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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길따라 멋따라> 눈과 입이 모두 즐겁다…마산 창동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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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술·아귀찜·족발골목에다 상상길까지…곳곳에 마산 '역사' 흔적도

연합뉴스

빗속 창동 골목 탐험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경남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점포가 있던 곳.

영화관·서점·술집·옷가게·레코드 가게 등이 골목길 따라 즐비해 항상 북적거렸던 곳.

경남의 최신 패션 유행을 선도하고 할리우드 대작 간판이 걸리면 영화관 마다 표를 사려고 길게 줄을 섰던 곳.

다름아닌 1980~1990년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오동동 모습이다.

창동은 당시 경남 최대상권으로 서울 명동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창원시상권활성화재단 윤동주 본부장은 "주5일제 시행 전에는 토요일 오후만 되면 마산은 물론 인근 시·군 주민들까지 창동·오동동에 놀러오는 통에 가만히 있어도 떠밀려 다닐 정도로 인파가 넘쳤다"고 회상한다.

상권쇠퇴로 더 이상 옛 영화를 찾긴 어렵지만 창동·오동동은 여전히 매력이 넘친다.

오늘날 창동·오동동의 매력은 골목길에서 찾을 수 있다.

별다른 준비없이 동네 산책하는 기분으로 창동·오동동 골목길을 누벼보자.

꼬불꼬불한 250년된 길부터 한류스타 이름이 새겨진 보도블록길까지 오래된 길과 새길이 공존한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길은 250년이 넘었다.

지금 남성동파출소 맞은편 스탠다스 차타드은행 마산지점(옛 SC제일은행) 자리는 세곡(稅穀)을 보관하던 조창(漕倉)인 마산창(馬山倉)이 있던 곳이다.

창동의 명칭은 조창의 '창'에서 따왔다.

1760년 설치된 마산창은 8채, 53칸짜리 건물이었다고 전해진다.

조창이 생기자 마을들이 생겨났고 마을을 이어주던 길이 닦였다.

남성동 파출소에서 창동 사거리 인근 창동 골목 일부는 당시 생긴 길이라고 윤동주 본부장은 설명한다.

이 골목길에는 수십년을 이어온 노포(老鋪)부터 청년 창업자들이 운영하는 개성있고 조그마한 점포, 개인 미술관, 작업실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어느 곳이든 골목길을 탐험하다 불쑥 한번쯤 들어가 볼 만하다.

요즘 창동·오동동에서 가장 핫(Hot)한 길은 '상상길'이다.

창원시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9월 만든 이 길은 한국관광공사의 글로벌 한국관광 브랜드 슬로건인 '상상하세요. 당신만의 대한민국'(Imagine your Korea)에서 따왔다.

상상길에는 포미닛, 전지현 등 한류스타들의 이름과 캠페인을 통해 응모한 세계 각국 외국인 2만3천여 명의 이름이 새겨진 다양한 색깔의 보도블록이 깔려 있다.

상상길 양쪽으로는 젊은이들 취향의 음식점, 옷가게, 커피숍 등이 생겨났다.

창동예술촌 도시재생센터 앞 골목은 '약속의 1번지길'로 불린다.

이 곳에는 색다른 우체통 2개가 있다.

우체통 하나는 파란색, 다른 하나는 노란색이다.

파란색 우체통 이름은 '달(月)이', 노란색은 '연(年)이'다. 일명 '느린 우체통'이다.

달이에 넣은 편지는 한달 후, 연이에 넣으면 1년뒤에 각각 배달된다.

눈이 즐거운 골목길 구경을 마쳤다면 이제는 입이 즐거운 골목길을 둘러볼 차례다.

오동동에는 푸짐한 한상 안주로 유명한 통술골목이 있다.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로 시작하는 '오동동 타령'의 발상지가 이곳이다.

이곳은 어시장과 가까워 해산물을 주로 내는 마산 특유의 술 문화인 '통술집'이 골목마다 성업했다.

안주와 함께 맥주 3병이 기본으로 나오는 술상은 보통 4~5만원 선.

이후부터는 술값만 지불하면 싱싱하고 푸짐한 해물 안주를 중심으로 안주는 계속 나온다.

상권이 쇠락한 지금도 오동동 골목마다 '통술' 간판을 내건 오래된 술집 20여 곳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문을 연다.

통술골목은 '소리길'로도 불린다.

오동동 타령, 마산항 옛친구, 비 내리는 마산항 등 통술집에서 흘러나왔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면 아귀찜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

오동동에는 아귀찜을 전문으로 파는 식당 20여 곳이 몰려 있는 '아귀찜 거리'가 있다.

전국적으로 아귀찜 업소가 널리 펴져 있지만 원조는 마산이다.

마산 아귀찜의 특징은 바닷바람에 말린 건아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말린 아귀를 조선된장에 밑간을 한 후 고추장, 마늘, 콩나물, 파 등을 섞어 쪄서 만든다.

매운 정도가 조금씩 다르고 업소별로 아귀찜 맛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창동예술촌 인근 골목에는 족발집 5~6곳이 몰려 있는 족발골목, 김밥·튀김·떡볶이·국수 등을 파는 부림시장 먹자골목도 여전히 건재하다.

최근에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부림시장 먹자골목에 청년창업자들이 신세대 취향에 맞는 먹을거리를 파는 '청춘바보몰'이 생겨났다.

이곳에는 커피, 과일주스, 팟타이(태국 음식) 돈가스, 오코노미야키(일본식 전), 감자튀김, 수제버거 등 청년들이 열정과 정성으로 만든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다.

창동·오동동에는 이밖에 한복점이 몰려 있는 한복거리, 수입품을 주로 취급하는 수입품 골목, 중저가 의류와 소품을 파는 수남패션거리, 복요리 거리도 있다.

골목에는 잘 띄진 않지만 마산이 자랑하는 3·15와 10·18 항쟁의 역사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옛 영화를 되살리려는 마산 사람들의 애환과 몸부림도 담겨 있다.

seaman@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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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조창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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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 상상길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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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 느린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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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동 통술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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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 청춘바보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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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데도 북적이는 창동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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