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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뉴스잇슈] 이화여대라 쓰고 'OO여대'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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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대학 구성원의 양대 축인 학생과 교수가 모두 등을 돌렸다.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의 시선마저 싸늘해지자, 결국 최경희(54·여)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이 전격적으로 사퇴 발표를 했다.

최근 이대 교수들까지 최 총장을 향해 화살을 겨냥한 이유는 사태의 본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에 반대하면서 지난 7월 28일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본관 점거 시위는 그 원인이 부정·부패나 비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학생들의 학교 당국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철회 결정 후에도 최 총장의 사퇴 촉구 농성을 이어간 이유는 중요 정책 결정과정의 불통이었다. 어디까지나 운영 과정에 대한 불만인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최순실(60·여)씨의 딸 정유라(20)씨에 대한 온갖 특혜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교육자로서 양심 내던졌다"…도대체 무엇 때문에?

승마 전공인 정씨 입학을 전후해 △체육특기생 선발 종목을 11개에서 23개로 늘림 △출석도 하지 않았는데 학점 인정 △실기우수자 학생들에게 대회 실적이나 과제물 만으로 최소 B학점 이상을 주는 비상식적인 내규 신설 △수준 미달의 과제물에 교수가 상전 모시듯 극진한 경어로 칭찬을 해주며 틀리게 쓴 맞춤법 등에 대해 첨삭지도 등의 모습은 운영 능력과는 또 다른 성격인 부정행위 의혹이기 때문이다.

앞서 최씨의 딸 특혜 의혹에 대해 교수·교직원·재학생 등 학교 구성원을 불러 직접 해명하는 자리를 가졌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정씨와 관련해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입학 과정부터 입학 이후 학점과 출석 문제 등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있음에도 학교 측의 설명은 '반쪽'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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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이대는 체육과학부 이모 교수의 비상식적인 행태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코칭론 수업을 맡은 이 교수는 정씨가 제출기한을 넘겨 학기가 끝난 후 방학 중에 과제물을 제출했지만 1학기 성적을 인정해줬다.

정씨가 처음엔 이메일에 과제물 파일을 첨부하지도 않았는데 "네, 잘하셨어요"라고 무턱대고 칭찬했고, 20분 후 "앗! 첨부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면서 한참 어린 학생에게 극진한 경어를 써가며 답변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정씨의 과제물이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틀리고, 인터넷에서 짜깁기 한 조악한 수준이었음에도 교육자로서 질책을 하거나 재작성을 지시하기는커녕 직접 첨삭지도까지 해줬다.

◆단순 학사관리 부실? 학부 차원의 '특별 관리' 정황 속속 드러나

이는 상식적으로 학사관리의 부실 차원이 아닌 정씨를 특별히 학부 혹은 학교 차원에서 특별 관리 해주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정씨가 소속된 체육과학부를 대상으로 면밀한 조사가 선행되고, 그에 따른 구체적 설명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 대한 이 교수의 해명도 단 한마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대 학생들 '이복절'이라면서 기뻐하기엔 아직 이르다

최 총장의 사퇴 발표 소식을 전해 들은 이대 학생들은 대체로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학생과 졸업생들은 "오늘은 이복절(이대와 광복절의 합성어)"이라면서 기뻐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학생 및 졸업생들은 최 총장이 정씨에 대한 입학 특혜 의혹을 부인한 것을 비판하면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은 최 총장이 실제 사퇴할지 여부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과거 동국대학교에서도 총장이 사퇴를 표명했다가 교육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면서 그대로 근무했던 전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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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최 총장 사임에 관한 교육부의 공문이 전달된 뒤에야 본관을 떠날 수 있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들은 갑작스러운 총장 사퇴 소식에 놀라면서도 학교 정상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 총장은 교수들이 이대 개교 이래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첫 집회를 열기 약 2시간 전에 전격적인 사퇴 의사를 서면으로 밝혔다.

학교 당국 측에서는 또 다른 측면에서 최 총장의 사퇴 소식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원들은 대체로 최 총장의 사퇴 소식을 갑자기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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