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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교육부, 역사교과서 건국론 강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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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중·고교생이 사용하는 역사부도의 편수용어 가운데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1948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꿀 것을 출판사들에 요구했다고 한다. 역사부도는 지도와 그래픽 위주로 만든 역사교과서 부교재를 말한다. 교육부는 출판사들이 “저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자 공문을 보내겠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장 올해 말 새 역사부도의 검·인정 심사를 받아야 하는 출판사들 입장에서는 이만한 압박도 드물 터이다. 교육부의 이런 태도는 검정체제인 역사부도의 내용을 국정 체제인 중·고교 역사교과서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 건국 개념과 시점을 송두리째 바꾸려는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건국을 1919년 수립된 상해임시정부가 아니라 1948년 이승만 정부 수립으로 규정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민국 법통을 상해임시정부로 규정한 헌법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3·1운동과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독립운동을 나라 없는 개인의 행위로 깎아내리는 일이다. 정부가 지난해 다수 시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할 당시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결정 이후 집필진은 물론 편수기준마저 일절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집필’ 논란을 자초했다. 정부는 집필진과 편수기준을 공개하면 집필에 방해될 것이라고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정치공작하듯이 밀실에서 진행하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역사적 진실을 담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국정 역사교과서에 건국절 왜곡 외에 친일 행각과 군사독재를 미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비밀 집필은 제대로 된 감수가 어려워 교과서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부실 교과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정희 탄생 100주년’인 내년에 박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역사교과서를 보고 싶어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소망 때문에 졸속 교과서 제작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역사부도에 대한 반역사적 수정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 역시 즉시 철회하는 게 맞다. 다양성이 생명인 역사교과서에 대통령과 뉴라이트의 편향된 역사관을 담는다면 시민들로부터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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