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엄마에게 예방접종하면 아기에게 면역력 전달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물실험서 모유 통해 아기가 엄마 면역세포 '복제'

연합뉴스

일본뇌염 백신[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엄마에게 백신을 접종하면 아기가 면역력을 물려받을 수 있을까?

미국에서 최근 발표된 동물실험 연구결과는 사람에게도 이런 일이 가능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통상 모유 속에는 여러 좋은 성분이 많고 엄마 몸속의 특정 항체들이 아기에게 전달돼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이를 '수동적 면역'이라고 말한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리버사이드 의대 연구팀은 나아가 모유가 아기의 면역시스템을 훈련해 엄마 면역세포와 같은 일종의 복제 면역세포를 만들게 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30일 의학전문지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이런 과정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 '모체 교육 면역'이라고 이름 붙였다.

모유 속에 포함된 모체의 특정 면역세포들이 아기의 장(腸) 벽을 통과해 흉선이라는 면역기관으로 들어가게 되며, 그곳에서 엄마가 이미 겪은 감염균 등을 공격하는 기능을 갖도록 아기 면역세포가 발달하게 '교육'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을 이끈 생체의학부 어메이어 워커 교수는 "아기가 만드는 엄마 면역세포의 복제품이 아기몸에서 동일한 면역력을 발휘했다"며 "엄마가 자신이 겪은 면역 정보를 전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커 교수는 "모체에 백신을 접종하면 아기에게도 백신을 맞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신생아 백신 접종 등 건강관리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강조했다.

일부 백신은 신생아에게 접종하는 게 안전하지 않다. 어떤 백신은 신생아에게는 잘 듣지 않는다.

예컨대 연구팀이 실험에 사용한, 결핵(TB)균 백신(BCG)의 경우 보통 생후 1개월 내에 맞는데 신체 다른 부위의 일반 결핵 예방률은 높지만 호흡기결핵, 즉 폐결핵 예방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워커 교수는 "만약 엄마에게 이를 접종하거나 임신부가 되기 직전 접종할 수 있다면 수유기에 전달된 면역세포들이 아기에게 처음부터 면역력을 제공해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동물실험에선 새끼의 TB 면역력은 직접 백신 맞는 것보다는 모유를 통해 얻는 것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어미 쥐가 해당 균 감염에 노출된 횟수가 많을수록 새끼 쥐에게 전달되는 면역세포의 양도 늘어나 면역력이 더 강해졌다.

워커 교수는 물론 사람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나는지와 백신의 종류와 양, 접종 시기와의 관계가 어떤지,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은 인체 대상 임상시험 등 추가 연구를 해야 하지만 기전이 유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워커 교수는 이러한 점에서 유모의 젖을 통해 전달되는 항체들과 면역세포들이 과거 왕실 아기들의 건강에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모는 주로 낮은 계층이어서 여러 감염질환에 걸린 경험이 더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대부분 문화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엔 엄마가 아니라도 주변의 다른 임신부나 수유기 여성들이 대신 젖을 먹여줘 아기가 더 다양한 면역세포를 갖게 됐을 것이라며 오늘날에도 일종의 '사회적 수유'에 대해서도 건강과 관련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면역학회가 발행하는 '면역학저널'[http://www.jimmunol.org/content/197/6/2290.full] 최근호에 실렸다.

choib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모유가 좋아요
'세계 모유 수유주간'을 맞아 지난 8월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대규모 모유 수유 행사에서 한 젖먹이의 엄마가 자신의 모유 수유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고 있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