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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5년새 2배 급증 '문콕 테러' 주범은…낡은 규정? '물 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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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커지는데 주차장 규격 26년째 요지부동…"운전 미숙도 원인"

주차장 폭 현실화·면허시험 강화 목소리…"근본 해법은 배려하는 문화"

연합뉴스

복잡한 주차장[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주차장 너비 기준을 늘려도 자동차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탱크를 몰고 다니지 않는 한 '문콕' 피해는 계속됩니다"

큰 맘 먹고 새 차를 뽑으면 행여나 흠집이라도 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안절부절못하기 마련이다. 반짝반짝 광이 나는 신차에 작은 생채기라도 나면 마치 자기 살을 베인 것 같은 아픔을 느끼는 운전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문콕'은 차 문을 부주의하게 열다가 옆에 주차된 차의 옆면을 찍는 사고다. 당하는 아픔이 오죽했으면 '문콕 테러'라는 이름까지 붙었을까.

올해 국정감사에서 '문콕'이 다시 이슈로 등장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문콕'의 주범으로 26년째 변함없는 주차단위구획의 최소 너비 기준을 지목했다.

차 몸집은 갈수록 커지는데 주차장 크기는 그대로여서 사고가 빈발한다는 주장이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주차장 사고특성 분석' 결과를 보면 '문콕' 사고는 5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

보험사에 접수된 자동차보험 주차장 사고 94만3천329건, 대형 마트나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차량 625대 사고를 분석한 결과, '문콕'으로 보험처리된 사고는 2010년 230건에서 2014년 455건으로 97.8%나 증가했다.

현재 주차장법시행규칙상 주차단위구획의 최소 너비 기준은 2.3m(일반형)다.

1990년 효율적인 토지 활용을 명분으로 2.5m에서 0.2m 줄인 뒤 그대로다.

당시에는 주요 차량의 너비(전폭)가 1.7m 안팎이었고, 대형차도 1.8m 정도여서 대당 주차공간 2.3m는 승하차에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지금은 웬만한 대형차 너비는 1.9m를 넘고 2.17m에 달하는 차도 있어 30년 가까이 지난 주차단위구획 기준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차 너비가 1.9m인 경우 승하차 여유 공간은 40㎝밖에 안 된다. 20㎝에 육박하는 차 문 두께를 빼면 실제 타고 내리는 공간은 20㎝ 정도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나마 차량을 주차공간 중앙에 세웠을 때 얘기다. 차를 한쪽으로 치우쳐 주차하면 여유 공간은 더욱 좁아진다.

운전자는 가급적 운전석 쪽에 넓은 공간이 만들어지게 주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빈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간신히 주차한 경우 온몸을 비틀고 구겨봐도 차에서 내리기조차 힘들다.

현재 주차단위구획 기준이 제공하는 20여㎝의 승하차 여유 공간은 지하층 비상탈출구 최소 너비 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토부령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은 지하층 비상탈출구 최소 너비 폭을 75㎝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차단위 구획 기준을 넓히면 과연 '문콕'이 크게 줄어들까.

자동차와 운전 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이상 주차장 너비를 넓혀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주차장 공간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대형 자동차를 선호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운전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상태에서 구획 기준 조정만으로는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소하고 우발적인 사고로 보이는 '문콕'은 생각보다 원인이 훨씬 복합적이고, 자동차 문화의 부조리를 함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려서부터 차 문을 여닫을 때 남을 배려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운전면허시험 과정을 운전 기능, 인성에 대한 교육 및 검증을 크게 강화하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가해자가 적절한 조치 없이 사라지는 '문콕 뺑소니'를 줄이려면 실질적인 처벌이 가능하도록 도로교통법과 형법상 재물손괴죄 규정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손으로 차 문 바깥면을 잡고 열면 '문콕' 방지용 스펀지를 붙일 필요도 없다"며 "법이나 제도로 풀지 못하는 일도 작은 배려가 있으면 가능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모두가 즐거운 자동차 문화를 만들려면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무자격 운전자'를 양산하는 운전면허시험부터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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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하차 여유공간 부족한 주차공간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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