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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위안부 문제, 끝 아니라 시작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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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첫 보도했던 日 우에무라 '나는 날조 기자가 아니다' 출간

조선일보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1991년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보도한 이후 겪었던 고초를 담은 책에 대해 26일 설명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내 명예훼손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에 관한 문제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기자 출신인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58)씨는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일본 역사수정주의 세력의 집요한 공격과 트집으로 인해 일본에서도 언론 자유에 압박을 느끼거나 위안부 문제를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26일 '나는 날조 기자가 아니다'(푸른역사) 한국어판 출간 간담회에서다. 그는 지난 3월부터 한국 가톨릭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우에무라 교수는 1991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로 처음 공개 증언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 기사를 한국 언론보다 먼저 보도했다. 그는 2014년 아사히신문을 퇴직하고 호쿠세이가쿠엔(北星學園)대학 비상근강사(시간강사)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일본 극우 세력은 "위안부 문제를 조작해 일본의 명예를 실추시킨 날조 기자"라고 그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대학 측에는 해고를 요구하는 압력을 행사했고 "딸을 살해하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지난해 자신을 '날조 기자'라고 비난한 '주간문춘(週刊文春)'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의 인권 변호사 270여 명이 그를 위해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우에무라 교수는 "최근 한국 영화 '변호인'을 보았는데 많은 변호사가 변론에 나서는 마지막 장면이 내가 처한 상황과도 조금 닮은 것 같았다"면서 "감동적이어서 힘들 때마다 여러 번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일본어 억양이 남아 있지만 유창한 한국어로 질문에 답했다. 우에무라 교수는 아사히신문 재직 당시인 1987년 서울에서 한국어 어학연수를 했고 1996~1999년 서울 특파원을 지냈다.

우에무라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일본 정부가 '돈만 지급하면 모두 끝'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역사의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교훈으로 직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던 1993년 고노 담화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위안부 문제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일 젊은이에게 위안부 문제 등을 가르치면서 한·일 우호 관계를 형성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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