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쌍방향 소통 ‘예능 삼국지’… 누가 누가 잘 通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상파 시청자 참여 예능 ‘각축’

[동아일보]
동아일보

최근 지상파 방송에는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 쌍방향 소통을 시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씩 있다. 하지만 때로 어설픈 소통은 프로그램의 집중도를 흩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맨위쪽부터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KBS2 ‘어서옵SHOW’, SBS ‘꽃놀이패’. 마리텔 페이스북·구글 이미지


동아일보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쌍방향(interactive) 소통’이 ‘하태핫태’(열광적이란 뜻의 신조어)하다. 21세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당연한 일일지도. 시청자 혹은 누리꾼의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는다. 지난달 MBC 추석 특집 ‘상상극장 우.설.리’는 아예 댓글 따라 드라마를 진행하는 방식까지 선보였다.

세 지상파 방송사 모두 쌍방향 소통 예능을 방영 중이다. 지난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을 시작으로 올해 5월부터 시작한 KBS2 ‘어서옵SHOW’, 7월 파일럿으로 처음 선을 보인 SBS ‘꽃놀이패’까지. 지난달 ‘꽃놀이패’가 론칭에 성공하며 드디어 삼국지 구도가 완성됐다. 서로 활을 쏘아대진 않겠지만, 은근히 신경 쓰이는 모양새다.

○ 레알 소통 or 쌍방향 코스프레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셋 다 쌍방향 소통을 주 종목으로 내세웠지만 ‘요리법’은 다르다. ‘원조국밥’ 격인 마리텔은 기존 인터넷 방송 형식 그대로다. 출연자가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와 소통하는데 참가 수에 따라 순위를 겨룬다. 어서옵SHOW는 홈쇼핑 스타일을 빌려왔다. 다양한 출연진을 모셔 실시간으로 시청자에게 재능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꽃놀이패는 야외 버라이어티에 쌍방향 소통을 가미한 형태다. 여행을 떠난 출연진이 누리꾼 선택에 따라 ‘꽃길’(호화여행)과 ‘흙길’(생고생)로 간다는 설정이다.

쌍방향 소통이란 기존 취지만 보자면 후발 주자들은 마리텔을 따라올 수 없다. 쌍방향성 자체가 프로그램의 근간이다. 아무리 흥미로운 주제를 준비한 출연자도 소통에 실패하면 순위가 곤두박질친다. 다만 누리꾼 반응에 절대적 영향을 받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온다.

반면 다른 두 예능은 ‘왜 굳이 이런 포맷을 하는 거지’란 의문이 든다. 특히 어서옵SHOW는 딱히 누리꾼 반응이 영향을 끼칠 일도 없다. 댓글도 효과음이나 자막과 별 차이가 없다. 꽃놀이패는 꽃길, 흙길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선 좀 더 시청자 개입이 두드러지긴 한다. 하지만 아직은 ‘1박 2일’의 복불복 게임 수준인 데다 그마저도 야무지게 풀어내질 못한다. 한 예능 PD는 “현재로선 쌍방향 소통의 역할이 프로그램 주목도를 높이는 ‘불쏘시개’에 그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결국 본질은 재밌어야

불쏘시개면 어떤가. 활활 타오르기만 한다면야. 근데 그게 쉽지 않다. 최근 방송 시청률을 보면 마리텔이 5.4%(TNMS 기준) 정도고, 어서옵SHOW와 꽃놀이패는 각각 3.4%, 3.3%로 잔잔하다.

어서옵SHOW는 방영 5개월이 지났는데 지금도 산만하다. 16회에 출연했던 박명수 말마따나 뭔가 중심이 잡히질 않았다. 이서진 김종국 노홍철 등 베테랑이 호스트인데, 이제 갓 데뷔한 김세정이 진행을 이끈다. 게스트의 재능 기부가 대체로 뻔하게 흘러가는 것도 아쉽다. 확실히 웃겨주든가 해야 하는데 전문적이질 않고, 어디선가 본 듯하다. 심지어 18회에 등장한 최민수의 가죽공예는 신선한 소재인데도 신변잡기 토크에 치중하다 배가 떠내려간다.

꽃놀이패는 이음매가 느슨하다. 이 예능은 출연진의 ‘합(合)’이 의외로 좋다. 유병재 조세호는 별것 아닌 걸로도 웃길 줄 안다. 서장훈 안정환이란 ‘아재 스포츠맨’ 조합도 상당히 재미있다. 그런데 이걸 편집과 자막이 못 살린다. 추성훈이 게스트로 나온 4회부터 다소 나아졌으나 ‘다큐’ 같은 속도감은 분명 개선할 대목.

마리텔의 적은 마리텔이다. 1년 이상 방영되며 시청자들은 애정만큼 익숙함도 커졌다. 물론 편집도 근사하고, 최근 우주소녀 성소의 사례처럼 폭발력도 여전하다. 하지만 백종원 김영만 같은 대박 스타가 오래 부재하면 ‘예전만 못하다’는 인상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