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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SA 일장춘몽❺ "ISA는 관치가 빚은 실패한 금융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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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더스쿠프

출시 전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불완전성을 꼬집은 소비자 단체가 있다. 금융소비자원이다. ISA가 서민의 자산 증식보다는 금융회사의 마케팅과 수익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한편에선 '출발도 하기 전에 발목부터 잡았다'며 비난의 화살을 쏴댔지만 안타깝게도 이 우려는 현실이 됐다.

만능통장이라 불리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 6개월 만에 논란에 휩싸였다. 초반이 인기는 이미 시들해졌다. 시장은 수익률 공시 이후 계좌 이전이 활발해질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금융사의 유치 경쟁으로 가입금액 1만원 이하의 '깡통계좌'만 양산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반복되는 정책 금융상품 논란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일까. ISA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온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를 만났다.

✚ ISA 출시 이전부터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는데.

"그렇다. 당시 의무 가입기간 축소, 고객투자성향제도 개선, 소비자보호제도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현실적인 여건은 고려하지 않고 제도 도입에만 혈안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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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A가 잘못된 상품이라는 얘긴가.

"사실 ISA와 같은 상품을 만들고 출시하는 건 괜찮다. 문제는 그 상품에 세제혜택과 같은 정부의 정책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ISA가 정부정책 금융상품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적합성에 문제가 있다. 금융회사에서 만든 상품이라면 선택의 문제쯤으로 치부할 수 있다. 상품의 성격과 수익성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 금융상품이라면 국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 의무가입 5년 동안 발생한 수익 중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반대로 돌려보자. 이는 투자한 금융상품에서 마이너스가 나면 세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말이 된다. 게다가 과거 정책금융 상품과 달리 수수료를 지불하는 구조다. 일괄적으로 세제혜택을 줬던 정책금융 상품과 비교해보면,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매우 적다."

✚ ISA가 금융회사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렇다. ISA를 운용하는 금융사는 수익이 발생하든 손실을 보든 상관없이 수수료를 가져간다. 하지만 상품에 투자한 국민은 손실이 날 경우 아무런 이익을 누릴 수 없다. 이는 국민이 가져가야 할 혜택이 수수료로 나가고 있는 꼴이다."

✚ 이 때문인지 ISA 인기가 시들해졌다.

"3개월 수익률이 발표되면서 금융소비자가 ISA 지닌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초반 가입 열풍이 불었던 이유는 실질적인 혜택은 검증하지 않은 채 세제혜택, 자산증식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했기 때문이다. 상품의 실질적인 실효성을 알리지 않고 좋은 면만 부각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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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A의 정착을 위해 세제혜택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ISA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기 위해서는 가입대상을 확대하고 세제혜택을 500만원 정도로 상향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세수부족을 겪고 있는 국가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획기적인 제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다."

✚ ISA와 같은 정책금융 상품이 등장할 때마다 실효성 논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인가.

"상품의 설계와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업계의 의도대로 상품이 만들어졌다. 기획재정부는 세금 혜택이 발생하는지만 생각했고, 금융당국은 세제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는지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실적을 내기 위한 단기적인 대응 방안으로 정책금융 상품을 활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정책 목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시장의 니즈와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상품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것이다."

✚ 정책 금융상품의 실패가 관치금융의 폐해라는 것인가.

"금융당국은 여전히 금융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표에 집착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산업은 당국의 개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시장에서 금융을 규제산업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국의 불필요한 개입을 줄여야 한다."

✚ 하지만 금융당국이 나서지 않으면 서민층을 위한 금융상품은 더 찾아보기 힘들어 질 수도 있다.

"저소득층ㆍ저신용자 등의 서민을 위한 배려를 금융상품을 통해서 추구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는 재정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서민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잘못 설계된 정책금융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팔을 비틀어 혜택을 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시장의 원리와는 전혀 맞지 않은 행태다."

✚ 금융소비자는 정책 금융상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상품의 본질을 살피고 자신에게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가입기간, 금액, 투자성향 등을 파악해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일 때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ISA의 경우 과거의 단품별 상품과 달리 복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품이다. 그래서 더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제도가 보완되고 시장에서 정착된 후에 가입해도 늦지 않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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