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뉴스 투데이] 철강·석유화학 군살빼기… 선제적 구조조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 경쟁력 강화안 발표

세계일보

'


우리나라의 철강과 석유화학 일부 제품의 국제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부는 업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산업계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고부가 제품 개발과 새로운 시장 개척, 설비 경쟁력 확보, 선제적 통상분쟁 대응, 친환경 제철공법 및 스마트제철소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핵심은 ‘자발적인 사업재편’으로 모아졌다.

세계일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철강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은 선제적 대응 미비로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는 데다가 글로벌 경기 불황과 각국의 보호무역 강화 바람 등으로 국내 주력 산업인 철강·유화 분야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석유화학협회가 해외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추진한 시장 분석에 따르면 몇몇 분야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

철강은 지난해 글로벌 공급과잉 규모가 7억5000만t에 달한다. 철강 수요는 연 1%의 저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조강능력은 최대 28억t 규모로 늘면서 적어도 2020년까지 7억∼12억t 수준의 공급과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조선·에너지개발 산업의 침체로 우리나라의 후판과 강관 품목의 공급 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이들 품목은 향후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세계일보

석유화학 분야는 철강 분야보다는 상황이 다소 낫지만, 안심할 수 있는 계제는 아니다. 폴리에스터섬유 원료인 테레프탈산(TPA)과 타이어 소재인 합성고무(BR, SBR), 폴리염화비닐(PVC)이 신흥국 설비 증설로 이미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각 기업들은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자발적 사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필요한 부분에서는 자발적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면서도 “국내 업체가 생산량을 줄인다고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가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도, 결국 중국이 생산량을 늘리면 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향후 시장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속단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동부제철은 냉연강판 등 판재류 생산 경쟁력을 갖고 있어 인수합병(M&A)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강관 분야에서도 M&A 논의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 인수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업체는 없다.

석유화학 업계도 비슷한 의견이 많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은 하나의 재료로 여러 제품을 생산하다 보니, 문제가 되는 제품만을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이기는 어렵다”며 “현재 문제가 된 품목들이 국내 화학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정부로서도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시장지배력이 강한 사업자들이 모여 노골적으로 주고받기식 사업재편을 할 경우 담합으로 몰릴 우려도 있다.

도경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은 공급과잉에도 사업재편에 나서지 않는 기업에 대해 “시장이 패널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도 실장은 “제품 가격이 후발국보다 비싸면 팔리지 않을 것”이라며 “후판이나 TPA를 자발적으로 감축하지 않으면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 것이고 손실을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