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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취재파일] "사드 1개 포대로 부족"…'성주 배치' 다음은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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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중에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배치 부지가 최종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성주 포대 대신 성주 골프장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반대 여론이 적지 않지만 주한미군의 사드 성주 배치는 기정사실입니다.

주한미군이 사드를 배치한 뒤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대북 미사일 방어능력이 향상됩니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군도 누누이 밝혔듯이 사드 1개 포대는 남한의 2분의 1에서 3분의 2를 방어합니다. 남한의 2분의 1에서 3분의 2를 방어한다는 뜻은 해당 권역으로 날아 들어오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그 권역으로 날아오는 북한의 ‘모든’ 미사일을 막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게다가 나머지 3분의 1에서 2분의 1은 주한미군이 배치할 사드로도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3분의 1에서 2분의 1을 빈 하늘로 남겨두지는 않습니다. 한국판 사드라는 국산 장거리 요격 체계 L-SAM과 한국판 패트리엇이라는 중거리 요격체계 M-SAM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M-SAM은 곧 시험 발사 일정이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최근 묘한 발언이 군 최고 책임자 입에서 나왔습니다. “사드 1개 포대로는 남한 전역을 방어하기 어렵다”고 한민구 국방장관이 대정부 질문에서 밝힌 것입니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확정되기 전인 작년에는 군 핵심들이 사드 관련 발언을 할 때면 꼭 “사드 구매 계획은 없다” “L-SAM과 M-SAM을 개발하고 있다”는 추가설명을 덧붙였습니다.

한 장관은 이번에 그런 부연 없이 덜렁 “사드 1개 포대로는 어렵다”는 말만 했습니다. 국방부가 있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 주변에서 유력하게 회자되던 ‘1개 포대 주한미군 배치 후 2개 포대 구매’ 시나리오가 다시 꿈틀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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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개 포대로는 어렵다”…사드 마케팅인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여당의 대표적인 군 전문가인 김성찬 의원이 한 장관에게 물었습니다.

“최소한 사드는 3개 포대 정도를 배치해야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동해 쪽에서 고각 발사한 유도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현존 무기체계체계로서는 가장 효율적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당연히 1개 포대보다는 추가적인 능력이 확보되면 중첩되고 보다 방어범위가 확장되는 군사적 이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당 경대수 의원이 “사드가 3개 포대 정도는 있어야 전역을 방어할 수 있다고 한다”고 거들자 한 장관은 “현실적으로 1개 포대로 (남한) 전역을 방어하는 건 어렵다”, “2~3개 포대가 배치되면 방어력이 중첩돼 군사적으로 훨씬 더 유용하다”고 맞받았습니다.

질의한 여당 의원들의 속뜻은 “사드를 더 들여오자”입니다. 한 장관의 대답도 “사드 1개 포대로는 부족하니 1~2개 포대가 더 들어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사드 배치가 결정되기 전인 작년만 해도 군 핵심들은 사드가 거론되면 늘 “국산 요격체계를 개발하고 있고 사드 구매 계획은 없다”고 장담했던 장면과 너무 다릅니다. 한 장관도 국산 미사일 방어체계를 개발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감안해 “부족하지만 L-SAM과 M-SAM을 개발하고 있다”, “사드 구매 계획은 없다”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예상을 멀찍이 빗겨갔습니다.

올 초 군의 한 고위 관계자가 “사드는 인류 최고의 요격체계”라며 사드를 추앙할 때부터 좀 이상했었는데 한 장관의 국회 발언을 듣고 보니 의심이 더 커집니다. 머잖아 사드를 사자는 주장이 나와도 이상할 것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습니다.

● “1개 포대 배치 후 1개 포대 구매” 시나리오

사드의 요격 대상은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단거리, 준중거리입니다. 단거리 및 준중거리 요격체계인 사드는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해서는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 본토는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 대상입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미국 예산으로 본토 방어를 위해 사드를 사들일 일이 없습니다. 해외파병 미군 방어용으로 몇 개 포대 운영하면 그만입니다.

사드는 애초에 장거리 미사일 요격용으로 개발이 시작됐지만 몇 년 만에 단거리 및 준중거리 요격체계로 방향이 틀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발하는데 20여 년이 걸렸고, 수십조 원이 들었습니다. 해외파병 미군 방어용 몇 개 포대 생산으로는 본전도 못 건집니다. 미국은 반드시 사드를 해외에 팔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가장 확실한 마케팅은 주한미군이 사드를 들여오는 것처럼 먼저 공짜로 사드의 맛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패트리엇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군 소식에 정통한 인사들 사이에서는 “주한미군이 1개 포대를 들여온 다음에 우리 정부가 2개 포대를 구매한다”는 말이 작년부터 파다하게 돌았습니다. 주장이 나온 곳과 배경까지 덧붙여져서 ‘1개 포대 배치 후 2개 포대 구매’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불거졌습니다. 중국 땅에까지 시선을 두기에는 경황이 없는 우리나라의 사드 구매는 중국이 반대할 일도 없으니 주한미군 배치보다 훨씬 수월하다는 상세 설명도 따라다녔습니다.

사드가 ‘인류 최고의 요격무기’라니 사들이면 좋습니다. 그런데 대단히 비쌀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 L-SAM과 M-SAM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중복투자가 됩니다. 중복투자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을 포기해야 합니다. 여당 유력의원들은 사드를 후하게 평가하면서 L-SAM과 M-SAM은 박대하고 있으니 L-SAM과 M-SAM은 위태위태한 운명입니다.

한 장관의 수상한 발언으로 정부가 사드를 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1개 포대로 부족한 방어력을 국산으로 감당할 건지, (추가 구매) 사드로 감당할 건지… 이에 대해 군은 “사드를 ‘현재로선’ 구매할 계획이 없다”는 하나마나한 말만 할텐데 “미래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정리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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