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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약초꾼도 군인도 첩첩산중서 길잃어…가을 산악사고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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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 산악사고 1만 310건, 이 중 9~10월 27% 발생

단풍·임산물 채취 집중하다가 '길 잃어'…과신·방심 '금물'

연합뉴스

삼척서 송이 채취 나섰다 실종된 50대 수색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재현·박영서 기자 = 버섯·잣 등 임산물 채취 시기와 단풍 시즌을 맞은 가을철 산악사고가 비상이다.

길을 잃고 헤매다 조난되거나 잘못하면 어둠 속에서 당황한 나머지 실족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단풍에 도취하다가 순간적으로 일행을 놓쳐 길을 잃기에 십상이다.

또 임산물 채취에 집중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깊은산중에 들어가기도 한다.

단풍관광객은 물론 수시로 산을 오르는 약초꾼이나 독도법을 익힌 군인도 첩첩산중에서 길을 잃으면 위험이 상존한다.

전문가들은 산악사고를 막으려면 무모한 산행을 삼가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약초꾼도 군인도 아차하면 첩첩산중서 길 잃고 헤매

최근 버섯이나 잣 등 임산물 채취 시기가 맞물리면서 실족이나 길 잃음 산악사고가 속출한다.

강원도에서는 지난 24일 육군 모 부대 소속 부사관 3명이 버섯을 채취하려고 험한 산에 올랐다가 길을 잃고 헤매다 하루 만에 귀가했다.

이들은 사고 당일 오전 일찍 버섯을 딴다며 각자의 집에서 출발해 철원과 화천에 걸친 대성산에 올랐다.

그러나 날이 어두워져 길을 잃었고, 휴대전화 불통지역인 탓에 연락이 잘 닿지 않아 밤새 가족 등의 애를 태웠다.

경찰과 소방, 군 당국이 80명의 수색인력을 투입해 이들을 찾아 나서는 등 한바탕 소동을 빚었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강원 삼척시 노곡면 하반천리 인근 야산에서 송이 채취에 나선 장모(58·여) 씨가 길을 잃은 채 산속을 헤매다 이틀 만에 극적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산에 올랐다가 길을 잃고 숨지는 사고도 잇따랐다.

지난 24일 오전 9시 18분께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에서는 능이를 따라 나갔다 실종된 이모(61·여) 씨가 하천에 빠져 숨져 있는 것을 수색 중인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은 이씨가 버섯을 채취하던 중 실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오후 1시 53분께는 양양군 서면 미천골 자연휴양림 인근 야산 5부 능선에서도 버섯을 채취하던 김모(76)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27일 국민안전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산악사고는 1만310건이다.

이 중 27%가량이 울긋불긋 단풍이 물드는 가을철인 9∼10월에 발생한다.

특히 설악산과 오대산 등이 있는 강원지역은 단풍관광객이 가을철에 몰려 타 시도보다 산악사고가 잦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강원에서 발생한 전체 산악사고 구조자 5천200명(사망 124명 포함) 중 1천866명이 이 기간에 발생했다.

무려 강원지역 전체 산악사고의 35.8%가 가을철에 집중되는 셈이다.

산악사고 원인은 단연 무리한 산행이 45%로 가장 많고, 실족(추락)과 일몰 후 길 잃음도 20.8%에 이른다.

◇ 무리한 산행은 '화근'…준비된 산행이 '최선책'

산악인이나 구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산악사고를 피하려면 '무모하고 무리한 산행'은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산행 전 코스와 난이도 등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출입금지구역이나 샛길 등 등산로가 아닌 곳의 출입은 삼가야 한다.

기상이 좋지 않아 특보가 발효된 때는 아예 산행을 금해야 하고, 산행 중일 때는 빨리 하산하거나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

가을에는 일몰이 앞당겨지는 만큼 일몰 2시간 전에 하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만약의 조난사고에 대비해 여분의 휴대전화 배터리와 비상식량, 손전등 등 필수 안전장비를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또 산행 시 위치정보(GPS)를 알려주는 모바일 앱이나 메신저를 통해 수시로 가족 지인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려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 조산이나 실종사고는 대부분 당사자 위치 파악이 안 돼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구조도 지체되는 게 다반사다.

지난 24일 철원과 화천에 걸친 대성산에서 길을 잃은 현역 군인 3명도 휴대전화 위치 확인이 안 돼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고가의 기능성 제품은 아니더라도 계절에 맞는 등산복과 등산화 등을 착용할 것을 권유한다.

자칫 조난 시 비가 오는 등의 악천후를 만나면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로 몸에서 발생하는 열보다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열이 더 많을 때 발생한다. 악천후와 탈진이 주원인이다.

한여름이라도 악천후(비바람)를 만나면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

젖은 옷을 입고 바람을 쐬면 마른 옷을 입고 있을 때보다 최대 240배까지 열 손실이 발생하므로 산행 시 옷이 많이 젖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체온 유지에 필요한 여벌의 방한 의류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깊은 산 속에서 방향 감각을 잃으면 길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다.

호루라기 등 자기 위치 표시 도구도 필수다.

반사판, 손전등, 형광 띠 등도 조난 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

중앙119구조본부 특수훈련팀 박생만 주무관은 "야간 조난 시에는 길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바위 밑이나 동굴 등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체온과 체력을 유지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간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위치정보를 수시로 누군가에게 알려야 하고, 휴대전화 불통지역에서는 능선이나 정상으로 이동해 호루라기 등 소리 도구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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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사고 구조 훈련 [연합뉴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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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사고 대비 훈련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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