쓰리백의 한 명으로 기용해 역습에도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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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공격, 5명 수비의 안정적인 역할 분배를 꾀한 쓰리백 덕분에 맨시티는 공격 작업 시 에버튼의 최종 수비라인에게많은 압박을 가할 수 있었다. 특히 이헤아나초가 스털링-데뷔르네와활발히 자리 바꿈을 하며 에버튼의 뒷 공간을 공략했다. 계속된 에버튼의 골키퍼 스테켈렌 부르크의 신들린 선방이 아니었다면 적지 않은 득점이 났을 경기였다.

다시 포백으로 돌아간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는 처참했다. 펩이 만들고자 하는 팀의 가장 상위 단계라고 말할 수있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굳이 비슷한 철학의, 더 약한 기술 완성도의 팀 그대로 부딪칠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이다. 상대의 하프스페이스를 장악하는 압박을 통해 뺏은 공을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하는 모습은 펩이 맨시티의 선수들에게 원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바르셀로나의 압박을 떨치지 못한 그들이었기에 굳이 데브뤼네를 포워드로 기용한 의미가 사라진 경기였다.

-아스널의 폴스나인 (False-9)

지난 시즌 아스널을 괴롭혀온 것은 공격수였다. 상황에 따른 기대골값(Expected Goal, xG) 수치는 지루가 결코 나쁜 공격수가 아니라 말하고 있지만, 아스날 팬들에게 지루가 놓친 기회들은 너무 크게 다가왔다.

(지난 시즌 지루의 리그 xG는 15.63이었는데, 실제 그는 15골을 기록했다. 생각보다 많은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물론 xG는 아직 측정하는 사람에 따라 다소 달라지기도 하는 등 정확한 수치라 말하긴 어렵지만 지루가 전체적으로 심각하게 부족한 결정력을 보여준 것은 아님을 알 수있다. 그러나 [득점/xG]가[19/13.94]에 달하는 제이미 바디와 비교했을 때 결코 우승을 노리는 팀의 주전이 되기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또 워낙 놓친 기회들의 임팩트가 강했다. 나아가 움직임이 지나치게 정직하고 발이 느리기에 특별함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포워드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였다.)

벵거는 몇 번의 실패 이후 이적시장 막바지에 루카스 페레스를 데려왔다. 지루보다 역동적인 포워드지만, 거친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는 상황에서 벵거는 의외로 산체스를 포워드에 기용하는 강수를 두었다.

첫 경기는 실패였다.
운동량이 부족하다 느낄 경우 경기가 끝나고 모두가 떠난 그라운드에서 혼자 달리기를 할 정도로 자신의 활동량을 주체하지 못하는 산체스는 스트라이커임에도 그라운드 전체를 휘젓고 다녔다. 지난 시즌의 움직임에 익숙한 윙포워드들은 산체스가 움직여 나간 빈 공간에 뛰어들어오는 대신 여전히 넓게 벌려주기에 급급했고, 아무도 없는 골문 앞을 바라보며 공을 돌리기만 할 뿐이었다. 가끔 산체스가 박스 안에 있더라도, 의미 없는 크로스가 그의 머리에 맞을 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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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체스의 포워드 기용은 프랑스, 독일 등의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유로에 참가한 공백을 메우는 일시적인 선택으로 보였다. 그러나 또다시 산체스를 포워드에 세운 아스널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내려간 뒤 중앙에 두 명의 미드필더가 남게 된 아스널은 의외로 산체스가 아래로 내려오며 숫자 균형을 맞춰준다. 지금껏 늘 박스 근처에서 찬스 만들기에 집중해온 외질은 더 아래로 내려오며 수비에서 공격으로 이어지는 패스에 속도를 붙여주는 역할을 맡아주고 있다. 한결 빨라진 연결은 산체스가 압박이 강해지기 전에 공을 잡을 수 있게 해주고, 이때 중앙을 향해 돌진하는 월콧과 이워비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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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속도가 붙은 공격은 그야말로 아스널 최대의 장기라 할 수 있다. 빠른 템포의 공격으로 인기를 끌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최근 아스널의 공격은 추억을 되살리기 충분해 보인다. 특히 아스널을 괴롭게 만들었던, 이른바“버스”수비를 선보이는 팀들을 상대로도 연승을 거두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런 아스날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양측 윙포워드들의 달라진 자세라 할 수 있다. 지난날 단순한 움직임과 엉성한 드리블로 눈총을 받은 월콧과 빈약한 수비 가담과 어설픈 마무리 패스로 아쉬움을 남겼던 이워비가 그 주인공들이다.

중앙공격수로서의 욕심을 버리고 측면에 집중하겠다 선언한 월콧은 매 경기 상당한 수준의 수비 가담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자신의 최대 장점인 속도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굳이 드리블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잘 이해하는 듯, 패스를 주고 달려나가는 월콧의 플레이가 아스널의 가장 무서운 공격 루트를 만들어준다.

아직 덜 여문 유망주로만 보였던 이워비는 지극히 “아스널 맞춤형”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에 어려움을 보이며 경험 부족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던 이워비는 올 시즌 산체스, 외질, 몬레알 등 가까운 위치의 모든 동료를 활용해 간결히 공격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월콧이 산체스를 넘어 침투해 들어간다면, 이워비는 산체스를 축으로 이용하며 주고받는 패스로 길을 열어나가는 셈이다.

그러나 아스널 역시 번리와 스완지를 상대로 힘겨운 승리를 거두며 자칫 미끄러질 뻔 위험을 가까스로 피했다. 헐시티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첼시, 바젤 등의 팀을 손쉽게 격파할 수 있었던 아스널 공격의 힘은 빠른 진행에 있었다. 간결히 만들며 슈팅에 이르기까지 속도를 붙여나가던 아스널이었지만 번리를 상대로는 선수 한 명 한 명에 공이 지나치게 오래 머무른 것이, 또 스완지를 상대로는 역습의 조기 차단에 실패한 것이 어려움을 초래한 것이다. 아스널은 어떻게든 불필요한 터치를 줄여나가는 것이 공격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닮아가는 두 팀 (1) 풀백

비슷한 시작 이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 두 팀의 경기는 8라운드를 거친 현재 조금씩 닮아가고 있다. 맨시티의 경우 인버티드풀백 형태를 취하기 위해 볼 점유를 유지하며 천천히 그 형태를 이루어가는데, 두 풀백은 결코 급하게 뛰어서 자신의 자리로 옮기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 더 빠른 공격 자세를 취할 때는 인버티드풀백이아닌 전형적인 오버래핑을 가져가는 풀백의 움직임을 보여주며 두 형태의 전술을 한 경기 내에서 병행하고 있다. 상당한 양의 훈련을 거쳤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맨시티가 펩의 의도만큼 안정적인 패스플레이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선수 기량의 문제도 있겠지만, 타 리그보다 더 강하게 부딪쳐오는 상대로 인해 패스 플레이에 필요한 만큼의 움직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공격 시 최종 처리 역시 시즌 초반에 비해 급해진 느낌이 강하다. 펩의 축구는 단순히 공 점유의 지속이 아닌, 상대의 박스 근처로 공이 투입되었다가 다시 빠져나오는, 인-아웃-인-아웃이 계속된다. 이를 통해 상대 수비의 집중력을 고갈시키고 위치와 시야를 흔들어 만들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득점을 이루어내는 것인데, 시즌 초반 이를 무섭도록 잘 실행해온 맨시티의 공격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급하게 슈팅을 가져가는 모습이 목격된다.

완벽한 득점 기회가 아닌 이상 수비를 흔들어만 주고 다시 패스를 이어나가는 펩의 축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맨시티의 축구의 악순환 때문이다. 패스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팀원들 간의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되어 패스 경로가 늘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맨시티는 공격과 수비의 간격이 벌어지고 있어, 공격 시 슈팅까지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쉽게 다수의 수비에 둘러쌓이게 된다. 패스보다는 슈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비가 필요한 만큼 올라오기 전에 공격이 끝나는 장면이 반복되면 수비의 전진이 자연스레 늦춰진다. 지속적으로 공격을 가하는 축구가 아니라, 계속 공격과 수비가 전환되면서 맨시티의 수비진들은 역습에도 충분히 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맨시티의 경기에서 인버티드풀백의 형태를 취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대신 풀백이 측면공격수 등 뒤로 오버래핑을 취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이는 결코 긍정적인 변화라 말하기 어렵다.

비록 맨시티와 아스널의 흐름은 다르지만, 두 팀의 모습은 점차 닮아가고 있다. 아스널에게서 맨시티와 비슷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인공은 풀백이다. 풀백의 공격가담을 측면 공격수 기준으로 구분하자면 오버래핑과 언더래핑으로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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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같이 측면 공격수 등 뒤로 돌아나가는 움직임이 오버래핑, 반대로 그라운드 중앙으로 움직여주는 것이 언더래핑이다. 그리고 아스널에서 혜성 같이 등장한 풀백, 베예린의 특징이 바로 언더래핑을 무섭도록 잘한다는 점이다.실제 이 움직임을 통해 여러 번 기회를 만들어냈으며, 득점까지 기록한 베예린이다.

이런 베예린에 발맞춰 반대쪽의 몬레알 역시 중앙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맨시티의 인버티드풀백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스널 역시 공격 시 성급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고, 이 때문에 상대에게 공격권을 내어주는 빈도가 높다. 그러나 이를 단단히 메워주는 수비력과, 높은 패스 능력을 보여주는 두 센터백 덕분에 좋은 흐름을 유지한 아스널이다.

-닮아가는 두 팀 (2) 공격

아스널은 빠른 공격을 통해 시즌 초반 잃었던 승점을 만회하고 있다. 헐시티와의 경기에서 빠른 선제골을 만들어냈지만 후속 득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헐시티의 맹렬한 저항을 이겨내야 했고, 4-1이라는 점수에서 드러나지 않은 험난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컵경기에서 화력을 재정비한 아스널은 첼시와의 경기에서도 빠르게 점수 차이를 벌리며 경기를 장악했다. 상승세를 타던 그들이 주춤한 것은 번리와의 경기. 행운이 따른 승리를 기뻐하면서도, 후보 명단에 저하된 경기력을 반전시켜줄 수 있는 카드가 없음을 여실히 깨달으며 우려를 낳았다.

맨 시티는(아직 펩의 축구가 충분히 이식되었다 말하기 어려운 1라운드와 1차전 대승 이후 여유있게 임했던 챔피언스리그 예선 2차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빠른 두 번째 득점으로 2-0 상황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스완지와의 컵경기에서 처음으로 전반을 무득점으로 보냈으며, 재차 리그 경기에서 마주친 스완지에게 9분 선제골을 기록하나 곧바로 동점골을 허용한 후 65분까지 앞서지 못했다.
다음 상대는 셀틱. 큰 기량 차이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선제골을 내어주며 셀틱의 강한 저항에 당황한 끝에 3-3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그후 토트넘과의 경기에서는 경기를 완전히 내어주며 2-0 완패. 확연히 분위기가 가라앉는 흐름이었다.

다행히 맨시티는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비록 에버튼과의 홈경기에서 1-1으로 비기며 결과적으로는 아스날의 추격을 떨쳐내지 못했지만, 경기력은 살아났다는 것이 희망적이다.
에버튼전에서 맨시티가 보여준 변화는 쓰리백뿐만이 아니라, 아구에로와는 다른 이헤아나초의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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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8월에 있었던 선덜랜드와의, 또 9월에 있었던 묀헨글라드바흐와의 경기에서 맨시티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여준다(분석: Sander IJtsma -@11tegen11). 두 윙포워드가 상당히 전진해서 공격을 진행하고 있고, 데브뤼네가 아구에로와 가깝게 붙어주며 파트너로서 활발한 공격 가담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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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난 에버튼과의 경기에서는 공격이 훨씬 더 직접적으로 골문 방향을 노리도록 전개되었다. 측면 공격수가 넓게 벌려서기보다는 최종 수비수 라인과 직접 경합하며 뒤를 노리는 형태이다. 눈여겨볼 것은 스털링, 데브뤼네가 이헤아나초보다 오히려 더 앞서 있다는 점.

큰 체격 조건을 자랑하는 이헤아나초이고, 빠른 속도와 개인기를 내세운 아구에로이기에 후자가 오히려 자유분방하게 움직이고 그 공간을 윙포워드가 채워주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 같지만, 오히려 아구에로가 최종 수비수와 더 직접 승부를 겨뤘다. 대신 이헤아나초는 수비수를 끌어들이고, 그 뒤를 데브뤼네에게 맞기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는 편이다.

이처럼 윙포워드가 대각선 안쪽으로 파고들며 중앙 공격수가 만들어낸 공간을 이용해 득점을 올리는 형태는 맨시티의 시즌 초반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오히려 아스널이 월콧을 이용한 공격을 즐기는모습과도 유사하다.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데브뤼네를 포워드로 기용한 바르셀로나전 역시 펩의 고민을 보여준다.

의도치 않게 두 팀이 닮아가는 모습을 비교하며, 그들이 시즌 도중 또 어떤 변화를 보일지 지켜보는 것도 EPL의 재미가 될 수 있을 듯하다. A매치 기간 휴식 이후 양팀 모두 자세를 가다듬은 상황. 아스널은 테오 월콧의 상승세가 무섭고, 맨시티는 데브뤼네와 아구에로가 복귀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다만 토트넘이 무서운 기세로 따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맨시티는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전 참패를 딛고 일어서야 하고, 아스널은 어리석은선 택으로 퇴장당한 쟈카의 빈 자리를 채워야 한다. 여러모로 각오를 다져야 하는 맨시티와 아스널일 수밖에 없다.

(SBS스포츠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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