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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입 모은 집중 난타에도… 트럼프 "내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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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조사 근거로, '1차 토론 승자'라는 주장도

대선후보 1차 TV토론에서 예상 밖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주류 언론은 물론이고 미 재계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내가 토론의 승자’라고 우기는 한편, ‘남은 두 번의 TV토론에서는 무차별 폭로로 힐러리 클린턴을 몰아붙이겠다’고 맞서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은 27일 전날 토론 내용을 분석하며, 미국 대통령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고 트럼프를 폄하했다. NYT는 ‘어떻게 트럼프를…?’이라는 칼럼에서 ‘적성국 러시아의 미국 해킹 사실을 부인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미국에 월세를 내는 세입자 정도로 취급하는 트럼프를 어떻게 백악관 주인이 되도록 할 수 있느냐’고 공격했다. WP도 ‘명백한 대비’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1차 토론을 통해 오직 한 명의 후보(클린턴)만이 대통령에 적합하다는 점이 뚜렷해졌다’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단순한 구호 이상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는 성품과 자질도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1차 토론에서 트럼프로부터 “외국으로 일자리를 넘기는 미국의 대표기업”이라고 공격을 당한 포드자동차도 전사적인 반격에 나섰다. 포드 직원들은 이날 “트럼프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하루 종일 확산시켰다. 포드 관계자는 “포드가 지난 5년간 미국에 12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2만8,000개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토론의 승자’라고 주장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인용한 일부 여론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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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토론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만, 트럼프는 겉으로는 의기소침하지 않는 모습이다. “온라인 기부 등을 통해 하루 동안 1,300만달러(약 142억원)를 모았다”며 “우리는 여전히 나아간다. 미국에 감사를!”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는 오히려 자신이 토론의 승자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트럼프를 승자로 평가한 타임 등 극히 일부 매체의 여론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토론이 불공정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TV토론 직후인 전날 밤에는 ‘진행자인 레스터 홀트(NBC방송 앵커)가 아주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표시하고도, 이날 아침에는 “클린턴의 국무장관 재직 때 벌어진 이메일 스캔들, 2012년 리비아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 테러사건에 대해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고 힐난했다. 또 “홀트가 나에게만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고 덧붙였다.

동요하는 지지자들을 안심시키려는 듯 2, 3차 토론에서는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까지 거론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트럼프는 “빌 클린턴의 많은 불륜사례를 끄집어내려고 했지만 클린턴의 딸 첼시가 청중석에 있어 참았다”며 “다른 사람의 감정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데, 너무 느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다음 토론에서는) 클린턴을 더 세게 다룰 것”이라고 밝혀, 빌 클린턴의 성추문을 2ㆍ3차 토론에서 공격 소재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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