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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60년 넘은 기본 글꼴 '바탕체와 돋움체' 누가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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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글꼴 1세대 탄생 100주년 특별전 개최

뉴스1

한글원도 묶음. 한글박물관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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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바탕체와 돋움체'. 여러 다양한 글꼴 가운데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글꼴이다.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서적 출판에 적합한 바탕체와 돋움체를 완성한 원도 설계자는 바로 최정호(1916~1988)와 최정순(1917~2016)이다. 이들이 개발한 서체는 개발된 지 6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한글 글꼴들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철민)은 한국 전쟁 직후 1950년대 초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와 사명감으로 한글 글꼴을 설계하신 두 분을 기리는 '최정호‧최정순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 원도, 두 글씨장이 이야기' 특별전을 오는 10월5일부터 11월17일까지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공동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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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 두 글씨장이 이야기' 특별전 전시장 모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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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별전에는 두 장인의 흩어져 있던 유품과 작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안상수 선생 및 개인 소장 자료는 물론, 두 장인의 유족들이 간직하고 있던 자료들을 시기와 업적에 따라 볼 수 있다.

특히 일본 폰트 업체인 모리사와(モリサワ)사에 소장 중이며, 거의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최정호의 사진활자 원도와 청사진·마스터필름 등의 자료가 총 12건 57점이 전시된다. 이 가운데 청사진은 전시 기간 동안 매주 화요일 교체되어 총 7점을 공개한다.

1954년부터 바탕체와 돋움체 글꼴을 만든 최정호은 서적 출판에 적합한 바탕체와 돋움체를 완성한 원도 설계자이다. 1950년대 자모조각기 도입기에 출판 문화에 새 바람을 일으킨 최정호의 미려한 글꼴은 동아출판사, 삼화출판사 등의 출판물에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선 1970년대에 보급된 사진식자기 기술에 접목하여 한글 글꼴의 대명사가 된 최정호의 글꼴을 직접 그린 원도를 비롯, 청사진, 필름, 유리식자판 등 다양한 형태로 소개한다. 이 외에도 옛말체와 공작체, 굴림체 등의 원도에서 한글의 아름다움에 대한 그의 애정과 노력을 엿볼 수 있다.

1955년부터 서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최정순은 교과서 활자와 신문 활자의 근간을 이룬 원도 설계자이다. 국내에 자모조각기가 처음 도입되던 때에 최정순이 그려낸 날렵한 글꼴을 이번 전시에선 1950년대 교과서와 평화당 서적 등으로 만나본다.

최정순은 또 지금은 우리 눈에 친숙한 납작한 글꼴을 1960년대에 설계하여 신문 서체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1990년대 문화부에서 한글 글자본 제정 기준을 정하고 개발한 표준 바탕체와 돋움체 또한 그의 손길을 거친 것으로서,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원도 설계에 전념한 최정순의 장인정신을 이번 전시에서 느낄 수 있다.

한글박물관에서는 두 장인의 작업물, 유품과 함께 글꼴 제작과 관해 남긴 금과옥조와 같은 말씀들을 선보여 두 장인을 종합적으로 조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전시는 1부 ‘원도활자’, 2부 ‘두 글씨장이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두 분이 활발히 활동한 시기인 1950~1990년대 활자 인쇄 기술의 변화와 그 중심에 있던 원도를 소개한다. 두 장인이 일생에 걸쳐 한 자 한 자 다듬은 한글 원도와, 그 원도가 낳은 활자로 인쇄된 인쇄물을 등 총 195점의 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유호선 한글박물관 학예연구관은 30일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원도는 활자를 만들기 위해 그린, 글자꼴의 씨그림"이라며 "이 원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활자를 원도활자라 하는데, 원도활자에는 납활자와 사진활자가 있다. 1950년대에는 자모 조각기와 활자주조기를 거쳐 납활자를 사용하였고, 1970년대 시기의 원도는 마스터필름과 식자판을 거쳐 사진활자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전 시기의 활자는 제작할 활자의 크기와 같은 크기로 글씨를 그려 활자를 직접 새겼다. 그러나 원도활자는 이와 달리 제작할 활자의 크기보다 크게 원도를 그린 후 자모조각이나 식자판 등의 공정을 거쳐 간접적으로 활자를 만들었다"고 했다.

"원도의 모양대로 활자가 만들어지고 그 활자로 조판을 하게 되므로, 원도를 그릴 때에 만들어질 활자의 제작 과정과 크기를 염두에 두고 그에 맞게 설계해야 보기에 좋고 읽기에도 좋은 인쇄물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원도를 그리는 것은 글꼴에 대한 기술적 설계와 예술적 디자인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2부 ‘두 글씨장이 이야기’에서는 원도 설계자 최정호와 최정순의 삶과 작업을 소개한다. 원도가 잘 그려져야 글자가 아름답고 잘 읽히는 것은 물론, 인쇄물 안에서 글자들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원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두 장인이 일생에 걸쳐 한 자 한 자 다듬은 한글 원도와 그 원도가 낳은 활자로 인쇄된 인쇄물을 만나볼 수 있다.

김철민 한글박물관장은 "6·25 동란 후 혼란한 시절에 어렵게 펴낸 교과서와 매일 아침 소식을 전해주는 신문 속에서, 세상 모든 지식을 담은 백과사전과 숱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책에도 두 사람의 혼이 담긴 글꼴이 살아 숨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요즘은 글꼴 저작권이 엄격하지만, 두분은 오직 장인정신만으로 한글 글꼴 체계화에 힘쓴 분"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주요 전시물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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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출판사체 세계문학전집. 이하 한글박물관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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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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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유품©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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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와 소장 명조체©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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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순 유물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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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세계문학전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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