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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동환의 월드줌人] 학교 그만두고 MIT 합격한 소녀…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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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교육과정을 마치지 않고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 합격한 인도 소녀가 화제다. 홈스쿨링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엄마가 있었던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를 알고 포기하지 않은 소녀의 노력이 맺은 결과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인도 NDTV 등 외신들에 따르면 뭄바이에 사는 말비카 라지(17)가 MIT로부터 입학 허가서를 받았다. 그는 MIT에서 컴퓨터 과학을 공부할 생각이다.

말비카의 합격은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가 아닌, 자신의 장점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잘할 수 있느냐를 보여준 결과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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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비카는 7학년(12세)에 학교를 그만뒀다. 친구들보다 무려 4년이나 뒤처졌다. 하지만 그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말비카는 평소 관심 있던 컴퓨터를 비롯해 여러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열정 덕분이었는지 몰라도 정해진 시간에 학교에 가던 때보다 더 많은 것을 탐구할 수 있었다.

말비카는 국제정보올림피아드(IOI)에서 세 차례 입상했다. 두 번은 은메달을 땄으며, 한 번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MIT는 말비카의 열정을 인정, 그에게 장학금까지 수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MIT에는 정규교육과정을 마치지 않아도 수학, 물리 그리고 컴퓨터 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한 사람에 한해 입학을 허가하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말비카는 인도 공과대학(IIT)에 갈 생각이었으나, 12학년 시험을 치르지 않은 탓에 지원조차 하지 못했다.

IIT는 인도에서 공학과 기술 교육 등을 담당한 대표적 교육기관으로, 현지에 캠퍼스 7곳을 운영 중이다. 맥킨지 컨설팅의 대표였던 라자 굽타(Rajat Gupta)회장, 씨티 그룹 수석 부회장이었던 빅터 메네제스,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공동 창업자인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 등이 IIT 출신이다.

인도의 한 교육 전문가는 “말비카의 MIT 합격은 그가 이룬 결과가 대단하다는 것도 뜻하지만, MIT가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과시하고 잠재력이 충만한 인재에게 아낌없이 손을 내민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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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비카가 학교를 그만둔 건 엄마의 뜻이었다.

말비카의 엄마 수프리야는 과거 NGO(비정부단체)에서 일했는데, 어떠한 계기를 통해 딸의 인생을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프리야는 “우리는 평범한 가정”이라며 “말비카가 학교에서 공부를 못했던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딸이 학교를 그만두게 한 이유는 인생의 행복이 단순한 지식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암 환자들을 돌봤던 수프리야는 말비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채 꿈을 펼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것을 봐왔다. 그는 말비카만은 자기가 원하는 걸 하게 해줌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살게 하자고 결정했다. 그렇게 말비카는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고, 자기가 좋아하는 컴퓨터를 탐구해 MIT 입학이라는 결과를 이뤄냈다.

수프리야는 “인도에는 홈스쿨링 개념이 없다”며 “남편마저도 말비카가 학교 그만두는 걸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규교육과정을 마치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가 어느 정도 있기는 했다”며 “일을 그만두고, 딸을 위해 내가 직접 학습 커리큘럼을 짰다”고 덧붙였다.

의심스러웠지만 말비카는 해냈다. 오히려 더 행복해했다.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파고들었고, 3년 연속 올림피아드에서 입상했다.

수프리야는 “딸을 만나는 부모들은 MIT에 어떻게 들어갔냐고 수없이 물어본다”며 “그럴 때마다 우리는 결코 MIT를 목표로 살아왔던 게 아니라고 답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아이가 뭘 원하고 좋아하는지 이해하면 된다는 조언을 건넨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인도 NDTV·IOI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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