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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0%대 물가 고착화…한은 금통위 고민 깊어졌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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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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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물가 고민이 깊어졌다. 물가가 1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탓이다.

특히 앞서 전망한 물가 경로를 이탈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기적인 목표 수준인 2% 내외로 올릴 수 있을지 불안감도 내비쳤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한은은 0%대에 주저앉은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릴 책임이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다만 지난달에 비해 고용시장 악화 가능성, 통화정책 파급효과, 구조개혁의 필요성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눈길을 끌었다.

◇“물가 하방위험 높아져”

한국은행이 27일 공개한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의사록을 보면, A 금통위원은 “8월 물가상승률이 낮았던 것은 전기요금 한시 인하라는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면서도 “목표치인 2% 도달 시점이 지연될 위험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8월보다 0.4% 오르는 데 그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A 금통위원은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6월 임금상승률이 둔해진 점을 고려할 때 중기 물가경로의 하방 위험을 검토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도 했다.

또다른 B 금통위원은 “원화 환율의 하락 압력이 있어 저유가 기저효과가 소멸되더라도 하반기 물가 흐름이 7월의 전망 경로를 소폭 밑돌 것”이라고 추정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지난달 근원 물가상승률이 7월 수준을 유지하긴 했지만 조정평균지수, 경기민감물가 등 수요 측 근원물가 지표의 오름세가 다소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B 금통위원은 “임금상승률도 기업 구조조정 가시화 등으로 둔화할 위험이 있어 중기 물가경로의 하방 위험이 증대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 금통위원 역시 “물가 흐름이 기조적으로 크게 변화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물가상승률이 중기적 시계에서의 목표 수준인 2% 내외로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상당수 금통위원들은 물가가 한은의 전망 경로대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D 금통위원은 “환율 유가 국제원자재가 공공요금 등 단기적 하방 요인이 점차 소멸되고 기조적 물가추세가 부각되면서 목표치에 근접할 것”이라며 “근원인플레이션율과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 수준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가계부채 우려는 ‘여전’

이번 금통위에서는 금통위원이 관심사의 폭이 좀더 넓어졌다. 가계부채를 비롯해 저금리가 길어지는 데 따른 금융안정 문제가 주로 지적됐다.

E 금통위원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될 뿐 아니라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등 은행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투자행태 변화 등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B 금통위원은 가계신용이 늘어나는 데 비해 기업신용이 위축되는 부분을 걱정했다. 신용순환이 동조화하지 않으면 신용시장 전반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주는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가 왜곡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B 금통위원은 “금리 인하로 확대된 유동성이 부동산 건설 등 저생산성 부문에 주로 공급되면서 금융시스템의 집중도 상승과 경기변동성 확대를 야기할 위험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금융중개의 효율성을 높여 생산성을 높이려면 국지적 위험에 선별적 대응이 가능한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가 더욱 긴요하다”고 봤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여전했다. A 금통위원은 “청장년층의 집단대출로 늘어나는 가계부채에는 중장기적 경기불안정 위험의 상승이 잠재돼있다”고 강조했다.

저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완화적 기조가 길어지는 데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D 금통위원은 “유동성이 풍부해도 구조적 제약으로 투자에 대한 수익성이 낮다면 자금이 생산자본보다 단기적 자산가격 상승을 통한 수익 추구로 치우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적 문제로 완화적 기조가 길어지면 금융불균형뿐 아니라 양극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며 “지나친 단기 부양책이 중장기적 잠재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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