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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설악에 이런 멋진 곳이"…46년만에 모습 드러낸 망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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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객 몰려 '북새통'…"단조로워 기대 못 미쳐" 평가도

연합뉴스

개방 첫날 설악산 망경대 찾은 등산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양=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설악산에 이런 멋진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눈 앞에 펼쳐진 절경을 보니 가슴이 탁 트이네요"

46년 만에 베일을 벗은 설악산 주전골 망경대에서 바라본 설악의 비경에 탐방객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그러나 일부 탐방객은 코스가 단조롭고 경치도 기대에는 못미친다는 인색한 평가를 내놨다.

망경대 일반인 개방 첫날인 1일 현장취재를 위해 양양군 서면 오색지구를 찾았다.

오전 10시30분 주차장이 꽉찬 오색지구는 상가 주변 공터는 물론 도로변과 인도까지 점령한 차들로 주차할 공간이 없었다.

상가지구를 몇 바퀴나 맴돈 끝에 간신히 주차를 하고 등산객들 틈에 끼어 주전골로 들어섰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망경대 둘레길 탐방로 입구이자 출구인 오색약수터 탐방지원센터 앞에서 하산하는 등산객들을 만나 등산 소감을 물어봤다.

등산객들은 반응은 '볼만하다'는 쪽과 '볼 게 별로 없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볼 게 별로 없다'는 뜻밖의 반응에 의아해 하며 둘레길 탐방을 시작했다.

사실 이번에 개방된 망경대 둘레길 가운데 오색약수터탐방지원센터에서 선녀탕과 금강문, 용소폭포를 거쳐 한계령 도로변에 설치된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에 이르는 구간은 이미 오래전에 개방된 구간이다.

주전골 입구를 출발해 1시간여 만에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이번에 새로 개방된 망경대 둘레길 탐방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차례.

그런데 탐방지원센터 간이주차장에 도착하니 수백 명이 줄을 서 망경대 둘레길 입장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장통제에 나온 정춘호 설악산사무소 오색분소장은 "워낙 많은 탐방객이 몰리는 데다가 탐방로에서 지정체 현상이 빚어지다 보니 20여 명 단위로 끊어서 5분 단위로 입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참을 기다려 등산객들과 함께 본격적인 망경대 미개방구간 탐방에 나섰다.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에서 망경대까지는 약 1.15㎞. 탐방로에 들어선 지 얼마 못 가 등산로는 사람들로 막히기 시작했다.

탐방지원센터∼망경대 1.15㎞ 가운데 비교적 경사가 급한 후반부 450m 구간은 거의 서 있다시피 했다.

기다림에 지친 일부 등산객들은 현장통제를 나온 설악산사무소 직원들에게 불만을 쏟아 내기도 했다.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망경대 구간의 전반부 탐방로 500여m는 숲 속으로 난 오솔길 형태여서 산림욕장에 온 분위기를 느낄수 있었다.

경사가 급한 후반부 500여m 구간에는 수백 년은 족히 됨직한 엄청난 크기의 소나무를 비롯해 구부러짐 없이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탐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한 지 2시간여 만에 둘레길의 하이라이트인 망경대에 도착했다.

망경대에 올라서자 한계령에서부터 오색약수터까지 병풍처럼 둘러선 남설악 절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주전골을 오르는 탐방객들도 눈 아래로 저만치 아스라이 보였다.

망경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가운데 단연 으뜸인 것은 만물상.

기암괴석이 웅장하게 버티고 서있는 만물상은 탐방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천선대에서 바라보는 금강산의 만물상보다는 규모가 작았지만, 설악산을 대표하는 만물상으로는 손색이 없었다.

아쉽다면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아 가을 운치를 만끽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휴대전화나 카메라를 들고 사진찍기에 바쁜 탐방객들도 "단풍을 볼 수 없는 게 가장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산악회 회원들과 망경대를 찾은 이시영(45·서울시)씨는 "정상에 올라 눈 앞에 펼쳐진 경치를 보니 등산로 정체로 쌓였던 짜증이 모두 사라졌다"며 "만물상에 단풍이 들면 정말로 멋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단풍이 들 것으로 보이는 10월 중순께 다시 한 번 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씨와 동행한 산악회원 최 모(46·서울시) 씨도 "설악산에 이런 멋진 곳이 있는 줄 몰랐다"며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탐방객 가운데는 인색한 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등산객은 "46년 만에 개방된 절경이라는 말을 듣고 멀리 부산에서 이곳까지 찾아왔는데 코스가 너무 단조로운 데다가 망경대에서 볼 수 있는 풍경도 기대했던 것보다는 못하다"며 아쉬워했다.

이 등산객은 "급하게 설치된 등산로도 불편하고 비가 오면 경사면이 쓸려 내려갈 위험이 있어 보인다"며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망경대 둘레길 탐방로는 올가을 급하게 임시개방을 하다 보니 철제 계단으로 튼튼하게 만들어진 설악산의 다른 탐방로보다는 부실해 보였다.

탐방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망경대에도 안전밧줄이 설치돼 있으나 시설보강이 필요해 보였다.

안현우 설악산사무소 안전방재과장은 "탐방객 안전을 위한 탐방로 보수를 비롯해 위험지역의 안전요원 운영도 개방 기간 내내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요원들의 통제에 협조해 달라"고 탐방객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개방 첫날 망경대를 찾은 탐방객은 7천600여명으로 집계됐다.

mom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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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 첫날 설악산 망경대 찾은 등산객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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