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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취재파일] 기상청 국정감사, 논란된 6,500만 원짜리 보고서엔 무슨 내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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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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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월 30일) 오전 10시부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기상청의 국정감사를 진행했습니다. 국정감사의 주요 내용은 역시 지난 12일 발생했던 규모 5.8 경주 지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진·지진해일·화산 업무 발전계획연구>라는 보고서가 논란이 됐습니다.

기상청장이 보고서 내용을 알고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적절한 연구 용역이었는지까지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고윤화 기상청장은 서형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질문에는 보고서 내용을 안다고 답했지만, 홍영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의 질의 과정에서는 내용을 보지 못했다고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 (서형수) '지진·지진해일·화산 업무 발전계획연구’라는 보고서 만들었습니다. 내용 알고 계시죠?
= (기상청장) 네

- (홍영표) ‘지진·지진해일·화산 업무 발전계획연구’보고서, 어떻게 지진에 대해서 연구용역하면서 경영학과 나온 분들한테 해요? 잘못 된 거 아닙니까?
= (기상청장) 내용을 보질 못해서 그랬었는데.

보고서에는 대체 어떤 내용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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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 문자 '문제점 알고도 또 당했다'

보고서는 ‘실전전략연구소’라는 외부 컨설팅업체가 6,578만원의 연구비로 작성했고, 작년 10월 기상청장에게 직접 제출했습니다. 총 255페이지 분량입니다. 홍영표 위원장의 주장대로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중에 지질이나 지진 전문가는 없었습니다. 최소 5년 이상의 지진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보고서에 지진 전문가가 없는 점은 확실히 이상합니다. 다만, 보고서에는 국내 지진과 지진공학, 화산 등 전문가 93명에게 이메일 설문으로 실시된 지진정책에 관한 견해가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국내 90여명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했다고 하니, 일단 사업 선정 적절성 보다는 내용에 조금 더 집중해 보겠습니다.

보고서에는 이번 경주 지진을 겪으면서 계속 지적됐던 부분들이 이미 상세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 [지진·지진해일·화산 업무 발전계획연구] 보고서 中 -
▶ 지질자원연구원관측소의 관측소 위치가 기상청의 관측소 위치와 다소 중복되는 지역이 있음
▶ 해안가에 구축된 지진해일 관측지점은 점단위로 되어 있어 해안가 전체를 감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
▶ 지진발생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확률론적인 방법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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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눈여겨 볼 건, 이번 지진 대응 때 아쉬웠던 '재난 문자 문제'도 이미 지난 10월 파악이 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경주 지진 때, 재난 문자가 늦은 것도 큰 문제였지만, 재난 문자 대상이 너무 적은 것도 역시 문제였습니다. 해당 지역 이외에는 문자를 받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지진 발생지와 가까운 곳을 제외하곤 문자가 전송되지 않았고, 그럴만한 체계조차 없었습니다.

지진 직후 ‘경기도 화성 사회복지관 유리문이 파손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는 “유리문 파손은 현장에 있던 복지관 직원들이 직접 목격하고 신고한 지진피해”라고 밝혔는데, 경주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경기도까지 전국적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즉 재난 문자의 전송 범위는 해당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이었어야 합니다. 기상청은 역시 이 문제를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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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서 中 -
<국민안전처가 담당하고 있는 재난 문자 발송시스템의 지진 정보 발송은 지진 발생한 해당 지역만 적용되고 있음, 그러나 기상청 입장은 지진 발생 지역을 둘러싼 외부지역까지 포함해야 실질적인 방재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입장으로 국민 안전처와 인식 차이가 있음>


알고는 있었지만 국민안전처와 의견이 엇갈려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겁니다. 또 한 번 정부부처간의 칸막이로 국민들의 안전시계가 뒤로 미뤄진겁니다.

● 기상청이 적극적으로 '지진 대응' 개편해야

오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은 “지진 관련 R&D는 국립기상과학원이, 관련 사업은 기상산업진흥원이, 파트너쉽은 지질자원연구원이, 방재업무는 국민안전처가 하다 보니 관련기관들하고 업무 영역자체가 중복되거나 애매해서 혼선이 온다고” 지적했습니다.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위원장은 “다른 상임위에선 예산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많이 하는데, 슈퍼컴퓨터나 수치예보모델을 도입하면서, 기상청 예산을 삭감해 본 적이 없다. 국민생활에 밀접하게 연관있는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기상청이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라며 지진 대응에 적극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피해가 발생했지만, 그래도 기상청은 이번 지진을 계기로 많은 것을 얻었다고 봅니다. 대응 매뉴얼의 문제부터, 조기경보시스템까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채 방치되었던 안전시스템을 점검할 계기였습니다. 고윤화 기상청장도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지진이었고 대응 매뉴얼에도 문제가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그동안 소극적이었던 기상청의 태도는 달라져야합니다. 지금까지 파악한 내용을 내부에서만 종이로 남겨둘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공개하고, 지진 대응 체제 개편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입니다.

[정구희 기자 kooh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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