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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화성을 지구처럼 푸른별로 만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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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막과 같은 환경의 화성. 영화 "마션"도 사막지역인 요르단의 와디 럼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사진=포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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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과학-117] 화성의 '자연인'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는 불의의 사고로 탐사대와 낙오된 후 홀로 화성에 남겨진다.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감자 농사를 짓고 모래먼지에 뒤덮인 태양열판을 닦는 와트니를 배경으로 펼쳐진 황량한 풍경이 쓸쓸함을 더한다.

와트니가 홀로 남겨진 화성은 풀 한 포기 찾아보기 어려운 척박한 환경이다. 심지어 물조차도 찾아볼 수 없다. 화성에서 보이는 푸른 생명체라곤 와트니가 식량 조달을 위해 만든 작은 감자 텃밭이 전부다.

화성은 지구와 달리 척박한 환경이다. 대기가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11월 화성 대기의 변화 과정을 추적하는 메이븐(MAVEN) 관측으로 수집된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화성도 수십억 년 전에는 지구처럼 따뜻하고 지표에 물이 흐르는 온화한 환경이었다. 어느 날 화성의 내핵이 회전을 멈추면서 차갑게 식어버렸다. 화성도 지구처럼 강력한 방사선인 태양풍의 영향을 받는데 이를 막아주는 것이 자기장이다.

핵이 회전을 멈추자 자기장이 사라졌고 화성을 덮친 태양풍에 대기가 휩쓸려 날아가버렸다. 자기장이 대기를 붙잡아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화성은 지금과 같은 사막이 돼버렸다. 우주 방사선, 각종 유성우·운석 충돌 등 우주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화성은 생명체에 매우 적대적인 환경이다. 대기 중 산소 비율은 1%(지구는 21%)가 채 안된다. 최저 기온은 영하 176도, 평균기온도 영하 62도에 달하는 극저온이다.

사람이 화성에서 문명을 이루고 살아가려면 우선 화성의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

최근 화성 이주(혹은 식민지화) 계획을 밝힌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머스크는 유명 방송인인 스티븐 콜베어가 진행하는 TV 토크쇼에 출연해 "화성의 극지방에 핵폭탄을 투하해 단시간 내에 화성을 지구처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콜베어는 머스크가 마블의 인기 캐릭터인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불린다는 점에 착안해 "화성에서 핵폭발을 일으킨다고요? 당신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슈퍼빌런이군요"라고 재치 있게 응수해 큰 웃음을 이끌어냈다.

머스크가 제시한 다소 '과격한' 방법은 테라포밍(terraforming)이다. 지구를 뜻하는 '테라'와 '~화(化)하다'는 의미의 '포밍'의 합성어다. 말하자면 지구화다. 유명 천문학자인 고(故) 칼 에드워드 세이건도 '사이언스'에 화성의 테라포밍을 제시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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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을 테라포밍하는 방법. /자료=NASA 에임스연구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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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포밍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지표의 기온을 올리면 된다. 지구에선 위험한 것으로 알려진 온난화를 화성에서 일으키자는 게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우선 지구 미생물에 유전자 조작을 가한 뒤 극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최적화해 화성 극지방에 살포하는 방법이 있다. 미생물이 번식하면 화성 극지방이 어둡게 변색된다. 하얀색(혹은 밝은색)은 빛을 반사하고 검은색(혹은 어두운 색)은 빛을 흡수한다는 내용을 기억한다면 이해하기 쉽다.

변색된 극지방은 태양열을 흡수해 얼음을 녹이고 얼음이 녹으면서 그 안에 갇혀 있던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난화가 진행돼 화성이 점점 데워진다는 구상이다. 앞서 태양풍으로 대기가 날아가버렸다는 연구 결과를 기억한다면 다소 의아할 수 있지만 실제로 과학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화성 온난화 계획이 실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는 태양열로 얼음을 녹이는 데 긴 시간이 걸리니 이를 핵폭탄으로 단숨에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열핵무기(수소폭탄)를 사용하면 방사능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다량의 얼음을 한번에 녹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머스크 주장대로 1기가t(히로시마 원폭의 5만배 위력)급 핵무기 수십 개를 화성 극지방에서 터뜨린다면 방대한 양의 얼음이 녹으면서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발생해 대기가 다소 두꺼워질 수 있겠지만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볼 수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NASA는 '코스모스'의 저자 세이건의 구상을 받아들여 '점진적으로'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방법에 주목하고 있다. NASA가 고려하는 여러 방안 중 하나를 살펴보면(600년 이상이 걸리는 계획도 있다) 화성 대기압을 높이는 데 90년, 빙하 등을 녹여 물을 얻는 데 120년, 행성 기온을 올리는 데 150년, 식물을 심고 퍼뜨리는 데 50년, 화성 정착지 건설에 70년이 소요된다. 총 480년이 소요되는데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2012년 기준으로 약 3조9000억달러(약 4600조원)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비용은 얼마든지 더 늘어날 수 있다.

제임스 그레이엄 위스콘신대 교수는 "(화성의 환경이 변한다면) 처음엔 박테리아, 이어서 이끼, 100만년쯤 후엔 나무를 심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서 산소를 얻을 수 있겠지만 길게는 수백만 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욱 과학기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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