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말레이기 격추 조사 잘못됐다" 러' 반발에 책임규명 난항 예고(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말레이 등 5개국 회동해 국제 재판 추진할 듯…실효성은 의문

연합뉴스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추락 사건을 조사해 온 네덜란드 경찰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자료사진]


(자카르타·모스크바=연합뉴스) 황철환 유철종 특파원 =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추락한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여객기 MH17편이 친(親)러시아 반군 지역에서 발사된 러시아제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국제조사단의 조사결과가 나왔지만, 책임자 규명과 처벌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러시아 측이 즉각 국제조사단 발표를 부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조사단 보고서에서) 우리는 아무런 증거도 보지 못했다"며 "이는 잠정적 결론이며 조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조사단의 보고서가 발표된 전날에도 최근 러시아군이 내놓은 새로운 레이더 자료로 "여객기를 격추한 미사일이 반군 장악 지역에서 발사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며 "미사일이 다른 지역에서 발사된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부크를 포함한 러시아 미사일 시스템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적이 없으며 국제조사단보고서는 인터넷이나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자료에 근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가세했다. 외무부는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네덜란드 조사팀의 결론은 사고 조사가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고 정치적 동기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국제조사단의 일원으로 말레이기 피격 사건을 조사해 온 네덜란드 경찰은 28일 MH17편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옮겨진 '부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에 격추됐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경찰은 위성자료와 현지실사를 통해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동부의 반군 장악 지역에서 발사됐으며, 미사일 발사대는 다시 러시아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경찰은 특히 수집된 관련 증거가 재판 증거물로 쓰일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와 호주 정부는 책임자를 가려내 반드시 처벌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말레이시아 베르나마 통신에 따르면 현재 독일을 방문 중인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네덜란드 경찰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 "말레이시아는 단호한 조치가 취해지길 바란다"면서 네덜란드와 호주 등 이 사건으로 자국민이 희생된 국가들과 회동해 향후 행동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국제조사단에 소속된 국가들과 함께 (사건 관련자를) 기소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말레이시아와 호주 등이 가해자를 명확히 밝혀 처벌하기 위한 국제 재판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이번 수사의 최종 결론과 MH17편의 추락 원인에 대한 네덜란드 안전위원회의 조사결과가 가해자들을 법정에 세우는데 주요 역할을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가 네덜란드 경찰과 국제조사단이 내린 결론을 부정하고 있는 까닭에 국제 재판이 성사된다고 해도 실효성을 가질지는 불투명하다.

러시아 측은 MH17편이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에 격추됐을 가능성을 주장해 왔다.

러시아는 작년 7월에는 유엔 보장이사회에 상정된 MH17편 피격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제 법정 설치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 헌법은 어떤 이유에도 자국민을 해외 법정에 인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얼마나 호응할지도 변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사결과가 유럽연합(EU)이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에 가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이미 EU 내부에선 제재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여객기 MH 17편은 지난 2014년 7월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중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치열하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상공에서 격추돼 승객 283명과 승무원 15명 등 298명이 모두 숨졌다.

hwangch@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FILE UKRAINE MALAYSIA MH17 CRASH INVESTIGATION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추락 사건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잔해 사진. [EPA=연합뉴스자료사진]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