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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드디어 공사끝…단독주택살이, 잃는 것과 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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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직장인 황모씨(41)는 출퇴근이 편리한 서울 도심에 단독주택을 짓고 살겠다는 '로망'이 있었다. 성능 좋은 스피커로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듣고, 층간소음 걱정 없고, 탁 트인 공간에서 바베큐에 맥주 한 잔을 곁들이는 여유를 꿈꿔 온 탓이다. 주변의 만류와 걱정에도 도심 단독주택행을 결심한 그. 알토란 같은 땅 고르기부터 집을 손보고 정착하는 과정까지, '맨땅에 헤딩'한 이야기를 글로 담았다. 도심 단독주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고 생생한 경험을 전한다.

[[도심 주택 짓기-마지막⑩]쿨하게 포기하고 불편을 감수하면 '몰랐던 재미'가 쏠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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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씨의 주택 1층 현관문을 들어서면 작은 홀을 중심으로 방 2개와 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기존 방을 화장실로 개조해 바닥에 보일러가 깔려 있고 건식으로 사용한다. 바로 옆에는 습식 샤워부스를 설치했고 환기를 위한 창이 따로 있다.


한 달을 목표로 시작한 공사가 두 달여 만에 끝나고 본격적인 단독주택살이가 시작됐다. 어릴 적 단층주택에 살아본 기억이 있는 황씨 부부였지만 어느덧 아파트·오피스텔에 익숙해진 탓에 적응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서울 도심에서 단독주택에 산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또 그만큼을 얻는 생활임이 분명했다. '거금을 투자해 집을 사고 고생스럽게 리모델링까지 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도저히 불편해서 못 살게 되면 어떡하지?' 황씨 부부의 걱정은 어떤 결론에 도달했을까. 단독주택살이의 손익계산서를 들여다보자.

◇"차 없으면 못 산다?"…차를 잃고 여유를 얻다

황씨는 단독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자가용을 처분했다. 집 앞에 차를 세워두는 형태로 주차가 가능하지만 대형 차인 데다 출퇴근 때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터라 이웃들이 오가는 데 굳이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저층 주택가는 주변에 규모가 큰 공영주차장이 마련돼 있지 않는 한 주차난이 늘 문제가 되고 이웃 간 분쟁도 흔히 일어난다. 필로티 구조로 대지에 주차공간을 할애하거나 땅이 넓은 경우가 아니라면 자가용이 골칫거리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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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는 거실과 부엌, 작은 화장실이 있다. 조망을 고려해 큰 창을 두 개 냈고 옆 벽면에는 CD와 DVD, 블루레이 등을 수납할 수 있도록 장을 짜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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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씨는 차를 없애는 대신 주말에 필요하면 택시를 타거나 그린카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 추석에는 기차를 타고 고향에 다녀왔다. 필요하다면 작은 차를 새로 구입하겠지만 황씨는 당분간 그럴 생각이 없다.

그는 "대중교통이나 택시만 이용해도 서울에선 사는 데 별다른 불편을 못 느낀다"며 "오히려 차 할부금, 보험료, 기름값 등 월 130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불편이 재미가 되는 삶

집 내부 생활공간이 1~3층으로 나뉘어져 있는 구조도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방에서 거실과 부엌을 이용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입체적인 구조가 주는 재미와 장점도 크다.

2층 거실에서 TV를 보거나 음악을 들어도 1층 방에서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계단이 소음을 차단해준다. 층간소음으로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다. 맞벌이 황씨 부부가 퇴근 후 청소기를 돌리거나 빨래를 할 때 눈치를 봐야 할 아랫집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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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은 작은 세탁실과 서재를 배치했다. 세탁실에는 냉장고와 간이 씽크대도 설치해 옥상에서 간단한 음식을 해먹을 수 있게 했다. 서재와 야외 테라스는 폴딩도어로 개방감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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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서재에서 동네 풍경을 보며 책을 읽거나 야외 테라스에서 고기를 구워 술 한잔 기울일 때 느끼는 해방감도 남다르다. 햇살 좋은 날에는 빨래를 돌려 옥상에 바로 널 수 있다. 창호 단열 공사를 충실히 한 만큼 여름 냉방비나 겨울 난방비 걱정도 크지 않다.

황씨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층마다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것도 재미 중 하나"라며 "(층층이 청소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부부가 서로 도와가면서 하면 불편마저 재미가 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단독주택살이를 꿈꾼다면?…알아두면 좋은 '깨알 팁들'

황씨는 주택의 반지하 공간을 공방이나 주거용으로 임대하기 위해 인근 부동산에 내놨다. 주거와 동시에 임대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는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에선 누리기 힘들다. 대지면적이 크지 않더라도 단층보다는 2층 이상의 주택을 매입하는 게 이런 면에선 훨씬 이득이다.

알아두면 '돈'이 되는 팁도 있다. 우선 부부 공동명의가 절세에 좋다. 또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재산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매매계약시 잔금 납입을 이 이후로 하면 당해 재산세를 내지 않을 수 있다. 쉽게 말해 5월 말일에 잔금을 치르면 내가 재산세를 내고, 6월 2일에 치르면 전 소유자가 내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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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옥상 공간에 테라스와 인조잔디를 깔아 활용도를 높였다. 낮에는 빨래를 널고 밤에는 바람을 쐬며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저층주택지로 이뤄진 동네 전경이 정답다.


황씨는 서울이지만 저층 주거지로 이뤄진 아늑한 성북동에서의 삶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다. 먼 대형할인점보다는 동네마트를, 프랜차이즈 식당보다는 동네 밥집을 애용하면서 이웃을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동네 곳곳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축제나 전시를 둘러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황씨는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동네 골목을 산책하고 주말이면 뒷산(북악산)을 오르면서 단독주택살이를 잘 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파트와 단독주택 중 고민한다면 한 번 과감하게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귀띔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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