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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2016 롯데 타선, 정말 참을성이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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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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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부산, 조형래 기자] 2016년 롯데 자이언츠의 타선은 과연 참을성이 없는 타선이었을까.

롯데 타선에 흔히 씌워져 있는 굴레는 '참을성이 없다'는 것이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 초구부터 과감하게 휘두르는 '노피어' 야구의 영향이었을까. 이러한 모습은 종종 승부처에서 성급하고 무모한 타격이 나왔을 경우 팀 전체가 지탄의 대상이 되곤 했다.

하지만 올시즌 롯데 타선은 과연 참을성이 없었고 무모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올시즌 롯데는 오히려 '참을성 있는' 타선이었고 무모하지 않았다.

올시즌 롯데는 상대 투수들에게 2만 2020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그리고 타석 당으로 환산하면 3.99개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공을 던지게 했고, 지켜본 팀이 바로 롯데였다. 타석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았다는 의미. 헛스윙 비율도 낮은 축에 속했다. 올시즌 롯데 타선의 헛스윙 비율은 8.7%에 불과했다. 두산(8.4%), 삼성(8%)만이 롯데보다 아래에 위치했다.

삼진 기록에서도 롯데 타자들은 섣부르게 나서지 않았다. 볼카운트가 몰려도 방망이를 쉽게 내지 않은 팀이 롯데였다. 롯데는 올시즌 9월29일 기준으로 999개의 삼진을 당했다. 10개 구단 중 최다 1위다. 절대적인 삼진 개수가 많긴 하다. 그러나 전체 삼진 대비 루킹 삼진 비율을 들여다 봤을 때, 무작정 휘두르지 않았다.

기록통계사이트 '스탯티즈'의 자료에 따르면, 롯데는 999개의 삼진 가운데 루킹 삼진 248개를 기록했다. 전체 삼진 중 루킹 삼진의 비율은 24.8%나 됐다. 이는 kt의 28.1%와 넥센의 25.4%에 이어 3번째로 높은 기록. 루킹 삼진도 kt(24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기록들을 종합해보면, 롯데 타선은 공을 많이 지켜보고, 헛스윙을 자주 하지 않으며, 지켜보다가 삼진을 당해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았다고 유추할 수 있다.

투수들의 공을 지켜보며 투구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했지만, 상대 마운드의 기를 죽일 수 있는 '초전박살'의 느낌을 올시즌 롯데 타선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공을 보다가 초구와 2구 스트라이크를 당했을 경우 심리적으로 쫓기는 상황에서 타격을 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초구 타율은 3할7푼4리로 중위권 수준이지만 초구때 가장 적은 타수(540타수)를 기록했다. 1볼(340타수), 2볼(95타수) 등 유리한 볼카운트의 '히팅 찬스'에서 10개 구단 중 타격 비율이 가장 적었다. 결국 상대 투수들 역시 올시즌 1볼이나 2볼 이후에는 타자들이 기다리는 것을 알고 편하게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왔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다 정 반대의 상황으로 변하는 순간들도 많았다.

올시즌 롯데 타선이 출루율은 지난해보다 높아지고(0.356→0.371) 장타율은 떨어진(0.446→0.423) 부분도 롯데의 이런 모습에서 기인했다고 풀이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다만, 올 시즌은 지난해보다 그리고 2년 전보다 더욱 극심한 타고투저의 시즌이자, '빅볼'의 시대라는 것. 다른 구단들이 홈런과 장타로 '빅이닝'을 노릴 때 롯데는 대량 득점에는 한계가 있는 방법을 택했다. 올시즌 득점력(경기 당 5.45점)이 하위 3팀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원인 중 하나도 현재 롯데 타선 전체적으로 나타난 기다림과도 연관지을 수 있다. 롯데의 방향 설정이 과연 올바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고, 현재의 전력 분석의 방향이 맞는지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참을성과 기다림은 생겼다. 하지만 과감한 폭발력이 사라졌다. 롯데 타선은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지만 시대를 잘못 만났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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