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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취재파일] "티켓을 나눠드릴 수도 없고"…'김영란법' 시험대 오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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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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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마지막 주말. 문화부 후배 기자가 취재차 가는 프랑스 현대 무용 공연을 같이 보러 갔다. “선배, 저와 같이 공연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거 같아요”라는 말에 얼른 따라 나섰다. 오랜 만에 예술의 전당에 가는 길에 혹시나 하고 과거 문화부 기자 시절 알던 공연 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마침 근무하러 나와 있다고 해서, 잠깐 보기로 했다.

기자 생활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공연 담당하면서 역시 신참으로 만났던 그녀는 20년이 지나 최근 본부장으로 승진했단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화제는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는 김영란법. “굴비는 한 마리 두 마리씩 나눠서 줄 수도 있다지만 공연 티켓은 1막, 2막 나눠서 (취재차 오는) 기자들에게 드릴 수도 없고 고민”이란다.

공연장에서 우연히 또 한 명의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전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몸담고 있는 김용걸 교수. 10여 년 전 파리 특파원 시절에 만났던 사람이다.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국립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로 활동했던 그를 파리에서 취재했던 인연이다. 그 덕분에 유서 깊은 파리 바스티유 극장에서 파리국립오페라 발레단의 무용 <돈키호테>를 볼 수 있었다. 한국인 무용수 김용걸이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가슴 벅찬 현장이었다.

특파원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서도 김 교수는 자신의 공연 때마다 연락을 줘서 몇 번 공연을 보러간 적이 있다. 이번에도 10월에 공연이 있다면서 “시간이 되면 오시라”고 청했다. “티켓을 보내드릴 수가 없어서 어쩌죠?“ 라면서.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 체육대회를 앞두고 엄마들의 준비 모임이 있었다. 학교에서 지침이 나왔다. “학생들 도시락, 물, 음료 준비하고 선생님들 식사는 운동장 내 식당에서 단체로 하기 때문에 따로 준비할 필요 없다”는 내용이다. 아이들 도시락과 음료수는 준비하면서 선생님들한테는 물 한 모금도 준비하지 않았다. 학교 선생님인 한 엄마가 “커피 한 잔도 선생님들께 드리면 안 된다”는 말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고, 덕분에 선생님들 식사나 음료 걱정 없이 모임은 일사천리로 끝났다.

“앞으로 선생님들께 선물 드리려면 졸업 때 감사의 선물만 드릴 수 있다. 그것도 같은 학교에 동생이 다니면 드릴 수 없다.”는 말에 모임은 웃음 바다가 됐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이른바 ‘란파라치’ 학원이 기승을 부린다는 말에 “누구를 믿을 수 있나? 무서워서 살겠나?” 하면서도 엄마들은 “차라리 잘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법이 직접 적용되는 공무원, 교사, 언론인 240만 명과 배우자까지 400만 명이 대상자라고 하지만 사실 사회 곳곳에서 걸리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병원 부탁, 명절 때 KTX, 비행기표 부탁, 교사에 대한 부탁, 교통 신호에 걸릴 때 교통 경찰에 대한 부탁까지.

이제 우리 모두에게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길이 열렸다. 모두가 시험대에 올랐다.

▶ [리포트+] 육하원칙으로 보는 김영란법

[홍지영 기자 scarl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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