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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생후 73일 영아 국내 최연소 신장 기증(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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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성인 여성 신장이식 후 1년간 건강

연합뉴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생후 2개월여 만에 뇌사 상태에 빠진 아기가 만성 콩팥병으로 6년간 투석생활을 해 온 성인 여성에게 신장을 기증해 감동과 놀라움을 주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 이태승 교수는 지난해 7월 뇌사 상태에 빠진 생후 73일 된 영아의 신장을 미혼의 30대 여성인 천 모씨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31일 밝혔다.

장기이식을 받은 천 씨는 수술 이후 1년간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으며 신장기능을 보여주는 크레아티닌 농도도 0.9㎎/㎗(정상수치 0.7~1.4㎎/㎗)로 양호하다.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주는 신장은 성인의 경우 주먹을 쥐었을 때 크기인 10~12㎝지만, 영아의 경우 크기가 5.3~5.5㎝로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영아의 신장은 크기가 작아도 이식수술 후에 인체 내에서 자리를 잡으면 성인에게 필요한 신장기능을 해내기 때문에 영아의 장기중에서 유일하게 성인에게 이식할 수 있는 장기다.

천모씨는 이식수술을 받은 신장이 제 역할을 하면서 과거 만성 콩팥병을 앓을 때 주기적으로 받던 투석도 현재는 받지 않는 상태다.

국내 최연소 신장이식 공여자인 영아는 출생 직후 머리에 혈종이 발견됐다. 장기나 조직에서 출혈이 생겨 혈액이 고여있는 상태인 혈종은 자연적으로 회복되기도 하지만, 이번 영아의 경우 두개내출혈이 악화하면서 뇌사에 빠졌다.

이후 영아 부모의 장기기증 결정으로 정밀검사를 거쳐 영아의 신장 2개를 천 씨에게 이식했다.

영아의 신장을 성인에게 이식하는 경우 콩팥과 주변 혈관을 함께 이식해야 하는데 매우 가는 혈관을 연결하는 문합기술 등이 요구되는 고난도 수술이다.

특히 영아의 혈관 지름은 3~4mm로 성인의 혈관 지름 6~7mm보다 작을 뿐만 아니라 혈관이 쉽게 수축하는 경향이 있어서 정확하게 이어주는 기술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수술과정에서 혈관에 최대한 자극을 주지 않고 이식한 신장이 안정적으로 위치할 수 있도록 혈관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기증은 마음 아픈 선택이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이 끝나지 않고 머무르게 하는 방법"이라며 "국내 최연소 신장이식 공여자인 영아의 짧지만 아름다운 생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그 숭고함을 본받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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