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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취재파일] 자살 보험금 줘, 말어…생보사 '꼼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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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7월 부인 B씨가 빌라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자 남편 A씨는 2년 전인 2004년 5월 아내가 들어 놓은 보험의 지급을 청구해 사망보험금 5천만 원을 받았다. 가입한 후 만 2년이 지나면 자살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따른 것이다.

그리고, 지난 2014년 남편 A씨는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 4천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추가로 자살보험금을 청구했다. 일반사망 보험금 5천만 원에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 보험금 4천만 원을 더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는 “자살보험금 청구시효가 지났다.“며 소송을 냈고, A씨는 “자살보험금 지급의무가 있는 보험사가 속이고 일반사망 보험금만 줬기 때문에 재해보험금을 더 줘야한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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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오늘(30일) 교보생명보험이 고객 A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자살보험금 청구권은 소멸시효 기간(2년)이 완성돼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보험사가 A씨를 속였다는 증거가 없고, 보험사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1, 2심의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른바 ‘자살보험’을 팔아 놓고도 이런 저런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던 보험사들은 민사적인 부담을 덜게 됐다.

지난 2월 현재 14개 국내 보험사가 지급하지 않은 자살보험금은 2천980건에 2천465억 원(지연이자 포함), 이 가운데 소멸시효 2년이 지난 보험금은 2천314건, 2천3억 원에 이른다. 보험사들은 지급을 미룬 보험금에 대해서는 약관에 명시된 이자율(10% 내외)로 지연이자를 따로 줘야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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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감독원은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대해 검사를 마쳤고, 한화생명과 알리안츠, 동부생명 등에 대해서도 검사를 벌이고 있다. 보험사들이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주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 보험준법검사국 이우석 부국장은 “대법원의 판결은 민사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이지 행정적인 책임을 면하는 것은 아니다. 보험약관상 자살보험금을 주게 돼 있는 만큼 보험사는 기초서류 준수 의무가 있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보험업법 위반으로 제재 대상이다.”라고 밝혔다.

이우석 부국장은 “보험금을 주고 말고는 보험사가 판단할 사항이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대해 제재를 할 것이고, 사후 수습노력에 따라 제재수위를 감경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검사를 완료한 뒤 보류하고 있던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지난 2013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ING생명에 대해 과징금과 함께 임직원 징계, 기관주의라는 강한 조치를 내렸고, ING 생명은 제재를 받고 나서야 자살보험 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교보생명과 삼성생명 등 자살보험을 판 생명보험사들은 소멸 시효 2년이 지난 자살보험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생명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매된 (자살)보험이 2백만 건이 넘는다. 이들에 대해 모두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보험사의 수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자살을 조장할 수도 있다. 소멸 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배임의 소지가 있고, 선의의 보험계약자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자살보험금 지급논란은 보험사들이 종신보험을 팔면서 붙인 재해사망 특별약관에서 비롯됐다. 주 계약 이외에 특약으로 ‘재해사망 시 재해보험금을 지급한다. 가입 후 2년 이내에 자살하면 재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다만 2년 후에 자살한 것은 지급한다’고 명시했는데, 이 마지막 조항이 문제가 됐다.

고객들의 보험금 지금요청이 쇄도하자 약관상 기재 실수라면서 보험사들은 자살일 경우에는 재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주장하면서 보험금 지급을 미뤘다. 그러나, 지난 5월 대법원이 자살일 경우에도 일반 사망 보험금 이외에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자살의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논란은 일단락 됐다.

‘최대 수입보험료의 20%, 임직원 징계, 기관경고라는 금감원의 제재를 받느니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것인가, 아니면 대법원이 민사적 책임을 면하게 했으니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생명보험사들. 그 대답은 보험사 자유이지만, 그 대답은 보험사가 진정 고객을 생각하는지 아니면 자사 이익을 더 중시하는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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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기자 yc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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