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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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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회계법인, 외부감사인 지정 물의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회계 사기를 묵인해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안진회계법인이 올해 외부감사인으로 지정된 67개 회계법인 중 가장 많은 보수를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30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안진은 올 들어 상반기까지 30건에 걸쳐 외부감사인으로 지정돼 총 106억3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지난해 전체(79억5000만원)보다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외부감사인으로 지정된 회계법인 67곳이 받은 보수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삼일이 94억4000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삼정 49억3000만원, 한영 19억4000만원의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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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융당국이 대우조선 분식회계 책임이 있는 안진에 분식회계 방지 일감을 몰아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부감사인 지정은 재무상황이 악화된 회사가 분식회계의 유혹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지정한 회계법인에 감사를 받도록 하는 것으로, 기업과 감사인의 유착을 방지하고 외부감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1989년 도입됐다.

안진은 2009년 대우조선 외부감사인으로 지정된 뒤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회계감사를 맡았다. 분식회계가 발생한 거의 전 기간에 걸쳐 안진이 회계감사를 한 셈이다. 대우조선은 대규모 적자에도 2013년과 2014년 각각 4000억원 이상 흑자를 냈다고 재무제표에 기록했지만, 당시 안진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지난 3월 뒤늦게 2013년과 2014년 실적에 2조원 손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정정 공시한 바 있다. 검찰은 안진이 내놓은 규모보다 실제 분식회계 규모가 더 클 수 있으며, 안진 소속 회계사들이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사기를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의심하고 관련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주 의원은 “금융당국이 분식회계의 공범인 안진을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외부감사인으로 지정해 거액의 보수를 받게 한 것은 특혜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외부감사인이 지정됐고 특혜를 준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외부감사인 지정은 회계법인별 점수를 매겨 순서를 정한 뒤 자산 규모가 큰 지정대상 회사부터 순차적으로 대응시키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이에 김 의원은 증권선물위원회나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리 중인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을 감리 기간 동안 외부감사인 지정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외감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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