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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현실 속 악몽'에 갇힌 알레포…닷새간 어린이 96명 사망(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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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 600여명 식량·의약품 바닥 나 치료 못받아

미 "러 폭격 계속하면 대화 없어"…해법 못 찾는 강대국들에 비난

연합뉴스

공습 이후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어린이 시신이 나오자 오열하는 주민 [AFP=연합뉴]


(제네바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한미희 기자 = 시리아 임시 휴전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무차별 공습과 포격이 이어지면서 반군 장악 지역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니세프는 지난 23일 이후 닷새 동안 알레포 동부 지역에서 어린이만 최소 96명이 사망하고 22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저스틴 포사이스 유니세프 부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알레포의 어린이들은 현실 속 악몽에 갇혀 있다"며 "그들이 겪는 고통을 표현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알레포 지역의 의료 시스템은 "무너지고 있다"며 인구 25만 명을 돌봐야 할 이 지역에서 의사가 30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인도주의 의료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시리아군의 공습과 미사일 공격으로 알레포의 외상치료센터 5곳 중 2곳이 파괴돼 운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중 한 병원에서 환자 2명이 숨졌고, 빵을 배급받으려고 줄을 서 있던 주민 6명도 이날 포격에 희생됐다.

람지 에잘딘 람지 유엔 시리아 부특사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600여명의 부상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며 신속하게 다른 곳으로 이들을 옮겨지 않으면 추가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유엔에 따르면 알레포에서는 주민의 4분이 1 정도에게만 배급할 수 있는 식량이 남았고 의약품은 거의 떨어졌다.

에잘딘 람지 부특사는 "미국과 러시아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휴전 협정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주체를 명시하지 않은 채 병원에 대한 공격을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행동과 책임을 촉구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합의로 성사된 시리아의 임시 휴전은 일주일만인 19일 실패로 돌아갔으며, 이후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은 알레포에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지난주에만 25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급수 시설도 파괴돼 200만 명이 식수 위기에 처해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알레포에 대한 공격을 끝내지 않으면 더는 러시아와의 협상은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예브게니 자가이노프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시리아의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이 벌어지면 정확한 확인도 없이 일단 시리아나 러시아를 비난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반발했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는 알레포 상황을 정상화할 방법을 찾기 위해 제네바로 가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시리아 사태를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해법 제시보다는 책임 공방에 더 바쁜 강대국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조앤 리우 MSF 회장은 안보리가 시리아는 물론 예멘과 아프가니스탄의 분쟁 지역에서 의료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5월 채택한 결의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에서 "알레포에서는 어린이와 노인, 병자와 젊은이 등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며 "폭격에 책임 있는 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한다. 그들은 신 앞에 심판받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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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습받은 건물에서 구조되는 어린이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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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습 당한 알레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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