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훅INSIDE]평창 아라리요 ‘좋아요’ 누른 수십만 외국인의 진실은?

댓글 7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디지털, 모바일 온리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아직 디지털 콘텐츠는 1도 잘 모르는 기자들이 일하는 HOOC. [훅INSIDE]는 사건과 이슈를 조금이라도 더 집요하게 파헤치려고 노력하는 HOOC의 노력입니다>

[HOOC=서상범 기자ㆍ홍윤정 인턴]요즘 한 동영상이 논란입니다. 다가오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관련 영상인 ‘아라리요 평창’이 논란의 주인공입니다. 지난 9월 말 이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뒤, 네티즌들은 “평창 올림픽을 홍보하라고 만든 영상이 맞냐”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요. 비난의 이유는 바로 수준 이하의 내용 때문입니다.

헤럴드경제

사진=아라리요 2018 유튜브 캡쳐. 효린씨에게 악감정은 전혀 없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걸그룹 씨스타의 멤버 효린과 개그맨 김준현 등이 출연한 이 뮤직비디오는 평창의 ‘해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아리랑에 맞춰 춤을 추게 된다는 내용으로 짜였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나 유머 코드가 엉성하다는 비난과 함께 ‘부끄러운 B급 작품’이라는 평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연연출가 탁현민 씨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평창 뮤비는 B급문화도 아닌, 그냥 못만든 것이라며 힐난하기도 했죠.

실제 20일 현재 유튜브에서 이 영상은 조회수 140만 여회를 기록 중이지만, ‘좋아요’ 수는 690여 명에 불과합니다. 반면 ‘싫어요’는 2만9000여 명을 기록하고 있죠. 여기에 이 영상을 제작의뢰하고, 확인, 관리한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2억7000만원이라는 예산을 사용했다는 것 역시 비난에 기름을 부은 상황입니다.

헤럴드경제

평창 아라리요 게시물에 달린 격한 반응


이렇게 논란이 되자 영상을 담당한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는 지난 18일 서둘러 공식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자료에서 문광부는 해당 영상은 평창 올림픽의 공식 홍보 영상이 아닌, 온라인 댄스영상 콘테스트를 홍보하기 위한 뮤직비디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작품성 논란에 대해서는 외국의 네티즌들을 홍보대상으로 쉽고 유쾌하게 제작했다고 해명했는데요. 그러면서 문광부는 “외국인들로부터는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와 아라리요 페이스북에 동시에 게시가 됐는데요. 문광부는 “페이스북에서는 9월말 동영상을 게재한 이후 10월 18일까지 감상한 누리꾼이(네티즌)이 22만여 명에 달했고, 이 중 ‘좋아요’를 누른 이가 22만907명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디와 댓글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좋아요’를 클릭한 누리꾼 90% 이상이 외국인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보면 “뮤직비디오가 외국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헤럴드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영상이 배포된 채널 중 유튜브에서는 반응이 저조하지만, 다른 채널인 페이스북에서는 본래 타겟층인 외국인에게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말입니다. 수십만 명의 외국인이 좋아한 이 영상을, 과연 한국에서만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요? 외국인들에게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코드가 있어서, 아라리요 영상이 이른바 ‘먹힌’ 것일까요?

HOOC은 아라리요 공식 페이스북에서 이 영상의 비밀을 분석해봤는데요.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헤럴드경제

사진=아라리요 2018 페이지 캡쳐. 24만명의 좋아요를 누른 이들을 찾아보니 인도네시아 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4만개의 좋아요, 과연 정체는?=우선 20일 기준으로 해당 영상은 좋아요 24만6053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문광부가 해명자료를 낸 이틀 만에 무려 2만여 개의 좋아요가 증가한 것입니다. 이런 수치는 정말 대단한 성과입니다. 특히 영상이 공개된 지 20일 이상이 지나고도 좋아요가 수만 개나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죠. 그렇다면 좋아요를 누른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구성이 뭔가 이상했습니다. 분명 외국인으로 보이는 이름과 사진을 가진 사용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절대 다수가 인도네시아 지역의 사용자로 추정되는 이들이었습니다. HOOC은 인내심을 가지고 역순으로 좋아요를 누른 이들의 정체를 파악해나갔는데요. 1만 명 정도에 대해 스크롤을 내렸지만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다른 국가의 외국인들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반면 해당 영상은 85개의 ‘화나요’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이들은 모두 한국 국적의 사용자들이었습니다.

헤럴드경제

한국인은 화가 났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왜 이 영상을 좋아한 것일까요? 인도네시아 인들이 평소에 평창 올림픽에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들의 속내를 모두 알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추정만 할 뿐인데요. 보통 페이스북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좋아요 공장’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수천 명의 가짜 계정을 통해 ‘기계적으로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이 ‘좋아요 공장’의 주요 무대가 바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5~10달러만 지불하면 수천 개의 좋아요를 생성해주며, 기업들은 이를 이용해 마치 인기 있는 콘텐츠로 포장하고 홍보하는 구조입니다.

헤럴드경제

아라리요 2018 뮤직비디오에 좋아요를 남긴 정체불명의 외국인들


한 소셜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수십만 개의 좋아요가 인도네시아 등 특정국가에 편중돼있다면, 좋아요 공장을 이용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헤럴드경제

지난달 29일에 올라온 다른 게시물. 초라한 좋아요 숫자가 눈에 띈다.[사진=아라리요 2018 페이지]


▶2만명이 안되는 페이지 팬 수, 아라리요 영상만 대박?=또 하나의 의문점이 있습니다. 아라리요 2018 페이지의 팬 수는 20일 현재 1만9459개. 2만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이정도 규모의 페이지가 올린 게시물이 수십만 개에 육박하는 좋아요 반응을 얻는 것은 정말 극히 드뭅니다.

실제 HOOC이 아라리요 2018의 다른 게시물들을 확인해봤더니 좋아요 30개를 넘긴 게시물을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지난 18일 올린 사진 4장에는 5개의 좋아요가, 지난 17일에 올린 아라리요 뮤비에 출연한 쇼트트랙 선수들의 영상은 11개의 좋아요를 기록했죠. 뮤비가 올라온 다음날인 9월29일에 올라온 다른 영상 역시 좋아요 13개, 댓글 1개, 조회 수 330회라는 초라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이 페이지는 지난 9월 8일 첫 게시물을 올린 이후 총 24개의 글을 올렸는데요. 이들 대부분이 최대 20여개, 최소 3개의 좋아요를 기록했습니다. 앗. 100여개 넘는 좋아요 수치를 기록한 영상도 있네요. 지난 9월 14일 올린 추석 인사 영상에는 102개의 좋아요가, 지난 7일 다시 올린 아라리요 뮤비에는 무려 1009개의 반응이 기록됐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대부분의 반응을 보인 이용자는 인도네시아 등 특정 국가의 이용자였습니다. 단일 게시물에 수십만 건의 반응을 기록한 페이지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엉성하고, 초라한 반응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헤럴드경제

24만명이 반응한 링크의 조회수. 나머지 19만명은 뭘보고 좋아요를 누른걸까?


▶24만 명이 반응한 영상, 성과는?=자 그렇다면 동영상에 반응한 이들이 대부분 인도네시아 사람들이라고 해도 일단 수치적 성과가 좋지 않느냐? 2만 명이 안 되는 페이지라고 해도 잘 만든 영상 하나가 대박을 칠 수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24만명이 반응한 이 영상 자체의 성과는 어떨까요?아라리요 측은 페이스북 내에 영상을 임베드(embed) 하지 않고, 유튜브 링크를 걸어 올렸습니다. 페이지 내에서 자체 재생되는 임베드가 아닌 링크를 뒀기에 유튜브의 조회 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인데요.

20일 현재 해당 링크가 걸린 유튜브의 조회 수는 5만1024회입니다. 50만회가 아닙니다. 5만 건이 조금 넘는 조회 수입니다. 24만 여명이 좋아요를 누른 영상이 5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 이유는 뭘까요? 자세한 내역은 역시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의문이 드는 것은, ‘그렇다면 좋아요를 누른 24만 명은 영상을 보지도 않고 반응을 했다는 것인가?’입니다. 특히 임베드 되지도 않아, 페이지 내에서 자체 재생도 되지 않는 콘텐츠를 실제 보지도 않고 좋아요를 누른 수십만 명의 외국인(이라하고 인도네시아 사람이라 읽는다)들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더욱 커져갑니다.

해당 페이지 내의 반응 역시 이상합니다. 보통 이정도 좋은 반응(문광부의 표현에 따르면)을 보인 게시물들은 수천 개의 댓글은 물론, 공유 역시 수백, 수천 건을 기록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하지만 아라리요 뮤비는 200여건이 안되는 댓글과 36회의 공유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댓글들 대부분은 뮤비를 비난하는 한국인들의 것이죠. 수십만 명의 인도네시아 사용자들은 왜 댓글 하나 달지 않은 것일까요? 궁금합니다.

너무나 궁금해 문광부의 입장을 안 들어볼 수 없었습니다. 20일 오후 담당부서인 문광부 문화예술정책실 공연전통예술과에 전화를 해봤는데요. 그러나 수화기 너머로 해당 주무사무관과 과장이 모두 오후에 출장을 나가 오늘 내에 답변을 받을 수는 없다는 대답이 전해졌습니다.

결국 궁금증은 내일로 미뤄져야 할 것 같은데요. 만약 담당자께서 이 기사를 보시고 있다면 HOOC 페이스북(www.facebook.com/myhooc)으로 메세지를 보내시거나 저에게 전화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헤럴드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말 궁금해 미칠 것 같습니다.

tiger@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