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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여행] 꿈인듯 현실인듯… 몽환적인 안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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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유후인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 긴린코 호수를 걸어야 한다. 긴린코 호수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냉천과 온천이 만드는 뿌연 물안개 속을 걷다 보면 꿈속을 헤매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JNTO 제공


꿈만 같다. 몽환적인 물안개는 마을을 감싸고, 구불구불 길을 따라가면 아기자기한 온갖 것들이 몰려 있다. 속세와는 동떨어진, 한번 발을 들이면 다시 나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작은 동화 마을 ‘유후인’이다. 유후인은 오이타현 중앙에 자리한 자그마한 분지 지역으로 해발 1584m의 유후다케 등 높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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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유후다케의 정상에 오르면 아소산, 구주산 등 명산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일부러 등산만을 위해 찾기도 한다. 산 중턱 원천에서는 퐁, 퐁 수증기가 솟아오르고 금세 솜사탕 같은 긴 구름을 만들어 낸다. 온천은 물론 미술관, 잡화점, 카페 등이 몰려 있어 마치 하나의 테마파크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실제로도 일본 여성이 가장 좋아하는 온천마을로 꼽혔을 정도로 아늑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심지어 이 마을에서는 담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하루에도 수천명의 관광객이 바로 집 앞을 지나다니는데도 주민들의 표정은 태평하다.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왜 이곳을 1순위로 삼는지 알 만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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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이 ‘안개의 마을’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마을 중간에 자리 잡고 있는 ‘긴린코 호수’ 때문이다. ‘용이 사는 호수’로 전해진 이 호수는 석양에 비친 수면을 뛰어오르는 물고기의 비늘이 금처럼 빛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긴린코 호수는 이른 아침이면 물안개가 자욱하다. 안개의 비밀은 바로 호수 밑바닥에서 함께 솟아오르는 온천과 냉천에 있다. 이 두 물줄기가 동시에 나오면서 주변 기온과 온도차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긴린코 호수 근처에는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의 작품을 전시해 놓은 ‘마르크 샤갈 미술관’이 있다. 샤갈을 도시의 외곽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겠지만, 긴린코 호수와 더불어 운치가 있는 장소 중 하나다. 규모는 작지만 미술관 1층에는 긴린코 호수를 바라보며 차 한잔 할 수 있는 카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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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지지역인 유후인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유후다케 산의 능선을 따라 가야 한다. 탁 트인 자연경관 외에도 이 주변에는 옛날부터 자리 잡은 오래된 온천여관과 작은 갤러리, 찻집 등이 있어 쉬어가기에도 좋다. JNTO 제공


이 카페를 지나 긴린코 호수 주변을 걷다 보면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바로 벌꿀의 달콤함을 담은 것으로 유명한 ‘비 허니(Bee honey)’의 대표메뉴 ‘하치미쓰 소프트’다. 모양은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했던 ‘벌꿀 아이스크림’과 같지만 왠지 긴린코 호숫가에서 먹어야 더 특별한 기분이다. 찾기도 어렵지 않다. 긴린코 호수를 끼고 돈 뒤, 쭉 앞으로 걸어나가면 민트색 지붕에 크게 그려진 꿀벌 모양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이미 가게 앞에서 늘어선 줄만 보고도 ‘바로 이곳’임을 직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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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가득 담긴 통에 꽂혀 있는 오이바 규리 스틱


‘안개의 마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발이 피곤하다. 유후인역에서 긴린코 호수까지 이어지는 1.5km 남짓한 산책로가 이 마을의 백미이기 때문이다. 일본 전통가옥을 모티브로 만든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유노쓰보 거리(湯の坪街道)’를 천천히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길을 따라 각종 공예품과 잡화, 캐릭터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거리가 원래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30여년 전 이 일대가 지진으로 폐허가 되자 무너진 마을을 일으키기 위해 주민자치회가 한뜻으로 노력한 결과다. 비록 최근에 만들어졌지만 무조건 개발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 푸근한 시골 마을의 정취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각종 구경거리에 마음을 뺏긴 사람들로 늘 거리는 붐비지만 그 모습이 마을 전체와 어우러져 한 장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이 중 가게 입구에 커다랗게 놓인 도토로 인형이 인상적인 ‘돈구리노 모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의 캐릭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밖에도 헬로키티나 후쿠오카의 대표 캐릭터인 ‘구마몬’에 대한 각종 기념품을 전시해놓은 곳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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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물과 토양, 온화한 기후. 이 청정한 마을에서 먹는 음식은 다른 곳에서 먹을 때보다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게 심지어 기름에 튀기거나, 당분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것이라 해도 그렇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여행지이다 보니 유후인에는 구미가 당기는 다양한 군것질거리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금상고로케’다. 말그대로 NHK의 ‘제1회 전국 고로케 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았다는 뜻이다.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튀김요리지만 다른 고로케보다 감자와 소고기가 듬뿍 들어가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점심 먹기 전 출출할 때 간단한 간식용으로 제격이다. 주문하면 걸어다니면서 먹을 수 있도록 작은 종이 봉투에 담아준다. 고로케가 싫다면 근처 가게에서 다코야키를 선택할 수도 있다. 탁구공만 한 크기의 일반적인 다코야키와는 다르게 이곳은 아이 주먹만 한 크기의 다코야키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대표 메뉴 이름도 폭탄구이라는 뜻의 ‘바쿠단야키’다. 크기는 물론 김치, 치즈 등 다양한 소가 들어가 취향에 맞는 걸 고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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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보다 유후인에 왔으면 달콤한 디저트는 필수다. 유노쓰보 거리의 초입에 있는 롤케이크 전문점 ‘비 스피크’는 늘 새롭고 부드러운 롤케이크를 선보인다. 인근의 농가에서 늘 신선한 밀가루와 달걀을 직접 공수해온다고 한다. 이곳 말고도 규슈 지역의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하는 케이크 전문점 ‘유후후’ 역시 매력적이다. 대표메뉴 ‘다마고 롤’은 2010년 일본 전국 간식 랭킹 콘테스트에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절인 오이를 나무꼬치에 꽂은 ‘규리 스틱’도 색다른 먹거리다. 얼음이 가득 담긴 통에 꽂혀 있는 이 ‘오이바’는 걷기에 지친 관광객들의 갈증을 풀어준다.

후쿠오카=글·사진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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