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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논란에 휩싸인 美 공식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흑인차별ㆍ노예제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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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미국에서 공식 국가인 ‘성조기여 영원하라’(The Star-spangled Banner)를 둘러싸고 적절성 논란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성조기여 영원하라’에서 흑인 차별과 노예제를 지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쿼터백 콜린 캐퍼닉(28)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시즌 시범경기에서 국가가 연주될 때 혼자서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게 발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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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흑백 혼혈인 캐퍼닉은 경기가 끝난뒤 “흑인과 유색 인종을 억압하는 나라의 국기를 향해 자랑스러움을 표현하려고 일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싸워야 한다. 흑인 인권운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퍼닉의 행동을 놓고 미국 프로 스포츠계는 물론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는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캐퍼닉의 행동이 “경솔했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심지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시애틀 라디오 방송 KIRO와의 인터뷰에서 캐퍼닉을 겨냥해 “끔찍하다. 그는 자신에게 맞는 나라를 찾아 떠나야 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미국의 흑인 R&Bㆍ소울 싱어송라이터이자 아카데미상ㆍ그래미상 수상자인 존 레전드(38)가 캐퍼닉의 저항을 두둔하면서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국가로서 위엄이 없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레전드는 31일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현재의 국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진정 이 노래를 좋아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 그 노래에 매우 익숙하게 부를 수 있지만…”이라고 밝혔다고 폭스뉴스가 전했다.

그는 “나는 ‘성조기여 영원하라’보다는 ‘아름다운 아메리카’(American the Beautiful)에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며 “‘성조기여 영원하라’는 어쨌든 아무튼 (국가로서) 약한 노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터셉트의 존 스와츠 기자가 쓴 ‘콜린 캐퍼닉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정당하다: 현 국가는 노예제에 대한 축가’라는 기사를 링크했다.

이 기사는 1814년 프랜시스 스콧 키의 시 ‘맥헨리 요새의 방어’(The Defense ofFort McHenry)에서 나온 ‘성조기여 영원하라’의 3절을 다시 음미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CNN은 잘 불리지 않은 3절이 미국의 독립전쟁 당시 영국군에 가담해 싸운 자유 흑인 노예들의 패배와 죽음을 찬양한 것으로 해석하는 주장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는 당시 미국에서 노예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프랜시스 스콧 키가 노예를 소유한 노예제 지지자인 데다가, 평소 흑인들을 ‘열등한 민족’이라고 깎아내렸기 때문이다.

영국군은 당시 전쟁에서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자유를 미끼로 흑인 노예들을 받아들였는데, 키는 영국군에 합세한 흑인 노예를 배반자로 여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1931년 공식 국가로 지정될 당시에도 상당한 논란이 있었고, 이후에도 호전적인 가사와 어려운 선율로 국가 교체 주장이 적지 않았다.

미국 일각에서는 공식 국가를 9ㆍ11 테러 이후 많이 불린 ‘아름다운 아메리카’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고 CNN은 덧붙였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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