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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등기이사' 이재용이 풀어야 할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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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7 사태 조기 수습 '발등의 불'…연말 인사도 관전포인트

그룹 사업 구조조정 매듭·신성장동력 발굴·창의적 조직문화 개편도 숙제

연합뉴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삼성전자[005930]의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앞에 놓인 숙제들은 무엇일까.

그동안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부회장 직함만을 갖고 경영에 관여해왔다. 하지만 등기이사가 되면 사업계획이나 투자, 채용, 인사 등 경영의 주요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이사회 구성원이 된다. 의사결정 권한과 그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모두 안게 되는 것이다.

발등의 불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표면화된 신뢰의 위기, 삼성 브랜드의 가치 하락 문제를 조기 수습하는 일이다.

무선사업부에서 실무적으로 풀어갈 일들이긴 하지만 삼성전자가 당면한 중대위기인 만큼 이를 진두지휘할 책임이 이 부회장에게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도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가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관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차적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노트7의 환불·교환 조치를 순조롭게 마무리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의 일부 소비자들은 잇따른 리콜과 환불 조치로 입은 정신적 손해, 시간 손실, 제품 사용에 따른 불안 등에 대해 배상을 하라며 소송을 내기도 했다.

갤럭시노트7 발화의 정확한 원인도 규명해야 한다. 그 자체가 '기술의 삼성'을 입증하는 검증대인 데다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삼성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 사과는 어렵다는 게 삼성 내부 기류다.

삼성 관계자는 "해당 사업부의 수장이 이미 사과를 했고, 앞으로도 실무 사업부에서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앞으로 이와 유사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부회장이 직접 나서야 하는 전례가 될 수도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내년 3월께 출시될 차기작 갤럭시S8의 성공도 단기적인 시험대다.

갤럭시S8의 성공은 갤럭시노트7로 균열이 간 삼성 브랜드의 신뢰성을 치유하면서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업체란 위상을 재정립하느냐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12월 초에 있을 정기인사에서는 적지 않은 변동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이재용 체제의 안착을 위한 중폭 이상의 인적 쇄신이 있을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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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 노트7 교환 및 환불이 시작된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 매장에서 고객이 교환에 필요한 서류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다만 구체적인 대상이나 범위에 대한 관측은 삼성 내부에서도 조심스럽다.

갤럭시노트7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인사도 뒤따를 전망이다. 주요 임원들의 경우 경영 성적에 따른 신상필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다만 이번 실패가 혁신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란 점에서, 혁신을 장려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메시지를 어떻게 인사에 담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는 이번 노트7 단종 사태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삼성전자 내 '혁신 조급증' 문화의 탈피와도 관련돼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7이나 갤럭시노트7을 보면서 이제 삼성전자가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 올라서는 변곡점에 서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천문학적 손실을 보긴 했지만 혁신의 시도 속에 나온 실패란 점에서 조직이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넘어갈지 구성원들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세에 대한 대응도 중요한 숙제다. 이는 엘리엇이 먼저 던진 '지배구조 개편'이란 화두와도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은, 천문학적 비용에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매머드급 작업이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엘리엇이 명분을 제공해준 만큼 삼성전자로서는 이 화두를 꺼내기가 좀 더 수월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판도 결국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밟아야 할 수순의 하나라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시점이다. 매머드급 작업인 만큼 이를 공론화하기 전에 재정적으로나 법리적으로 준비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 삼성이 지배구조 전환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삼성SDS의 분할 등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만큼 이런 작업들을 마친 뒤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50.72%에 달하는 외국인 지분을 어떻게 달래느냐가 관건이다.

엘리엇이 "새롭게 구성될 리더십을 통해 빛나는 업적을 지속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 "창업주 가족과 경영진의 공로는 찬사받아 마땅하다"며 오너(총수) 일가를 띄워주긴 했지만 이는 결국 배당 확대나 주가 상승을 통한 이익 극대화 전략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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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엘리엇 측이 실제 겨냥한 타깃은 ▲ 30조원의 특별배당 ▲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미국 나스닥 상장 ▲ 독립적인 사외이사 3인의 추가 선임 등의 요구사항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로서는 현실적으로 이를 액면 그대로 수용하긴 어렵고,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다면 엘리엇을 포함한 국내외 주주들을 만족시킬 만한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좀 더 중장기적으로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육성이란 과제가 있다.

이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을 맡기 시작한 이후 삼성은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사업,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신수종 분야로 보고 이를 집중적으로 키워왔다.

화학과 방위산업 등 비핵심 분야 계열사·사업을 팔아치우는 '빅딜'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벌여온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에 있었다.

이 같은 사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여러 계열사 재편설 등도 시장에서는 계속 거론된다.

다만 아직은 이들 신사업 분야에서 손에 잡히는 큰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일부 사업은 최근에야 본격 착수하는 등 일천한 사업 경력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이들 신규 사업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또 조직의 안정과 역량 집중을 위해 사업 구조조정도 하루빨리 매듭 지어야 한다.

상명하복식 업무 관행, 수직적 조직 체계 등 조직 문화의 개선도 이재용 부회장이 떠안아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퍼스트 무버로 전환하고 혁신 상품을 끊임없이 배출하려면 군대식 조직 문화, 제왕적 경영 방식보다는 좀 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뒤따라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의바탕 위에서 구성원들의 창의성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4월 창의적 조직 문화를 강조하는 '스타트업 삼성'이 되겠다고 선포했다. 이어 6월에는 연공주의를 깨겠다며 임직원끼리 부를 때 '○○○님'이란 호칭을 쓰고, 회의·보고는 필요한 사람만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도록 하겠다며 인사 제도 개편안도 내놨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의 글로벌 위상이 달라진 만큼 이재용 부회장 시대의 삼성은 이건희 회장 시대의 삼성과는 차별화돼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등기이사에 오르는 이 부회장이 변화의 흐름을 잘 읽고 자기만의 색채를 담아 경영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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