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학교 정문에 '물품 보관함'…"학부모님 마음만 받겠습니다"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영란법에 달라진 학교 풍경…가을 신학기 상담주간, 운동회 등 앞두고 대비 철저

연합뉴스

서울 남산초 보안관실의 물품 보관함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김용래 기자 = '빈손이어야 합니다. 학부모님들의 마음만 받겠습니다'

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학교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물론 이전부터 청탁이나 촌지 문화는 사라진 지 오래라고 학교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지만 가을 새학기 상담주간, 운동회, 소풍 등 각종 행사를 앞둔 학교 입장에서는 보다 공식적으로 선물을 거절할 명분이 생겼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29일 서울시교육청과 각 학교에 따르면 우선 학교 정문에 '물품 보관함'이 등장한 경우가 부쩍 늘었다.

서울 남산초는 학교 정문 보안관실에 '선물마감'(선생님께 물질 아닌 마음으로 감사하기)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 상자를 가져다 놓았다.

보안관실 창문에는 '학부모님의 학교 방문 시 가벼운 핸드백을 제외한 일반적인 물품 등은 가급적 소지하지 마시고 부득이한 경우 보안관실 앞 상자에 보관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안내문도 부착했다.

중랑구에 있는 면북초도 학교 보안관실에 '선물마감운동'이라고 적힌 분홍색 물품 보관 주머니를 내걸고, 물품보관대장에 보관된 물품 목록도 기록하고 있다.

이 학교 서형기 교장은 "교사와 상담을 할 때 학부모들이 음료수를 들고 오시는 경우가 있는데, 물품 보관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다시 가져가시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 교장은 "이미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학부모님들도 잘 알고 계시지만 가끔 1학년 예비 학부모들이 음료수를 들고 오는 경우가 있어 다시 가져가시라고 정중히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각 학교들은 가을 운동회, 소풍, 상담주간 등을 앞두고 가정 통신문을 통해 학부모 지침을 꼼꼼히 안내하고, 정문과 현관에 '선물 거절'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의 대비책도 마련하고 있다.

노원구 신상계초는 가정 통신문에서 '음료수 한 캔, 집에서 만든 과자 하나'도 금지한다고 안내했으며, 금천구 문백초는 정문에 '빈손이어야 합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과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만 받겠습니다'라고 적힌 안내판을 설치했다.

26일부터 30일까지 학부모 상담주간을 운영 중인 송파구 아주초도 '선생님을 불편하게 하는 작은 음료 하나도 정중히 사절한다'는 안내판을 정문에 세워뒀다.

다음달 1일 가을 운동회를 앞둔 서울 교대부초는 운동회 날 교직원들이 따로 구내식당에 모여 식사를 할 계획이다.

전병식 교대부초 교장은 "우리 학교는 예전부터 운동회 때 학교 예산으로 교직원들 식사를 해결해왔다"며 "혹시 '란파라치'들이 학부모인 척 하고 음료수 하나라도 건넬 수 있으니 더욱더 조심하라고 교사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yy@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서울 혜화초 물품 보관함



연합뉴스

서울 문백초 현관의 안내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