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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윤석민과 송창식, 함부로 '혹사'라 부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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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한화 이글스 송창식이 4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4-3으로 앞선 6회 역투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투수 부재로 신음하던 한화가 한 시름 놓았다. 팔꿈치 통증이 생겨 일본으로 정밀검진을 떠난 투수 송창식(31)이 심각한 부상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한화 관계자는 “송창식이 31일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미나미공제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한 결과 팔꿈치 뼛조각에 의한 염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지마 병원에서 재활을 한 뒤 복귀 시점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행중 다행이다. 송창식의 팔꿈치 통증 사실이 알려졌을 때 일각에서는 혹사에 따른 심각한 부상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팔꿈치에 뼛조각이 돌아다니는 것은 대부분 투수들이 갖고 있는 일종의 직업병이다. 뼛조각이 돌아다니다가 인대나 근육 등을 눌러 염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송창식도 이런 경우로 볼 수 있다. 주사치료 등으로 염증을 다스린 뒤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통증 여부를 체크하면 복귀할 수 있다. 김성근 감독도 소식을 접한 뒤 “팔꿈치 뼛조각이 계속 문제가 되면 관절경 수술로 제거할 수 있다. 재활치료 경과를 보고 복귀 시점을 타진할 계획이다. 올시즌 후 수술할지 여부는 본인과 상의해 결정하겠다. 큰 부상이 아니라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권혁과 송창식의 팔꿈치 통증으로 한화를 ‘혹사의 아이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불펜투수로는 많은 이닝을 소화해 ‘언젠가 탈이 날 것’이라는 의혹의 시선이 현실이 되자 “거봐라”하는 식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잦은 등판과 긴 투구이닝, 많은 투구수가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통증 원인을 따져보면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혹사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권혁은 전반기 막판부터 투심패스트볼과 커브 등 변화구를 많이 구사했다. 국내외 프로리그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투수출신 해설위원은 “투심 패스트볼을 던질 때 우타자 몸쪽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손목을 비틀다보면 팔꿈치와 어깨에 과부하가 걸린다. 투심도 그립만 잡고 던질 때에는 포심과 똑같은 스로잉을 해야한다. 회전을 많이 걸기 위해 비틀어 던지다보면 팔꿈치와 어깨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구속이 떨어진다. 떨어진 구속을 보완하기 위해 힘을 쓰다보면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 부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많이 던졌기 때문에 아픈 것이 아니라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졌기 때문에 통증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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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타이어뱅크 프로야구 정규리그 넥센히어로즈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LG 선발투수 허프가 역투를 펼치고 있다. 고척스카이돔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많이 던져서 통증이 생겼다면 등판 간격과 투구수 관리를 철저히 받는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부상 위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LG 데이비드 허프는 입단 후 8경기에서 45.1이닝, 투구수 745개를 던진 뒤 손목근육 뭉침 현상으로 재활군에 내려갔다. LG에 입단하기 전 메이저리그 LA에인절스에서 두 경기 5.1이닝을 던졌고 마이너리그에서도 18경기(선발등판 6회)에서 52.1이닝만 던졌다. 허프가 부상한 이유가 혹사라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허프는 지난 겨울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 탓에 수술할지 여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KBO리그 입성이 늦어진 이유였고 이 때문에 LG에서도 철저히 관리했지만 결국 부상악령을 피해가지 못했다.

KIA 윤석민은 오히려 혹사를 자처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스스로도 “어깨 통증은 고질적인 부분이라 안고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할 만큼 통증이 지속된다. 김기태 감독과 이대진 투수코치가 윤석민의 상태를 매일 신중하게 체크하는 이유다. 꾸준히 재활한다고 해도 완치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위기에 빠진 팀을 위해 기꺼이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팀을 위한 윤석민의 마음은 ‘헌신’이나 ‘투혼’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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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윤석민이 30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6 KBO리그 KIA와 SK의 경기 9회초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윤석민은 4월 17일 넥센전 등판 이후 135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다. 광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KBO리그 모든 구단은 투수들의 부상에 민감하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최우선적으로 투수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또 점검한다. 투수가 어깨나 팔꿈치가 “조금 묵직하다”고 말하면 등판 대신 휴식을 취하는 구조다. 아무리 세밀하게 관리해도 부상자는 나오기 마련이고 연투에도 끄떡없는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가진 체력과 근력, 유연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현상만 놓고 ‘혹사’라고 규정하는 것은 어폐가 있을 수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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