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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포공항역 사고]'빨리빨리 문화가 낳은 참극?'…풀리는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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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지난 19일 발생한 김포공항역 승강장 승객 사망사고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미스터리를 요약하면 우선 이번 사고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있는 최초 신고자인 남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당초 이 신고자는 열차 출입문을 열어달라고 객차내 인터폰을 통해 기관사에게 요구했고 기관사는 이후 27초간 출입문을 연뒤 열차를 출발시켰다. 승객 김모(36)씨는 열차 출발과 함께 끌려가다가 결국 사망했다.

최초 신고자가 김씨가 끼어있는 것을 발견해 기관사에게 알렸다면 당연히 이후 일어난 사고를 목격했을 것이고 재신고 등 어떤 조치를 취했을게 당연한데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었다.

여기서 기관사가 열차 출입문을 열어둔 27초란 시간 동안 김씨가 객차로 들어오지 않고 무엇을 했길래 스크린도어와 열차 출입문 사이에 있다가 사망에 이르렀는지도 베일 속에 가려져 있었다.

승객이 끼어있다가 사고가 났는데도 끼임현상을 알리는 경고등이 켜지지 않은 것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21일 경찰발표로 드러난 사고 목격자들의 진술내용을 보면 미스터리에 대한 풀이가 어느정도 가능해진다.

일단 최초 신고자는 사망한 김씨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목격자에 따르면 김씨는 스크린도와 열차 출입문이 모두 닫힌 상태에서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직접 인터폰으로 기관사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승객끼임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끼임이 없었다면 당연히 경고등이 켜질리 없다.

하지만 기관사는 열차 출입문에 승객이 끼어있는 것으로 인지하고 출입문을 열었다. 김씨는 열차운행이 중단된 뒤 출입문이 열리자 닫힌 스크린도어를 강제로 열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도어는 그러나 임의 개폐가 불가능한 구조다. 그 사이 열차 출입문이 도로 닫히면서 김씨는 스크린도어와 열차 출입문 사이 27cm의 발판에 머물다가 출발하는 열차와 접촉하면서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 김씨는 왜 그토록 스크린도어를 열려고 했을까.

김씨는 사고 당일 인천공항 인근에 있는 직장으로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김포공항역은 그가 인천공항역으로 가기 위해 열차를 갈아타는 환승역이었다. 김씨는 인천공항역에서 내린 뒤에도 다시 셔틀버스를 갈아타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회사 직원들이 통상 10분 이상 일찍 출근한다고 전해진 것을 감안하면 사고가 발생한 7시10분 안팎은 빠듯한 출근시간대였을 공산이 크다.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이번 참사는 출근시간에 쫓긴 사망자 김씨의 과실, 정시 출발을 우선시해 승객의 안위를 확실히 살피지 않은 서울도시철도공사 시스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빨리빨리 문화'가 만들어낸 참극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sds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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