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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심판 매수’ 전북-유벤투스, 무엇이 같고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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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폭탄이 될 전북의 징계

CBS노컷뉴스 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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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2013년 심판 매수를 위해 500만원의 금품을 전달한 전북 현대 소속 스카우트의 불법적인 행동으로 전북에 2016시즌 승점 9점 삭감과 함께 1억원의 벌금을 명령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결국 과거의 ‘솜방망이’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6 제18차 상벌위원회를 열고 지난 2013년 심판 매수를 시도한 전북 현대에 2016년 승점 삭감 9점과 함께 1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전북의 전 스카우트 A씨는 5차례에 걸쳐 두 명의 심판에 100만원씩 건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프로축구연맹은 이번 사건을 수사한 부산지검의 유죄 판결이 나오자 곧장 상벌위원회를 열고 전북의 징계를 결정했다.

앞서 2015년 12월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경남FC의 심판 매수에 승점 10점 감점과 제재금 70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금품을 받은 해당 심판 2명은 영구제명했다. 이들 두 명은 전북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프로축구연맹의 징계는 지난 경남의 사례 당시에도 상당히 논란이 됐다.

비록 경남이 2부리그로 강등되었다고는 하나 구단 대표가 직접 심판 매수를 지시했고, 코치가 직접 심판에 금품을 전달한 사실이 밝혀졌다. 또 이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의 계약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6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했다.

프로축구 30년 역사상 최초의 심판 매수 시도였지만 프로축구연맹의 징계는 ‘어르고 달래는’ 수준에 그쳤다. 2부리그로 강등된 경남에 승점 10점의 삭감과 7000만원의 제재금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었다.

결국 같은 사건에서 파생된 전북의 심판 매수 역시 ‘솜방망이’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조남돈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장은 “경남의 심판 매수는 전북보다 더 악질적이었다. 기계적 형평성으로는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경남의 징계 결과는 전북의 징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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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전북의 징계 발표에 앞서 허정무 부총재와 한웅수 사무총장 등 임원 5명이 축구팬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비슷한 한국과 이탈리아의 사례, 너무 달랐던 결과

그렇다면 심판을 매수한 전북 현대와 유벤투스(이탈리아). 과연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걸까.

2006년 이탈리아 세리에A를 강타한 '칼치오폴리'는 리그 챔피언 유벤투스 등 이탈리아 프로축구의 1, 2부리그 소속 구단이 대거 가담한 심판 매수, 승부조작 스캔들이다. 상징적으로 루치아노 모지 유벤투스 단장은 자신의 아들이 운영하는 에이전트 회사를 통해 심판에 금품을 전달하고 승부를 조작한 혐의다.

당시 이탈리아축구협회는 유벤투스의 리그 우승 기록을 박탈하고 2부리그 강등을 명령했다. 이 때문에 세리에A는 2004~2005시즌과 2005~2006시즌의 리그 우승 기록이 공백으로 남아있다. 유벤투스가 박탈당한 바로 그 두 시즌의 우승 기록이다. 유벤투스뿐 아니라 나머지 구단도 가담의 경중에 따라 징계와 상당한 벌금이 부과됐다. 차기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당연히 박탈됐다.

이에 대해 조남돈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장은 “유벤투스와 전북의 사례는 질적, 양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두 사건을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경남은 승점 10점과 7000만원의 제재금이 부과됐다. 그렇기 때문에 전북의 강등을 논의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북의 징계에 대해 경중의 여부에 대해서도 “각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또 “경남보다는 부정의 규모는 작지만 한국 축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했다. 전북 구단의 불성실한 태도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전북은 이번 사건에 검찰 조사 결과 유죄가 확정되고도 전 전북 스카우트가 상벌위의 진술서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구단 역시 자료 요청에 불응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가 가중처벌의 원인이 됐다.

프로축구연맹은 과거 경남의 징계가 사건의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다소 약한 징계를 명령했다. 이는 2부리그로 강등되는 등 열악한 당시 경남의 상황을 고려했다는 상벌위원장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 분명 사건의 심각성보다는 약화된 징계였다.

결국 한국 프로축구 최초의 심판 매수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경남의 ‘솜방망이’ 처벌로 K리그는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에 엄격하게 징계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을 자초했다. 선례가 가지는 ‘힘’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K리그의 지난해 경남 징계는 너무 사건을 끝내기에만 급급했다는 아쉬움을 다시 한 번 남게 됐다.

전북 역시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 유벤투스는 강등 후 2006~2007시즌 2부리그에서 승점 9점의 삭감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1부리그로 복귀했다. 비록 2부리그 강등은 아닐지라도 당당히 상벌위원회의 요청에 응하고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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