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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자동차 스스로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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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래] 문명과 기술

자율주행차가 만드는 도시



한겨레

자율주행차가 확산되면 자동차 소유의 종말로 이어진다. 더 이상 개발할 여지가 없는 꽉 차 있는 도시 안에 거대한 주차공간이 선물처럼 등장하게 된다. 자율주행차 시대, 우리의 도시는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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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많지 않았던 시절엔 쉽게 볼 수 있던, 동네 골목길에서 공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길을 지나는 자동차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건물을 지을 때는 건축법에 따라 반드시 주차면적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만큼 집이나 상업공간의 면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동차는 이렇게 도시공간의 모습을 바꿔왔다.

영국의 주차 서비스 업체인 저스트파크(옛 파크앳마이하우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운전자들은 일생 동안 106일을 주차장을 찾으려 헤맨다. 복잡한 도시인 런던에서 주차장을 찾는 데 평균적으로 필요한 시간은 20분이다. 자동차는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이런 시간 낭비도 강요한다. 자동차는 사람들의 삶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자동차는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인간의 삶을 만든다. 그럼, 자동차가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뀐다면? 컴퓨터가 운전하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등장한다면 우리의 도시,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주차 면적 60% 줄여
집 짓고, 공원 만들면
도시가 바뀌고, 삶이 바뀐다

주차공간 찾아 헤매는 운전자
일생 동안 106일 길에 버려
자율주행차는 이 굴레를 벗게 해줄까




한겨레

미국 샌프란시스코 19번 스트리트의 미래 상상도. 자율주행차 시대가 돼 도로에 자동차가 줄어들었고, 대신 그 자리에 사람들을 위한 길이 넓어진다. 자료 게리 티어니, 퍼킨스+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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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이 좁아진다, 삶이 풍요로워진다

자동차 업체 아우디도시 미래 이니셔티브는 지난해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엑스포 세계 회의 2015’에서 미국 보스턴의 서머빌 지역을 위한 미래 도시계획 전략을 공개했다. 그 전략에서 아우디는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주차를 한다면, 사람이 문을 열고 내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동차 옆에 사람이 서 있을 만한 작은 공간조차도 필요 없어진다고 봤다. 사람은 원하는 곳에서 승하차를 하고, 자율주행차 스스로 주차장까지 찾아가 주차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주차건물에서는 사람을 위한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도 필요 없어진다. 이런 논리에 따라 전체 주차장의 62%에 해당하는 면적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서머빌 지역에서 새로운 개발계획을 세울 때 주차장 건설에 필요한 비용으로 따져봤을 때 무려 1억달러(1115억원)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미국 보스턴의 건축회사인 애로스트리트는 자율주행차가 우리의 건물과 도시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그 예로 2035년까지 주차장 수요가 57억㎡(여의도 면적의 약 2000배)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애로스트리트의 디자이너 에이미 코트는 <보스턴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018~2025년 사이에 자율주행차가 인간보다 훨씬 더 정확한 주차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차장 한 면당 1.95㎡ 정도를 줄일 수 있게 돼 전체 주차 면적도 줄어든다. 그는 “주차건물로 쓰던 건축물을 주거용이나 호텔, 오피스, 매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우리 도시의 물리적 형태를 좀더 크게 바꿀 수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대표는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은 자율주행차 소유자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자동차를 빌려주는 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필연적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와의 결합으로 이어지게 된다.

영국 왕립자동차클럽재단이 세계 84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승용차의 하루 평균 운행시간은 61분에 불과했다. 이는 하루 24시간 중 95.8%는 주차장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조사에서 서울은 92.3%였다. 서울연구원이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가 담긴 ‘서울시민 승용차 소유와 이용특성 분석’ 보고서를 봐도 사람들은 그저 자동차를 주차장 안에 모셔두고 있다. 서울시민의 평균적인 승용차 이용은 주중 3.8통행, 주말 1.7통행에 그쳤다. 1통행이란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식의 주행 한 차례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차량 소유에 따른 세금과 감가상각 비용, 주차요금 등은 매달 78만원씩 쓰고 있었다.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있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가 확산된다면, 이런 ‘낭비'를 그대로 놔둘 리 없다. 내 차를 주차장에 그저 세워놓기보다는 차량 공유 서비스에 맡기는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니, 오히려 소유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하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카를로 라티 센서블도시연구소 디렉터가 도시전문 매체 <커브드>에 한 설명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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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 19번 스트리트의 미래 상상도. 자율주행차 시대가 돼 도로에 자동차가 줄어들었고, 대신 그 자리에 사람들을 위한 길이 넓어진다. 자료 게리 티어니, 퍼킨스+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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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도시, 사람을 위한 도시

“자동차 공유 서비스의 등장으로 차량 소유는 이미 줄어들고 있어요. 공유차량 1대당 차량 소유 10~30대를 줄인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이런 추세를 더욱 강화하게 되지요. 사적 소유와 공유 사이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기 때문이죠. 당신의 차는 아침에 당신을 태워주고, 주차장에 그저 서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태워주고 다니잖아요.”

자동차 소유의 종말은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의 수도 크게 줄이게 될 것이다. 주차장은 더욱더 줄어들 테고, 그 공간은 다시 인간을 위해 주거용이나 상업용, 공원 등으로 사용될 수 있게 된다.

자율주행차는 인간의 삶도 바꾼다. 상당수의 교통체증은 사람들이 주차공간을 찾으러 다니며 헤매는 데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자율주차는 이 문제를 해결해준다. 자율주차가 가능한 자동차가 등장하면 어떤 풍경이 연출될까?

영국 런던의 발레파킹 서비스 업체인 발리의 서비스 내용에서 엿볼 수 있다. 이용자가 발리 서비스 구역에서 목적지를 설정해두면, 차에서 내리는 즉시 발리 직원이 찾아와 주차를 대신 해준다. 스마트폰으로 내 차의 위치는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하면 15분 안에 차를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이 모든 서비스를 인간 대신 컴퓨터가 해준다면, 1시간에 5파운드(7200원)에 해당하는 발리의 서비스 요금도 낼 필요 없이 주차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자율주행차 연구원인 앨런 콘하우저는 도시 전문 매체인 <커브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주차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과거의 일이 될 겁니다. 만약 풋볼 게임을 보러 간다면, 내 차는 굳이 내 곁에 있을 필요가 없어요.”

차량 공유 서비스업계에서 우버의 라이벌인 리프트의 존 지머 회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자율주행차와 차량 공유 서비스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도시의 비전을 ‘제3의 운송 혁명'으로 표현했다.

“자동차의 사적 소유의 종말은 주차장에서 차를 줄여 텅 비게 만들 겁니다. 그건 우리의 도시를 다시 디자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문화가 번성하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고, 우리는 거기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지머 대표가 제시하는 도시의 비전은 현재 많은 도시학자들이 주장하는 ‘걷기 좋은 도시'에 다름 아니다. 그는 뉴욕시의 도시국장이었던 저넷 사딕칸이 쓴 책 <스트리트파이트: 도시혁명을 위한 핸드북>의 내용을 인용하며, 블룸버그 시장 시절 자동차 도로를 없애는 대신 자전거길과 광장으로 바꾼 결과 5년 만에 거리가 활성화되고 소매 판매가 172%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도로가 갈라놓은 사람들의 공간과 커뮤니티가 복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주차장과 도로의 자동차를 줄이고, 그 공간을 사람을 위해 쓸 수 있게 만든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탄소량이 줄어들고, 교통체증과 교통사고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자율주행차 관련 업체들의 전망과 예측을 보면, 2021년쯤이면 완전자율주행차가 등장해 차량을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가입해서 사용하는 시대로 변하며 2025년까지 차량 소유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도시가 등장하는 데까지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우리는 미래 도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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