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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앵커브리핑] "외계인은 지구에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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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까마귀들이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냈다."

지난 2005년 규모 7.6의 강진으로 7만 5천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파키스탄에서는 대지진이 있기 전 새들이 이상행동을 보이면서 재앙을 예고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습니다.

독일의 과학자 헬무트 트리부치 일찍이 지진이 일어나기 전, 자연은 본능적인 무언가를 느낀다고 주장합니다.

이번 지진 역시 지하수 수위가 올라가고 울산 태화강엔 숭어 떼가 이동하고 지진운이 발견되었다는 후일담이 나왔지요.

그러나 어리석음 때문인지, 지나친 자만 때문인지, 오로지 인간만이 깨닫지 못했던 땅의 울음소리.

지금도 여진이 세상을 계속 흔들고 있지만, 그 땅 위에 마천루와 원전을 지은 우매하고 무모한 인간들만이 지진의 공포를 다시 어느 한구석에 밀어 넣고 짐짓 잊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퇴할 때까지 단식"

"유감 표명할 내용이 없다"

정치도 그와 같을까?

여기 다시, 어쩌면 발밑에서 울리고 있는 커다란 땅의 울음을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민생 우선'이라는 정치적 선전도 아예 솔직하게 치워버린 채 분노와 삿대질만이 뒤덮고 있는 한국의 정치.

"정치 선진화를 위해서 외국 정치인을 스카우트해오자"는 웃지 못할 제안마저 나왔습니다.

지금 우리의 정치가 발 딛고 있는 땅, 즉 민심은 안녕하신가.

필부필부들의 원성은 끊임없이 커다란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정작 정치만 그 응축된 지진의 전조를 느끼지 못한 채로 새는 모두 날아가고 지하수위가 올라가고 숭어 떼가 모두 떠나버린 이후에야 이 싸움을 멈출 것인가.

며칠 전에 콜롬비아의 대통령과 반군의 지도자가 손을 맞잡았습니다. 52년에 걸친 남미 최대 유혈내전의 종언을 고한 그들은 총알의 탄피로 펜을 만들어서 평화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그 펜의 손잡이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더군요.

"총알은 우리의 과거를 기록했다. 교육은 우리의 미래를 기록할 것이다"

흔들리는 국회와 여진으로 어지러운 민심. 훗날 오늘을 기록한다면. 그 펜의 손잡이에는 어떤 글귀가 새겨져 있을 것인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너무 무거웠다면 좀 가벼운 사족을 붙여드리겠습니다.

호텔 캘리포니아를 불렀던 이글스의 돈 헨리는 공연 중에 이렇게 농담했습니다.

"외계인은 절대로 지구로 오지 않는다… 너무 오염됐기 때문에…"

외국 정치인을 수입해오자는 칼럼에 대해서 저도 웃자고 달아드린 사족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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