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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태형의우주여행] 목성 위성에 바다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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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증기 기둥은 생명체가 있다는 증거

사실로 밝혀지면 인류역사 최대 뉴스

9월 27일 새벽(한국시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에서 바다의 존재 가능성을 입증할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유로파의 남극 근처에서 200km까지 솟구치는 물기둥, 정확히는 수증기 기둥을 세 차례에 걸쳐 발견했다는 것이다. 유로파는 목성의 위성 중 네 번째로 큰 위성이다. 그 위성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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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에서 수증기가 발산하는 가상 이미지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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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에서 수증기가 발산하는 가상 이미지 [NASA 제공]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곳이다.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생명체가 생존하기에 적당한 온도와 압력을 갖춘 환경이기 때문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물질이 우주 다른 곳의 물질들과 다르지 않다. 다만 온도만 적당하다고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화성의 경우, 여름철에는 0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갈 때가 있다. 하지만 화성 표면에서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없다. 대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이 0도에서 녹고 100도에서 끓는다는 것은 지구와 같은 1기압의 압력이 있는 환경에서다. 높은 산에 올라가 물을 끓이면 100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는다. 압력이 낮기 때문이다.

화성의 기압은 지구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 기압이면 물은 0도에서 녹자마자 바로 끓어 기체로 변한다. 즉, 액체 상태로 존재하기가 어렵다. 작년에 화성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른 흔적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있었다. 하지만 이 물은 소금기가 섞여 있는 물이다. 소금물은 0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녹고, 액체로 존재하는 온도 범위가 순수한 물보다 넓다. 겨울에 염화칼슘이나 소금을 뿌리면 눈이 녹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만약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표면이 아닌 그 아래 어딘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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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 표면에서는 액체 상태의 물기둥이 솟구칠 수 없다. 대기가 없기에 표면에 노출되는 순간 물은 바로 수증기로 변하기 때문이다. 유로파의 표면 아래라면 그곳에는 압력이 존재하고 표면보다 온도가 높기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존재할 수 있다. 지구의 바다에서는 10m 밑으로 내려갈 때마다 1기압씩 압력이 올라간다. 이때의 압력은 대기의 압력이 아니라 물이 내려누르는 수압이다. 결국 유로파 표면 아래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고, 그 물이 표면의 갈라진 틈으로 뿜어져 나오면서 수증기 물기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구의 생명체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35억년 전 바다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유로파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다면 그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이다. 물론 지구처럼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유로파에 원시 생명체라도 존재한다면 이 우주에 지구 말고 다른 곳에도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다. NASA는 2020년대에 유로파를 탐사하기 위한 우주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미 의회의 예산 승인이 이뤄졌고, 탐사선을 보내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과연 지구 밖에도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이 있을까. 만일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놀라운 사건이 될 것이고, 사회, 문화, 종교 등 각 분야에서 커다란 논란을 불러 올 것이다.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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