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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8000년 전 울산 신석기 유적 훼손…주택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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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원전 이주민 전원주택단지 공사 한창

파헤쳐진 현장서 신석기시대 토기편도 확인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8000년 전 신석기인들의 생활 흔적이 발굴돼 고고학적으로 중요하게 평가됐던 울산 신암리 유적이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260번지 일대. 동해 앞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이곳은 현재 신고리 원전 3·4호기 건설로 인해 전원개발사업 이주단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이미 유적은 훼손돼 사라졌다.

건설현장의 소음과 먼지로 가득한 이 곳은 지금으로부터 8000년 전 신석기인들의 생활 터였다.

유적은 시멘트에 파묻혔고, 파헤쳐진 흙더미에서는 신석기시대 토기 조각도 군데군데 확인됐다.

이 유적은 2013년 (재)부경문물연구원에 의해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당시 이 유적에 대한 학계와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8000년 전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생활했던 땅이 지표면에서 불과 20cm 아래서 교란되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래서 이 유적을 두고 '20cm의 기적'이라고도 했다.

부경문물연구원은 2013년 12월 이 유적에 대한 현장 설명회를 열고 "우리나라 신석기유적 가운데 한정된 공간에서 이 정도로 집약된 상태로 유물이 출토된 경우는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원은 또 "연구자마다 견해 차는 있지만 남해안의 신석기 유적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早期· 8000년 전) 유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설명회에서는 동아시아 최초로 이 유적에서 출토된 석영으로 만든 돌도끼(마제석부)가 공개됐다.

이 밖에 일본 큐슈(九州)산 흑요석, 작살촉, 이음낚시, 돌칼, 긁개 등 다량의 석기류를 비롯, 이른 신석기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모양의 토기들도 공개됐다.

현장설명회 당일 오전 국내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옥귀걸이(曲玉)도 한 점 출토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유적발굴 조사를 진행해온 한 책임자는 "신석기 유적 가운데 이번처럼 토기 상태가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고 개체수가 많은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유적은 이미 8000년 시간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문화재청이 현장설명회 후 매장분과위원회를 열고 이 유적에 대한 보존방안을 '원형 보존이 아닌 기록보존'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유적에서 유구(遺構· 집자리, 무덤 등) 없이 유물만 출토됐다는 이유에서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는 신암리 유적이 훼손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문화 인사는 "8000년 전 신석기시대 도자기 공방이 지금은 건설 현장으로 변모해 심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신석기 시대 유물들은 통상 파편으로 발굴되지만 이번 경우는 유물이 그대로 드러나 가치성을 더하고 있다"며 "물려받은 역사유산을 얼마나 빛내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후손들의 몫이다. 하찮은 것도 후세들이 보전·홍보하면 세계적인 것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제 아무리 세계적 가치를 지녀도 초라함을 면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재)부경문물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보고서 작업이 절반 정도 완료됐으며, 내년 4~5월 안에 최종 발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출토 유물은 보고서가 완료 되는대로 울산박물관으로 귀속된다.

한편 신암리 유적은 지난 1935년 일본인 학자 사이토 다다시(齊藤忠)에 의해 처음 알려졌으며, 국립중앙박물관과 서울대학교에서 발굴 조사한 바 있다.

발굴 당시 흙으로 빚은 높이 3.6cm의 일명 '비너스상' 토우가 발굴돼 학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유물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 중이다.

gorgeousk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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