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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금연과태료 내는 사람만 봉'…버젓이 피워놓고 걸리면 오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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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구역 흡연 적발되면 "불 붙이지 않은 담배 입에 문 것" 우겨

위반 확인서에 가짜 이름·주소 대는 얌체족도…금연 단속 한계

연합뉴스

흡연 단속 나선 금연지도원들
(증평=연합뉴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관내 음심점에 단속을 나간 충북 증평군 소속 금연지도원들. 2016.9.24 [충북 증평군 제공=연합뉴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금연 건물로 지정된 공중이용시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민폐를 넘어 엄연한 범법 행위다.

10만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점검 지시가 떨어질 때마다 금연지도원들은 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죽을 맛이다.

법을 어겼다는 위반 확인서에 서명을 받아야 하지만 금연 위반자들은 오리발을 내밀기 일쑤다.

가짜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적는가 하면 "내가 언제 담배를 피웠느냐"고 발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핏대까지 올리는 얌체 흡연자들과는 얼굴을 붉혀가며 실랑이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지시로 지난 20일께부터 전국적으로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금연 지도·점검이 시작됐다. 올바른 금연환경 조성과 흡연으로 인한 직·간접 피해를 예방,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에서다.

점검 대상은 전면 금연구역에 해당하는 음식점, PC방, 병·의원, 복지시설, 연면적 1천㎡ 이상의 복합건축물, 금연 지정 고시 지역 등이다.

금연구역 내 흡연자가 적발됐을 때 지도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사진 찍기다. 이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과태료 부과 절차에 들어간다. 위반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이 적힌 위반확인서를 작성해 위반자의 서명을 받으면 단속 절차는 마무리된다.

흡연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는 위반자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꽤 많다.

충북 증평군 보건소 관계자는 "검지와 중지 사이에 담배를 끼고 있는 사진을 제시해도 흡연 사실을 부인하는 위반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가 담배를 손에 들고 있었지 언제 피웠느냐"고 되묻거나 "불을 안 붙인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을 뿐 피운 적 없다"고 발뺌하기 일쑤다.

PC방 모니터 앞에 놓인 종이컵에 담배꽁초가 수북한데도 "먼저 PC를 이용한 사람이 피운 것"이라고 잡아떼곤 한다.

담배에 묻은 타액으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지만, 흡연자를 '중범죄자' 취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검사 비용을 고려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

CC(폐쇄회로)TV 영상을 보여달라고 해당 업소에 요청하기도 어렵다. 개인정보가 담긴 탓에 업주가 꺼리고, 지도원들이 CCTV 영상 자료를 강제로 볼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

실랑이 끝에 담배를 피웠다고 인정하고 위반확인서를 써 주는 흡연자들이 있는데, 이들 중에도 '얌체'가 많다. 사무실로 돌아가 과태료 부과를 위한 위반자 명단을 입력하다 보면 게재된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가 모두 가짜인 경우도 있다.

이런 얌체 위반자들의 특징은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이다.

4만원의 일당을 받고 온종일 고생하거나 야간 단속으로 피곤이 묻어나는 금연지도원들이지만 얌체 흡연자들을 볼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다.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하지만 다시 현장에 나가 이들을 붙잡을 수도 없다.

충북도 관계자는 "얌체 사례를 통계로 뽑기는 어렵지만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단횡단 등 행정 질서를 위반했을 때 경찰이 직접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했던 것처럼 경찰에 흡연 단속을 위임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지속적인 단속으로 금연시설 내 흡연자 적발이 늘면서 업주나 흡연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충북에서는 금연시설 내 흡연자가 2014년 151명, 지난해 360명이 적발됐고 올해 상반기에는 217명에게 과태료가 부과됐다.

도 관계자는 "지속적인 공중이용시설 점검과 직·간접 흡연의 위해성에 대한 홍보를 통해 건강한 생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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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하게 쌓인 담배꽁초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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