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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월드 이슈] "여성 살해 멈춰라"… 아르헨 여성들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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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시간마다 1명꼴 남성에 피살 / 16세 소녀 엽기적 살해 민심에 불 / 가부장 사회 규탄… 정부대책 촉구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 검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들은 “검은 옷은 우리의 연대와 결속, 분노를 의미한다”며 “여성 살해를 멈추라”고 호소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 17일간 여성 19명이 남성에 살해당했다”며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 사회를 규탄하고 여성폭력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거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검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페미사이드(여성살해)를 규탄하며 정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캡처


아르헨티나의 비영리단체 ‘미팅 하우스’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는 31시간마다 여성 1명이 남성에 살해당하고 있다. 페미사이드(여성살해, femicide)가 만연한 상황에서 민심에 불을 붙인 건 이달 초 남성 3명에게 살해된 16세 소녀 루시아 페레스의 사진이 공개되면서였다. 루시아의 처참한 피해 모습은 아르헨티나 여성들을 경악하게 했다. 남성들은 루시아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여한 뒤 수차례 성폭행과 고문을 했다. 이 과정에서 루시아는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 이 사건을 맡은 루스 마르티네스 검사는 “이것보다 끔찍한 사건을 본 적이 없다”며 “여성들에게는 다음 피해자가 내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있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아르헨티나 사회의 ‘마치즈모’(남성성을 과시하는 태도) 문화와 남성의 폭력에 순응하는 여성들, 가부장제 사회를 페미사이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아르헨티나는 2012년 여성살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법을 제정했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이 남성에 의해 살해당하고 있다.

국제무기조사기관인 ‘스몰 암스 서베이’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페미사이드 비율은 10만명당 1.4명이다.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13.5명으로 여성들이 살기 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힌다. 이날 시위에 나선 제니 살라사르는 “남미에는 마치즈모 문제가 심각하다”며 “그런 남성들을 조심하라고 여성들에게 가르치지만, 남성들에게는 여성을 존중하라고 가르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피해를 당한 루시아의 남성형제인 마티아스 페레스는 “또 다른 수천명의 루시아가 만들어지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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