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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수술날짜·입원실 부탁 안 돼요"…병원도 김영란법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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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교직원 대상 부정청탁 금지 교육

연합뉴스

"수술날짜·입원실 부탁 안 돼요"…병원도 김영란법 경계령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1. 건강검진에서 위암 의심진단을 받은 50대 여성 A씨는 큰 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받으라고 권유받았다. 유명 대학병원에 검사 예약을 하려 했지만, 환자가 많아 한달 뒤부터 예약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신이 위암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인 A씨는 병원에 근무하는 지인을 통해 검사를 빨리 받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사흘 뒤에 검사를 받기로 했다.

#2. 고열과 기침으로 주말에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3세 남아는 '상기도감염'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상대적으로 입원료가 저렴한 다인실에는 자리가 없어 2인실에 입원하게 된 환자의 보호자 B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병원 의료진을 통해 다인실에 입원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보통은 하루가 지나야 다인실 입원 순서가 돌아오지만, B씨의 아들은 다인실에 빈자리가 나자 입원한 지 몇 시간 만에 다른 환자보다 우선해서 입원실을 변경할 수 있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의료기관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청탁에 대한 경계령이 내려졌다.

27일 국립병원, 도립병원, 시립병원, 지역의료원 등을 비롯해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대학병원들은 의료진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교육을 시행하거나 온라인으로 관련 규정을 배포하는 등 분주하다.

그동안 대다수의 대학병원에서는 수술, 외래진료, 검사 등의 일정을 조정해주거나 입원실 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이 관행으로 이뤄졌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이런 청탁을 금지한다는 내부방침이 세워졌다.

병원에서 접수 순서를 변경하는 행위는 국가권익위원회가 공개한 청탁금지법 문답(Q&A) 사례집에서도 정상적 거래 관행을 벗어난 대표적 부정청탁의 사례로 꼽혔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다수의 대학병원에서 수술, 외래진료, 검사 등을 받으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한다"며 "진료 일정을 조정하거나 입원 병상을 빼달라는 청탁이 많았는데 원칙적으로 이런 부탁을 모두 거절하겠다는 게 병원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청탁뿐만 아니라 제약회사 직원, 공무원, 보직교수 등과의 식사, 접대, 물품제공 등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대학병원들의 공통된 교육 내용이다.

모임의 목적과 상황에 따라 허용 가능한 식사, 선물 등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지만, 개별상황에 적용되는 규정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이 시행되는 초기인 만큼 시범사례로 적발되는 일을 피하겠다는 취지다.

또 김영란법 시행으로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진에게 수술, 진료 등에 대한 감사 인사로 선물을 건네는 일도 사라질 전망이다.

서울대병원은 진료실 등을 비롯해 병원 곳곳에 "김영란법을 적용받는 공공기관으로서 환자와 보호자가 제공하는 감사의 선물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부착해 둔 상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교직원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부정청탁에 대한 주의 내용을 여러 차례 숙지시켰다"며 "법 시행에 대한 교직원들의 인지도가 높아 문제가 될 소지는 없어 보이지만,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협조를 구하는 차원에서 게시글을 부착했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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