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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승마선수 정유라의 국제대회 성적을 알려드립니다 [더(The)친절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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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대학생 정유라씨는 출석 없이 수준 이하의 리포트를 내고도 학점을 이수할 수 있었습니다. 오타와 비문, 비속어가 난무하는 리포트 내용을 들여다본 분들도 많으시지요. 그렇다면 승마선수로서 정유라씨에 대한 평가는 어땠을까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충분한 정보일까요. 체육특기자로 이화여대에 입학해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지원을 받은 정유라 선수는 과연 승마 유망주일까요? 2020년 도쿄여름올림픽에는 출전할 수 있을까요? 의문을 풀고자 정유라 씨의 공식 기록과 탔던 말들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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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2013년 7월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마장마술 경기에 참가하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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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무대에서 단체전 금메달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승마에 대한 공부부터 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정유라 씨의 전공인 마장마술은 말과 함께 하는 체조 또는 발레로 불리는 종목입니다. 말을 다루는 기술을 겨루며 5명의 심판이 낸 점수를 평균 내 순위를 겨룹니다. 채점 때 최고점과 최하점을 빼지 않는다는 점에서 체조 등의 종목과 차이가 있습니다.

마장마술 경기에는 입문등급(Introductory Level)부터 4등급(4th Level)까지 모두 6개의 하위 등급이 있습니다. 이 하위 등급을 벗어나면, 또 프릭스세인트조지부터 인터미디어트 1, 인터미디어트 2, 그랑프리(또는 그랑프리 스페셜) 네 등급으로 나뉘어 집니다. 이 네 등급과 ‘음악에 맞춘 인터미디어트 1 프리스타일(Intermediate I Freestyle to Music, 이하 프리스타일)’, 그랑프리 프리스타일 (Grand Prix Freestyle to Music) 종목의 성적만 국제승마연맹의 랭킹에 반영됩니다.

국제승마연맹은 정유라씨가 출전한 공식경기 성적을 누리집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유라 씨는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이 소유한 2001년생 말 ‘로열레드 2(Royal Red 2, 이하 로열레드)’를 타고 프릭스세인트조지(Prix Saint-George) 등급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며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성적을 살펴보면, 한국의 금메달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기수는 정유라 씨가 아니라 75점 만점에 74.342점을 받은 에이스 황영식 선수와 71.237점을 받은 김동선 선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씨의 개인 성적은 참가자 32명 가운데 5위에 해당하는 69.658점입니다. 국제승마연맹의 기수 개인 랭킹에도 단체전 금메달이 아닌 이 기록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정씨는 프릭스세인트조지 바로 윗단계 난이도인 ‘인터미디어트 1(Intermediate I)’ 등급에서 30명 가운데 8위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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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스세인트조지 등급에서의 정유라씨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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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생 ’피프티 센트 6’=‘망할 **’?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자격으로 2015년 이화여대에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한 정씨는 같은해 10월9일 프랑스 비아레츠 대회에서 프릭스세인트조지와 인터미디어트 1, 프리스타일 세 종목에 출전해 본격적인 경력을 시작합니다.

정씨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겨준 로열레드, 새로운 말인 ‘피프티 센트 6’(Fifty Cent 6, 2007년생. 이하 피프티센트)와 함께 대회에 참가했는데, 처음 경험하는 세계의 벽은 높았습니다.

한 기수가 말을 바꿔 달릴 수 있었던 이 대회에서 정씨는 11번의 프릭스세인트조지와 인터미디어트 1 등급 경기에서 로열레드로 6등과 8등을 기록합니다. 피프티센트는 두 등급 모두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대회 마지막 날 치러진 프리스타일은 로열레드와 함께 출전했다가 기권합니다. 이 대회를 끝으로 피프티센트의 이름은 정씨의 선수 이력에 두 번 다시 등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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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디어트 1 등급에서의 정유라씨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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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간격 강행군, 반짝 성적 내기도

정유라 씨는 비아레츠 대회가 끝난지 약 열흘 뒤인 10월23일 프랑스 르망 대회에 참가해 22번의 프릭스세인트조지와 인터미디어트 1 등급에서 로열레드로 17등과 9등을, 새로운 말 ‘살바토르 31’(Salvator 31, 2007년생. 이하 살바토르)로 18등과 최하위인 22등을 기록합니다.

정씨는 르망 대회가 끝나고 약 열흘 뒤인 11월6일 폴란드 자크로프 대회에 참가하는 강행군을 이어갔습니다. 이 대회에서 정씨는 로열레드를 타고 18번의 프릭스세인트조지 경기 가운데 오스트리아의 벨린다 바인바우어(2016년 세계랭킹 139위), 네덜란드의 예시카 레이제르(세계 랭킹 없음)에 이어 3등을 차지합니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빼면 정씨가 지금까지 낸 가장 좋은 성적입니다. 정씨와 로열레드는 프리스타일 종목에서도 13경기 가운데 5등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냈습니다. 두 종목에서 적은 액수나마 상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씨와 함께한 다른 말 살바토르는 18번의 프릭스세인트조지와 인터미디어트 1 경기에서 각각 12등과 16등에 머무는 저조한 성적을 냈습니다. 로열레드 역시 인터미디어트 1에서 중하위권인 13등에 머물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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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등급에 출전한 정유라씨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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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레드와의 이별, 그리고 혼란

2016년 2월, 정씨는 로열레드, 새로운 말 ‘라우싱 1233’(Rausing 1233, 2007년생 이하 라우싱)과 함께 프랑스 남부의 휴양지 니스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합니다. 정씨는 10번의 프릭스세인트조지와 인터미디어트 1 경기에서 로열레드로 4등과 10등, 라우싱으로 6등과 8등을 기록했습니다. 정씨에게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과 자크로프 대회 3등의 기록을 안겨준 로열레드는 이 대회 인터미디어트 1 등급 최하위에 머물면서 한계를 드러냅니다. 이 대회를 끝으로 로열레드는 정씨의 선수 경력에서 사라집니다.

정씨는 지난 5월 라우싱, 새로운 말 ‘비타나 V’(Vitana V, 2002년생. 이하 비타나)와 함께 덴마크 알보르그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비타나는 삼성이 정씨를 위해 구입해준 그랑프리 등급 명마로 널리 알려졌는데,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정씨는 이 대회에서 상급 경기인 그랑프리와 그랑프리 스페셜에 참가해 19번의 그랑프리 경기 가운데 9등, 14번의 그랑프리 스페셜 경기 가운데 12등을 거뒀습니다. 비타나는 지난 6월 독일 하겐 대회 그랑프리 등급에서도 정씨에게 공식 경기 최하점(59.033)을 선사하며 16번의 경기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정씨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 9월까지 살바토르와 라우싱을 번갈아 타고 여러차례 프릭스세인트조지, 인터미디어트 1 등급 경기에 출전했지만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고 있습니다.

2년새 말 다섯마리…재력의 근원은?

말의 수명은 25년 안팎입니다. 경기마로 최상의 기량을 내는 나이는 7~12살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정씨에게 가장 좋은 성적을 안겨준 로열레드는 2001년에 태어났습니다. 벌써 15살이죠. 인터미디어트 1 등급과 프리스타일에서는 분명한 한계를 보여줬고, 그랑프리 등급 경기에는 출전도 하지 못했습니다. 당장 성적을 내려면 로열레드를 타야겠지만 2년 뒤 도쿄올림픽을 생각하면 젊은 말을 찾아야 합니다.

한국팀의 에이스인 황영식 선수는 2011년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15억, 메달권에 들려면 30억원짜리 말을 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이 정씨에게 사준 10억원 짜리 말인 비타나도 메달권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비타나는 로열레드보다 고작 한살 어릴 뿐입니다. 그랑프리 등급 경험이 없는 정씨가 단기 성적을 내기 위해 일단 경험많은 말을 영입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에 같이 가기는 무리가 있겠지요.

정씨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모두 다섯마리의 말을 탔습니다. 이 가운데 2007년생 말들만 세차례 갈아탔습니다. 도쿄올림픽을 대비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승마선수인 정씨가 말을 여러차례 바꿔타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노력의 한 부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말 한필을 구입하기 위해 최소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이 들어간다는 사실과 더불어 삼성이 구입해준 비타나의 예를 보면, 정씨가 누구의 돈으로 말을 이토록 자주 바꿔타고 있는지는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은 ‘주요 성적’으로 분류 안돼

정씨는 안방에서 치러진 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70점에 근접한 적이 없습니다. 성적이 나아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화여대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특례입학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만, 국제승마연맹은 세계 상위 랭커인 유럽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 아시안게임을 ‘주요 성적(Major Result)'으로 분류하지도 않습니다.

국제승마연맹이 집계하는 올 시즌 여자 승마 1위는 독일의 크리스티나 슈프레입니다. 그의 총점은 2813점입니다.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 하나와 동메달 2개를 땄습니다. 정씨는 현재 381점으로 829명 가운데 561위입니다. 아시안게임을 제외한 세계 무대에서 보여준 성적과 국제승마연맹 랭킹으로 볼 때 정씨를 ‘유망주’로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승마계에서 떠도는 ‘말이 7할, 기수가 3할’이라는 이야기나 황영식 선수의 주장처럼 정씨가 수십억원짜리 좋은 말을 타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둘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의미있는 사업에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비인기종목 선수들 상당수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힘들게 운동하거나 꿈을 접기도 하는데, 이렇다할 성적도 내지 못한 정씨가 국가와 대기업, 대학의 압도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올림픽 출전까지 노리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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