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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앵커브리핑]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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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의 문을 엽니다.

조선시대 관료들이 지켜야 할 교과서. 다산 선생의 < 목민심서 >를 보면 청백리, 즉 이상적인 관료상의 기준은 크게 세 등급으로 나뉩니다.

봉록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남는 것은 반납하는 자는 상급.

명분이 바른 것만 받는 자는 중급.

선례가 있는 것까지는 받되 직권을 이용한 부정은 않는 자는 하급.

이것이 다산이 꿈꾸던 청백리의 세상이었지요.

만약 조선의 모든 공직자들이 제일 아래기준인 '하급' 만이라도 철저히 지켰더라면 그 시대는 얼마나 살만한 세상이었을까…

그러나 아시다시피. 그 '하급'들도 찾아보기가 어려웠는지… 입으로만 외치는 정의는 세상에 통하지 않았고 조선의 필부들은 고통 받았습니다.

정의는 운위되었지만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오늘 또 다른 문 앞에 서 있습니다.

금융실명제 이후 최대의 격변. N분의 1. 전 국민 더치페이의 시대.

말 뿐이던 그 청백리의 기준은 제도로 정착되어 낯설고 사뭇 두려운 사람들은 이 문 앞에서 떠밀려 들어가야 할 판입니다.

앞으론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속된 말로 머릿속 주판알을 굴려야 하고, 필요 이상으로 사람을 옥죄어 종래엔 소소한 인간관계마저 단절시키는 것은 아닐지…

혹은 원치 않는 표적이 되어 황당한 보복을 받게 되는 건 아닐지…

반면 지금보다 더욱 은밀하고 끈끈해질 짬짜미들 소위 머리 좋고 재주 좋은 이들이 찾아낼 수많은 구멍들 사이로 순진한 국민들만 골탕 먹는 것은 아닐까.

억울함을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 앞에 놓인 그 좁고 험한 문.

그러나 그 좁아 보이는 문은 실제로도 좁고 험한 것이 아니라 그저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어서, 또 두려워하고 있어서 좁아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카메라 렌즈의 줌을 당기듯 그 문 앞에 바싹 다가가면 어느 순간, 좁아보였던 그 문은 환하고 커다란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지도 모르지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상화되는 세상.

우리는 성큼 한발을 내딛습니다.

오늘(28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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