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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100명 학생 앞 공개 폭행, 여전한 대학가의 ‘군기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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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체육대학의 한 학과 학생회장이 학생 100여명이 모인 공개석상에서 이른바 ‘군기잡기’ 목적으로 한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해 물의를 빚고 있다.

피해자 학생이 “출첵(출석체크)만 하고 수업을 도망갔다”는 황당한 이유에서였다. 연초마다 대학가 내에서 신입생 신고식 등 과정에서 폭력행위 문제가 번번히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지만 좀처럼 구시대적 군대문화가 근절되지 않은 한국 대학가의 어두운 단면이다.

지난 22일 대학생 온라인게시판인 ‘대나무 숲’과 당시 다수 목격자들에 따르면 경희대 체육대학의 한 학과 수업에서 해당 학과 학생회장이 같은 학번 학생을 공개적으로 머리채를 쥐고 발로 가슴을 차는 등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나무 숲’은 각 대학별 SNS 페이지를 통해 익명의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으로 학교 내부의 소식을 익명으로 전하는 공간이다.

해당 수업은 재학생 전체가 4년간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수업으로 올해 입학한 신입생부터 4학년 학생까지 재학생 대부분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에도 재학생 100여 명이 현장에서 폭력 행위를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과 학생회장 최 모씨는 “전체 재학생이 참석하는 수업에서 출석만 확인하고 수업 도중을 도망갔다”는 이유로 피해자 학생에게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최 씨는 피해자에게는 “내가 우습게 보이냐”며 군기를 잡고 지켜보는 주변 학생들에게도 “고개를 숙이라”고 말하는 등 강압적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희대 체육대학은 SNS 제보글이 게시되자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피해자 측은 학교 징계위원회의 조사 여부와 관계 없이 가해자를 경찰에 고소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피해자 측은 공개석상에서 인격모욕과 폭력을 당한 정신적 충격으로 정상적 학교생활이 어려운 상태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월에도 해당 단과대학은 지나치게 비싼 오리엔테이션 참가비 책정과 학생회비 납부 강요 등 강압적인 학내 문화로 비판을 받은바 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이런 강압적 학과분위기를 방조해 온 것도 사태발생에 한몫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같은 대학 국제학부에 재학 중인 유 모씨(25)는 “다른 학과 학생들의 체대 내 강압적 문화에 대한 지적이 계속됐음에도 이런 일이 또 벌어져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폭력 없는 체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학교 측 입장이 매번 말 뿐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실제 본지가 학교측 해명을 듣는 과정에서도 학교 측의 안이한 인식이 드러났다. 체육대학 관계자는 “심한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방적인 폭력행사는 분명한 잘못인 만큼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불러 진술을 듣고 학칙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학교해명에도 SNS상에선 “체육대학이 자정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 “이 분이 용기 내지 않았다면 또 조용히 묻혔을 것”, “이런 일이 타 단과대에 비해 빈번한 것이 사실이다” 등의 학교와 학과 분위기를 비난하는 글들이 무수히 올라왔다.

매일경제 측은 가해 학생과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가해 학생은 학교와 피해자 측에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학과를 이끌어야할 학생회장으로서 순간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한 것을 깊이 반성하며 학교 측의 처분을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준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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