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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SK브로드밴드 도급기사, 우천 전봇대 작업 중 추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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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손에 감전흔 나타나”…고객센터 과실 수사 착수

안전모 미착용…특수고용직, 실적 압박에 안전 후순위

빗속에서 전신주 작업을 하다 추락한 지 하루 만에 사망한 인터넷 설치기사 김모씨(35)의 시신에서 감전흔이 발견됐다. 김씨는 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김씨와 도급계약을 맺은 SK브로드밴드센터에 대해 관리 소홀 등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김씨를 검안한 결과 손에서 감전흔이 발견됐다고 2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김씨는 추락할 당시 안전모를 쓰지 않았고 머리 쪽에서 피가 많이 났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7일 낮 12시쯤 경기 의정부시 한 전신주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날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다. 전신주에서 떨어진 시각인 낮 12시에도 의정부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김씨는 28일 오후 9시쯤 숨졌다. 유족의 동의를 받은 경찰은 30일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김씨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다. 현재 SK브로드밴드 전국 센터의 현장기사 중 57%가 개인도급 형태다. 센터가 개인사업자들에게 업무 지시를 위해 만든 카카오톡방을 보면 센터는 지난 23일 “당일 처리 못한 기사들은 퇴근 전에 미처리 사유에 대해 시시콜콜 답변해줘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사유는 애초에 자르겠다”며 실적을 압박했다. 김씨가 추락한 27일 오전 조회시간에는 본부장이 직접 설치기사들에게 실적 압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는 추락사고가 발생한 이후 이 카톡방을 삭제했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지부 관계자는 “실적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에 설치기사에게 안전은 후순위인 경우가 많다”면서 “심지어 개인사업자인 설치기사들은 다치더라도 산재보험도 적용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아 분석한 2010~2016년 통신업 산업재해 현황에서도 통신업계의 과도한 실적 압박과 열악한 근로 환경이 드러난다. 통신업의 산재는 사업장 밖에서의 교통사고가 전체 1575건 중 410건(26%)으로 가장 많았고, 추락사고가 328건(21%)으로 뒤를 이었다. 김씨와 도급계약을 맺은 SK브로드밴드센터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급히 전화를 끊었다.

의정부경찰서는 이날 해당 사건을 형사팀에서 강력팀으로 재배당했다. 경찰은 부검을 마친 뒤 다음주 초쯤 센터 관계자 등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센터가 도급 계약을 맺은 숨진 김씨에 대해 주의의무나 교육관리를 소홀히 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원진·김지환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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